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한국에 오디션 프로그램이 안착되고 진행된 지 10년이 됐다. 최근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믹스나인(JTBC)에 이어 더 유닛(KBS2)도 진행됐고 고등래퍼2(Mtv)가 진행 중이지만 이전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청소년들의 참여도나 사회적 반응은 대체로 무미건조하다.

오디션을 대표할만한 방송 프로그램 부재와 단절은 실력 있는 참가자들의 기회를 줄이고 무엇보다 그들의 열정을 감소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어 우려가 된다. 미국의 장수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은 2002년 첫 방송 된 미국 최고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켈리 클락슨, 캐리 언더우드, 제니퍼 허드슨, 아담 램버트 등 팝스타 등을 배출했다. FOX에서 ABC로 채널을 옮기며 현재 ‘아메리칸 아이돌 16’이 절찬리 진행 중이다.

이러한 장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은 문화예술인을 희망하는 미국 청소년들에게 열정과 꿈을 불어넣었으며, 막강한 미국 음반시장의 지원 속에 전 세계적으로 음악활동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한국의 오디션 열기는 기존에 비해 뭔가 부족하고 허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존 미친 오디션 열풍 속에 200만명 이상이 참가했던 때와 지방대를 포함해 너도나도 대학 실용음악과를 신설하고 준비된 아티스트를 생산해냈던 열기는 최근 식어가는 듯 보인다. 대중을 상대로 정확한 합격 스탠다드를 표방한 공중파, 케이블 오디션 프로그램 열기가 사그라지자, 청소년들은 각 연예기획사의 입맛에 맞는 실력과 그들의 합격기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러한 양상이 지속되면서 질이 좋지 않은 연예기획사들은 그들의 꿈을 담보로 데뷔를 시켜주겠다며 뒷돈을 요구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강습비, 학원비, 성형수술비, 심지어는 오디션참가비 명목으로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기까지 요구하며 십수 년 전 진행됐던 고질적 행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확한 데뷔로 이어지기 전까지 드는 레슨비 등을 명목으로 해당 지원자와 부모들을 안심시키고 돈을 요구한다. 물론 아무도 그 지원자의 데뷔를 확답할 수 없으며, 영화나 TV드라마 단역에 출연해도 데뷔했다고 치켜세운다. 최근 대학로에는 연출가나 안무가가 공연을 올리기 위해 소극장에 돈을 지불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작품을 올리기 쉽지 않은 무명 예술가들에게 기획비와 홍보비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미리 요구하며 작품을 올려주겠다고 설득한다.

이렇듯 공연비용을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예술계 관행이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몇몇 예술인들은 각종 오디션, 공모전이나 지원프로그램 참가 시 적게는 몇만원에서 수십만원에 이르기까지 기획비, 홍보비, 참가비 명목을 달며 비용 지불을 요구받고 있다.

한 연극인은 “작품에 출연하려면 배우도 티켓을 사서 지인들에게 팔아야 한다”며 “신인배우든 중견배우든 ‘짬밥’에 관계없이 요즘 대학로가 힘들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심지어는 그 해당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공모전 심사위원들에게 심사위원 자격을 주겠다며 심사위원 참가비를 요구하는 황당한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큰 대내외 행사에 자신의 꼬리표를 하나 더 붙이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수십만원을 지불하고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는 경우도 종종 생겨난다.

요즘 가수나 배우가 되기 쉽지 않다. 명문대 실용음악과나 연극영화과를 졸업해도 생각대로 희망대로 데뷔로 연계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스타가 되는 확률은 로또 당첨보다 더 어렵다는 이야기도 맞다. 이러한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오디션은 아티스트에 도전하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기회의 산실이자 혼자 힘으로 도전하고 꿈을 이뤄가는 관문이다.

아티스트 지원자들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오디션 현장의 설레임, 절대 강자나 절대 약자도 없는 모든 대중에게 기회를 주는 평등구조, 뫼비우스의 띠를 드나드는 상상력으로 어필할 수 있는 그 매력에 열광한다. 또한 오디션 현장에서 체감하는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발견해가며 성장한다.

한없이 높은 장벽과 치열한 경쟁구도지만 검증된 심사위원과 시청자들 앞에서 스스로를 체크하고 기술을 터득해 도전할 수 있는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활성화와 또다시 비지땀을 쏟고 젊은 혈기를 내세울 수 있는 예비 아티스들의 등장이 그리워진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