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지난해 대학로 대표 공연 제작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이 급감하면서 수익이 크게 줄어들었고 배우와 스태프에게 임금을 체불하기 시작하면서 위기는 멈추지 않았다. 최근 게임산업, 상업영화의 시장 확대, 외형만 주로 보는 관객들의 소비 심리가 뒤섞이면서 대학로 연극은 위기를 맞고 있다. 소극장들이 폐관 위기에 처해지며, 연극인들은 공연운영의 기능을 살리고 대학로 공연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학전 그린’ ‘대학로 극장’ ‘정보’ ‘까망’ 등의 소극장들이 차례로 문을 닫았다. 그 이유는 높은 임대료 때문이다. 대학로 한 극장장은 “예술에 관심이 없는 건물주들이 공연상영에는 관심이 없다”며 “월세만 잘 낼 수 있는 자영업자들이 대학로 상권을 유지하고 있다. 임대료가 워낙 비싸 색다른 예술적 실험을 하기 힘들고 로맨틱 코미디나 상업뮤지컬 밖에 할 수 없다”고 힘든 상황을 토로했다.

자본과 상업적인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현실에서 요즘 대학로 연극인들은 창작 작품에 대해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그렇다고 아무 대책 없이 놓아버리기에는 대학로 연극을 상영할 공간이 줄어든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내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대학로 공연관광 활성화를 중심으로 한 국 내 관광 콘텐츠 및 지역 다변화에 나서고 있지만, 현장에 있는 연극인들은 이전과 크게 변화된 게 없다고 말한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 난타, 김종욱 찾기, 점프, 레베카 등 유명 몇몇 작품들의 공연으로 공연관광 콘텐츠를 활성화시키고 죽어있는 대학로 연극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과거 대학로 소극장에서 무대 위 배우와 관객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과 웃고 공감하는 찰진 입담과 세상에 맞닥뜨린 풍자와 해학이 그리워진다. 어느 순간부터 20대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관객들은 대학로 연극보다 멀티플렉스 극장을 더 많이 찾아 나서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영화관을 잘 찾지 않았던 5060세대들마저 자신의 잊었던 과거와 향수를 일깨우는 영화 스토리텔링에 눈과 귀를 열고 영화관을 찾고 있다.

오히려 배우들이 살아 숨 쉬고 세상 속 현대 인간들의 답답함과 무기력함, 희망을 느낌의 언어와 정서를 통해 전달하는 연극은 외면 받고 있는 실정이다.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안타까운 세상에 대한 근심이 가득 찬 현실을 미워하고 리얼리티를 되새김질 하는 혹은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돌직구를 날리는 대사나 참여를 유도하는 생생한 에너지는 연극을 보러온 관객들을 더욱 웃게 만들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지도 모른다.

위기에 빠진 대학로 연극을 살리기 위해서는 연극 제작자 역시 새로운 아이디어,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무대연출과 캐릭터 발굴로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연구해야 한다. 대기업의 멀티플렉스 독과점의 피해자는 바로 대학로 연극인일 수 있다. 탄탄한 플롯과 CG, 볼 것이 많은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작은 연극들의 공연기회를 확대하고 연극도 관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익숙하지 않지만 친연극환경 조성에 많은 사람들이 앞장서야 한다. 영화와 연극의 양극화 현상과 괴리를 넘어서 작은 연극 속에 강한 힘을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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