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제 로봇, 인공지능, 가상현실 같은 키워드들은 곧 우리의 삶 속에서 함께 어울리며 때로는 친구로, 때로는 적으로, 때로는 함께 생존할 수밖에 없는 공동 운명체로 성큼 다가설 것이다. 로봇이라는 단어는 1921년 체코의 희곡에서 등장한 강제노역을 뜻하는 로보타(robota)에서 유래됐다. 천재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미 2001년 자신의 영화 A.I.(에이 아이)에서 인공지능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2000년대 중반 RIM사의 블랙베리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중화가 이뤄졌던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이야기다.

영화 A.I.에서는 모든 생활을 감시받고 먹는 음식조차 통제되는 세계에서 인간들은 인공지능을 가진 인조인간들의 봉사를 받으며 살아간다. 영화 속에서의 인간은 냉정하면서도 외롭고 갈등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자식을 낳을 수 없는 부부 혹은 젊은 시절 자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부부들에게 로봇은 자식 이상의 가치로 여겨지며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준다. 영화는 강조한다. 과연 로봇에게 ‘감정’을 주입시킬 수 있을까. 로봇은 인간사회에 적응하고 인간이 만든 문화 속에서 함께 어울리며 문화공동체를 생성하고 창조해나갈 수 있을까.

아직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혹자는 끊임없는 과학 발전은 환경의 파괴를 통해 인류의 멸종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간이 창조한 물질적·정신적 과정의 산물이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해 효력을 상실하고 인간이 만든 문화적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로봇, 인공지능, 가상현실이 우리의 미래사회에 도래하고 삶 속에 깊이 파고들 날은 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봇은 미래사회에 외로운 싱글족들의 친구가 되어 줄 것이며, 맞벌이 부부를 위해 오후 2시 학교수업이 끝난 초등생 자녀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요양원에 거주하는 노인들을 위해 도우미 역할을 하며 노인들의 혈압, 체온, 맥박을 짚어줄 것이다.

운전면허시험장에서는 실제 주행이 아닌 VR(가상현실)을 통해 응시자의 운전면허시험을 치르게 하고, 군복무에 종사하는 군인들은 VR을 통해 가상전투 체험을 실시하며 군사훈련을 받는다. 중고등학생들은 수능시험 전 VR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제약 없이 가상 모의고사를 실시하고 자신의 현재 장단점을 체크한 뒤 실제 시험을 준비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아티스트를 준비하는 연기과, 실용음악과 학생들도 VR을 통한 가상현실 오디션을 통해 점수를 체크하고 보다 유연하고 준비된 상태에서 현장오디션에 임할 것이다.

우리는 인간과 로봇, 인공지능이 함께 어울리며 사회 속에서, 문화 속에서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모색하고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미래사회에서 로봇에 대한 지배적인 현실을 걱정하기보다는 임기응변, 감성, 창의적 발상에서 우위에 있는 인간이 로봇과 인공지능을 어떻게 잘 활용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문화와 어떻게 잘 소통하고 상호작용을 할 수 있을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피할 수 없는 선택에 직면해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에서 벗어나 로봇의 역할을 이해하고 사회와 문화 속에서 상호 공존하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