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정치와 경제는 서로 다른 생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정치의 청사진에 따라 기업들의 청사진이 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계획을 안다면 보다 유리한 입지에 설 수가 있다. 때문에 기업들은 정계에 아는 사람을 두고 정보를 미리 알아내려고 한다. 또한 정치계는 4년 마다 반복하는 선거에 유리한 입지를 만들기 위해 자금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정치와 경제가 밀착관계를 가지기도 한다. 서로가 각자의 생태에서 온전한 방법으로 공생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온전한 방법으로 가는 길은 멀고 또한 쉽지 않다. 서로의 핫라인을 통해 지름길을 만든다면 특혜를 주거나 돈은 들지만 쉽고 편하다. 이러한 수요가 끊이질 않으니 권력의 주변에는 비리의 싹이 자라고 돈의 주변에는 권력의 그림자가 지워지질 못한다. 과거 독재 정권 아래서는 이러한 라인이 꽤 유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사람들도 변했다. 밤 말은 쥐가 듣고 낮 말은 새가 듣는 다는 속담이 있듯이 아무리 귓속말로 한 말이라도 누군가에게는 노출되기 마련이고 완전범죄는 없다. 국민들의 수준이 높아졌고 거래과정을 투명하게 하려는 청렴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청렴의 기준이 되는 것이 윤리이다. 법과 제도의 거름망이 있지만 그 전에 앞선 것인 윤리이고 책임이다.

새로 정권이 바뀌면 권력의 판세가 바뀌어 줄을 대던 라인이 바뀌고 쉽게 해결하던 것을 처음부터 절차를 밟아야 하니 편함에 익숙한 그들은 또 다른 라인을 만들게 된다. 자신의 공적지위가 가지는 권위를 이용해 이익을 추구하면 아니 된다는 공직자의 기본을 뒤로 하고 라인의 손을 잡아버리니 문제가 발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도 영원함이 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둘만의 비밀이라고 하지만 일이 진행되는 과정은 여러 절차가 있고 이해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루트를 거치지 않은 일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또한 이권을 혼자만 취득하면 분명 이를 배 아파하는 제2, 제3의 관계자가 이를 짚어낼 것이다.

그런데 적폐를 청산한다며 불과 2년 전에는 하등의 문제가 없던 회사의 회계장부가 하루아침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표이사의 해임권고까지 받게 됐다. 회사의 주가가 뚝 떨어지고 시장에서는 3일 만에 8조가 넘는 돈이 증발했다. 전달되는 정확한 정보 없이 잣대가 바뀐 것이라면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적용하는 기준이 정확하고 올바르다면 시시비비는 바로 밝혀질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기본이다. 가장 기본이 돼야 하는 제도, 과정 등 잣대가 되는 것이 움직이면 안 된다. 정권에 따라 그때는 적법했고 통과됐는데 지금은 다른 잣대로 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없어야 하는 것이 체제이고 기반되는 법규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플레임마저 정권에 따라 변하면 혼란이 온다. 분명 적폐는 청산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적법해야 된다. 경제도 정치도 서로의 안정이 보장되지 않으면 발전을 추구할 수가 없다. 서로의 영역이 건전하게 자라야 하고 상호간의 깊은 간섭이나 침해는 왜곡을 가져와 성장을 방해한다. 강력한 규제보다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울타리가 돼 주는 것이 정치이다. 섣부른 행동은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도모하기보다 한파가 되어 모두를 얼려버리고 급기야 주거를 옮기게 만드는 발단이 될 수 있다. 온전한 과정을 거쳐 해당법규의 위반 사실이 확인됐을 때 행정지시를 했다면 이로 인한 시장의 파장을 줄일 수 있고 혹여 있을 기업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임기동안 한정적으로 펼치는 것이 정치가 아니라 백년대계의 안목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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