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한국사회 불평등과 종교의 역할’ 세미나가 열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십일조·보시’ 대안으로 제시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종교계에서도 불평등의 문제를 자비행과 복지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한계를 극복하고 제도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에서 성찰해야 할 때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사회연구소(불사연)가 우리 사회 빈부격차와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불교계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나선 가운데 1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사회 불평등과 종교의 역할’ 세미나에서 불사연 소장 법안스님이 이같이 말했다.

법안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모든 부처는 대자비를 이뤄 대비의 힘으로서 중생을 유익하게 한다’고 했다”며 “모든 생명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불교가 사회적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무거운 마음으로 성찰하게 된다”고 화두를 던졌다.

이에 고려대 윤성식 교수는 불평등에 대한 불교의 역할에 대해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불교복지국가’와 ‘중생구제’를 언급하며 먼저 “평등에 대한 불교 교리를 불자들에게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불교가 평등의 모범이 돼 경전에 나타난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평등을 교단 내에서 실현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 처하는 출가자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에 불교의 이상을 주장하고 불교의 이상이 현실 정치와 경제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양한웅 전문위원도 종교계가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언했다. 그는 “종교는 인간이 탐욕을 일으키지 말고, 거짓된 일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다”며 “자본이 노동자로부터 왜곡되게 벌어들인 초과 이윤을 인간의 평등, 평화, 공존 정신에 맞춰 적정한 수준에서 사회적 환원을 권유하거나 국가가 그 역할을 하도록 촉구하는 역할을 종교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은 기독교의 십일조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을 설명하며 “십일조 정신이 자본에게 적용될 수 있다면 세상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또 불교의 ‘육바라밀 수행법’ 중 ‘보시’를 예로 들었다. 보시는 주위사람들에게 베풀고 나누는 행동을 말한다. 육바라밀은 해탈을 이루기 위해 닦아야 하는 여섯 가지 덕목으로 보시(布施)·지계(持戒)·인욕(忍辱)·정진(精進)·선정(禪定)·지혜(智慧)를 가리킨다.

양 위원은 “종교는 인간의 탐욕스러운 마음을 없애나가도록 가르쳐야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존재해야 하겠지만 비뚤어진 세상의 모순 속, 불평등 속에 살아가는 것을 감수하고 기도하고 수행하라고만 해서도 안 될 것”이라며 종교인들에게 분별력을 요구했다.

이날 기조발제는 경북대 이정우 명예교수가 맡았으며 주제 발제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원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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