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강남 차병원이 배우 한예슬의 의료사고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특혜논란에 대한 불씨는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차병원은 한예슬이 연예인이기 때문에 특별대우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지만, 많은 네티즌들은 병원 측이 과실을 신속하게 인정하고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피력한 부분에 대해 과연 일반 환자였다면 가능했을까 하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앞서 한예슬은 지난달 20일과 23일, 자신의 SNS에 지방종 제거 수술 부위를 공개하며 강남 차병원의 의료과실을 폭로했다. 톱스타 한예슬은 “수술한 지 2주가 지났는데도 병원에서는 보상에 대한 얘기도 없고 매일 치료를 다니는 제 마음은 한없이 무너집니다. 솔직히 그 어떤 보상도 위로가 될 것 같진 않네요”라고 썼다. 톱스타의 폭로와 각종 포털사이트를 도배했던 언론의 힘이 위기에 몰렸던 차병원의 신속한 사과와 보상결단을 내리지는 않았을까. 일명 ‘연예인 특혜’ ‘VIP대접’이라는 목소리가 느껴지는 부분은 “환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의료과실 여부에 대한 판단이나 사과에 걸리는 시간을 조정하진 않는다”고 차병원은 주장하지만, 필자 스스로가 10년 전 강남 차병원의 책임회피를 느꼈던 사례가 있다.

필자의 10살 된 아들은 2009년 가을 강남 차병원에서 태어났다. 필자의 아들 담당 산부인과 여의사는 아내의 임신 20주쯤 시기이던 때 뱃속의 태아를 “엄마를 닮았네요”라고 딸임을 묘사했다. 오판한 것이다. 몸이 약한 아내를 설득하고 자연분만을 유도했던 여의사는 생존률이 20% 미만으로 태어난 아이를 뒤로한 채 레지던트를 보내 만나기 힘들다고 이야기를 전해왔고, 아이는 곧장 강남 차병원 아기 중환자실에 한 달간 입원했으며, 뇌파 치료에 한계가 있어 서울대 병원이나 신촌 세브란스 병원 등 큰 병원으로 가라고 병원에서 제안했다. 결국 6개월간 서울대병원 소아병동을 오가며 치료비도 수백만원에 달했다.

내 아들이 만약 유명 톱스타의 자식이었다면, 차병원의 대응은 어땠을까. 한예슬 의료사고 이후 일각에서는 병원이 의료과실을 즉각 인정한 것을 두고 만일 일반인이 당한 일이었다면 병원 측의 사과는커녕 의료과실로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의료분야는 의사와 환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이 매우 큰 분야다. 의료 지식이 전무한 환자 입장에서 의사의 과실 여부를 입증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예슬 의료사고를 계기로 의료분쟁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특히 ‘많은 의료사고 피해자들의 입증책임을 완화할 수 있는 법률 제정을 부탁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상당수의 국민들이 청원에 동참하고 있다. 한 청원인은 의료사고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불평등 문제를 거론하며 한예슬과 같은 의료사고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배우자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강남 차병원은 더 이상의 의료사고를 방지하고 인식하는 차원에서라도 한예슬의 의료사고 피해보상 방안과 규모를 정확히 밝혀야만 한다. 일반 병원에서도 언제나 의료진의 부작위로 인한 의료과실로 연결되는 현상들이 발생할 수 있다. 평범한 피해자들에게도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며, 피해자들 역시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소송에 대비하기 위해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발 빠르게 증거를 확보해 입증책임의 불리함도 이겨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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