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닮았다

김영송

맥도날드 커피숍
창밖엔 겨울비 내리고
처마 끝
누군가를 닮은 백발의 홈리스 할머니
비 내리는 하늘만 바라본다
무엇을 생각할까
가난을 딛고 살아온 세월의 그림자, 주름진 얼굴
세상을 달관한 그 눈빛 고요한데
바라보는 내 마음 왜 이리 아플까
내 나이 칠순 넘어 슬하엔 자식 손자
잠자리 편안해도 아직도 음식투정, 몸살투정
커리 한잔에 행복한 미소
저 인자한 모습 누군가를 닮은…

 

[시평]

김영송 시인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살고 있는 사람이다. 먼 이국의 땅, 겨울비 쓸쓸히 내리는 어느 날, 맥도날드 커피숍에 앉아 창밖을 내다본다. 창밖으로는 집이 없어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아가는 일컫는바 홈리스 할머니가 한 분 비를 피해 맥도날드 처마 끝에 앉아 있다. 

가난을 딛고, 가난 속에서 살아온 세월이 얼굴의 주름으로 그대로 드러나는, 집도 절도 없는 이국(異國)의 할머니. 망연히 하늘만을 바라보는 그 눈빛에는 이제 세상의 모든 일을 포기한 듯, 아니 모든 일을 달관한 듯한 모습이 담겨져 있다. 

그러한 이국(異國)의 할머니를 바라보면서, 다만 따뜻한 커리숩 한 잔에도 행복한 미소를 짓는, 그 모습. 누군가 닮은 듯한 그러한 모습. 아, 아 아련히 가슴 속 묻어둔, 오래 전 먼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니, 그 어머니의 가난했지만 그러나 늘 인자하셨던, 자식을 위해서는 세상의 모든 것을 달관해야만 했던 그 어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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