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사드 배치는 왜 서둘러야 했을까? 나름대로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은 얼마 전 무수단 미사일 발사 성공으로 핵무기 투발능력을 유감없이 과시하였다. 무수단 미사일이 성공함으로써 평양은 워싱턴에 대해 협상력과 함께 공격능력을 동시에 보여준 셈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행태론적으로 김정은은 얼마든지 핵무기를 조기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지도자다. 그에게는 ‘조기통일론’이란 것이 있다. 자신들의 체제가 더 약화되기 전에 남한을 삼켜 ‘자기 것’으로 만들겠다는 공상이 바로 그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종결함에 있어 맥아더 원수는 일본 열도를 공격하여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는 데 약 200만명의 희생자가 발생할 것으로 계산하고 20만명이 희생되는 두 발의 원자폭탄으로 속전속결하였다. 김정은이 왜 그런 생각을 안 할까. 그도 벼랑 끝에 선 평양 정권의 허약함을 너무 잘 알기에 핵무기가 완성되는 순간 원자폭탄에 의한 한반도의 통일을 먼저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드는 적절한 시기에 배치가 전격 결정됐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사드는 북의 미사일에 대한 방어력 강화라는 순수 군사적 측면과 함께 중·러가 얽혀드는 국제정치적 측면을 동시에 띠고 있다.

어느 한쪽을 무시하거나 기우는 결정을 해서는 나중에 큰 화근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다. 이번 배치 결정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번 결정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다. 북은 우리 중부권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스커드 B·C와 함께 최근 고각 발사 노동미사일을 통해 남부권까지도 직접 위협하고 있다. 북은 괌을 겨냥하는 무수단이나 미 본토까지 이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외에 이런 스커드·노동미사일을 1000기 안팎 보유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능력은 나날이 확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다면 국가라 할 수 없다. 사드가 실전 운용되기 시작하면 기존 패트리엇 방어망의 한계를 크게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이것은 주한 미군이 미 정부 예산으로 들여오는 것이기 때문에 한·미 동맹 강화 차원에서도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중국은 예상대로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발표가 나자마자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러 정상은 지난달 25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이 지역 국가들의 전략적 안전과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했다. 얼마 전 중국 관영 언론에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식의 협박성 말도 나왔다. 이웃 국가의 행동에 이렇게 거칠게 반응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 측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보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 캐나다에 미국을 감시하는 중국 레이더 기지가 들어서는 것과 똑같다는 비유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이 이렇게 반응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평양정권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온 지난 20여년 동안 중국이 단호하게 대처하고 제재했다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도 않았다. 중국이 사드를 한반도에서 빼내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북의 오판을 근본적으로 바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중국의 생각은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즉, 몇 년 전부터 센카쿠열도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이, 남중국해 여러 섬 영유권 문제를 놓고 중국과 베트남·필리핀 등이 갈등을 벌이면서 동아시아 지역 일대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여기서 뭔가 레버리지를 얻겠다는 속셈인 것 같다. 이번 사드 배치 결정이 이런 소용돌이에 말려드는 빌미가 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우리는 중국에 이렇게 말해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포기가 이뤄지면 즉시 사드를 철수할 테니 걱정마시라”고.

국내적으로도 한바탕 소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제주 강정 해군기지의 사례에서 보듯 이른바 ‘활동가’로 포장한 반미 좌파들이 개입하는 상황도 얼마든지 예상해볼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의 불만과 불편은 최대한 보살펴야 하겠지만 이런 정치적 선동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이제 한반도는 가장 최신식 무기가 마주선 ‘결전장’으로 변화됐다. 김정은 정권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은 안중에도 없이 모험적인 핵무기 개발로 끝끝내 다시 한번 한반도를 불바다로 만들어도 좋다는 이판사판식 행태로 나오고 있다. 벌써 SLBM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LBM 개발이 완성되면 사드 이상의 무기가 있어야 방어가 가능하다. 그때 우리는 또 어떤 대응으로 맞서야 할지 걱정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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