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불교연대가 29일 오후 서울 장충동 우리함께빌딩 2층 문화살롱기룬에서 ‘불교계, #미투 운동을 말하다 토론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9
성평등불교연대가 29일 오후 서울 장충동 우리함께빌딩 2층 문화살롱기룬에서 ‘불교계, #미투 운동을 말하다 토론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9

불교계, #미투 운동을 말하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 있어 절에 가서 스님께 상담을 청했어요. 너무 힘들어서 눈물을 흘리며 우는데 갑자기 저를 껴안고 입을 맞추는 거예요. 너무 놀라서 화를 내고 나와 버렸어요. 그 당시 불쾌하기는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죠. 세상이 바뀌면서 그 일이 성폭력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 후에 한 번 찾아갔어요. 스님에게 그때 왜 그랬냐고 물으니 ‘여자가 우는데 어찌 예쁘지 않냐?’는 대답을 들었어요. 뻔뻔스럽게 어떻게 그런 얘길 할 수 있죠? 기가 막혀서 화를 내고 나와 버렸죠.”

성평등불교연대가 29일 오후 서울 장충동 우리함께빌딩 2층 문화살롱기룬에서 ‘불교계, #미투 운동을 말하다 토론회’를 연 가운데 나무여성인권상담소 김영란 소장이 이 같은 사례를 발표했다.

김 소장은 그동안 불교계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들을 소개하며 “미비한 처벌과 법적 체계 부실로 이러한 피해가 지속해서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그는 종교 안에서의 성폭력에 대해 “내면화된 종교적 교리와 신앙이라는 삶의 가치, 신앙공동체라는 끈끈한 소속감과 같은 특성들이 더해져 폭력을 더욱 은폐하게 하고 피해에 대한 적절한 지원과 도움을 받지 못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성폭력 발생을 줄여나가는 대안으로 ▲성평등 패러다임과 비전 제시를 위한 기구 설치 ▲젠터폭력예방센터 운영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교단의 성차별‧성폭력예방지침서 제작확보 등을 제안했다.

종교와젠더연구소 옥복연 소장은 불교계 미투 운동을 위해 “오랜 시간 억눌려왔던 여성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단에서 성범죄가 발생하면 종단 차원에서 가해자가 누구든지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교회 내 성폭력 방지 특별위원회’를 설립한 것 같이 불교계서도 ‘성평등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이채은 간사는 “스님이라는 신분이 권력이 돼 성폭력을 하고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숨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문제가 된 스님은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간사는 “불교계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성희롱‧성추행과 성차별‧여성혐오적 발언에 대해 누구나 당당하게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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