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결혼기념일에 꽃바구니를 사면 스튜핏” “남에게 한턱 쓰는 식사도 스튜핏” “미래를 위해 아끼고 또 아끼면 그뤠잇.” 개그맨 김생민은 무엇을 그토록 아끼려고 했던 것일까. 자신의 짠돌이 캐릭터를 구축하고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김생민에게 이번 미투 폭로는 한동안 회복하기 힘든 이미지 추락을 그에게 안겼다. 시민들은 김생민을 보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아끼고 잘살아야겠다는 반성을 하며 살기도 했다. 그가 외치는 그뤠잇과 스튜핏을 들으며 열광했고 잘잘못을 따지고 스스로를 되새김질하기도 했다.

그저 아끼고 선량하게 사는 ‘착한 나무꾼’으로 인지했던 시민들은 그의 성추행 사실에 분노했고 자신의 스튜핏한 행동을 한 사실을 묵과한 채 서민인 척 올바른 척 하는 태도에 뒤통수를 맞았다. 김생민은 10년 전 방송 회식 자리에서 스태프 A와 B씨를 성추행 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어쩌면 그는 성추행 가해자 중 가장 빠른 시간 내 사죄하며 잘못을 뉘우쳤다.

여하튼 김생민 미투에 많은 이들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최근 직장 내에서 학교 내에서 어디든 김생민 미투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누구보다 짠내 나고 건실한 방송인으로 살아온 그이기에, 미투를 통해 드러난 김생민의 양면성은 스스로를 한순간으로 몰락시켜버렸고 돈방석에 앉은 그는 지금까지 지켜온 깨끗한 이미지마저 회복하기 어렵게 됐다.

미투 운동은 현재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어쩌면 지금도 어느 누군가는 미투운동의 가해자로 전략될까 안절부절못하며 밤잠을 설치는 이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반면 미투 피해자지만 2차 가해가 두렵거나 현재의 상황이 녹록치 않아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경우들도 상당수다. 용기를 내 목소리를 내도 오히려 가해자 또는 가해자의 측근들이 가하는 폭력은 더 큰 상처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미투 운동은 당분간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사, 교수, 시인, 연극인, 탤런트, 개그맨에 이르기까지 특정분야의 집단이나 계층이 아닌 사회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으며, 반대로 여성에게 피해를 입은 남성 피해자들도 하나둘씩 용기를 내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속적인 미투 운동은 사회의 갑과 지배권자들에게 자신의 욕망과 욕정을 위해 권력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까지 권력자들은 젠더의 우위에서 사회적 약자나 여성들에게 젠더 폭력을 행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 한국 사회를 강타한 미투 운동의 배경에는 오랫동안 묵혀있는 젠더의 권력 불균형이 존재한다. 이러한 젠더의 권력 불균형은 사회적 위치, 성별, 부, 계층을 통해 오랫동안 그 뼈대를 유지하며 성추행, 성폭력으로 그 결과를 초래하게 했다.

한 용기 있는 여검사의 폭로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한국사회는 여전히 성추행과 성폭력이 근절되지 못하고 지속적인 사회적 약자들의 피해사례가 증가했을지 모른다. 미투 캠페인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성문화 교육을 실시하고 사회적 권력자들이 사회적 약자를 통제하고 군림하기보다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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