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동

김종해(1941~  )

며칠 후면
한 사람이 하늘로 떠날 것이다
먼저 떠나는 사람과
남아 있는 사람
지상의 대합실은 슬픔으로 붐빈다
아무도 모르는 그곳
구름보다 더 높이
영원보다 더 오랜 곳
수많은 사람들의 행렬이
가고 또 가도 채워지지 않는 그곳
마지막 이별의 슬픔은
언제나 남아 있는 자의 몫이다
며칠 후면 이곳에
또 다른 사람이 와서
하늘로 떠날 것이다.

 

[시평]

마지막으로 환자가 머무는 곳, 호스피스 병동. 이곳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 사람들, 이제 며칠 후면, 그 사람들 하나하나 하늘로 떠날 것이다. 그러면 이 호스피스 병동, 남아 있는 사람, 그 사람들의 슬픔으로 가득하게 되리라.

호스피스 병동. 구름보다 더 높은, 영원보다 더 오랜, 수많은 사람들이 가고 또 가도 채워지지 않는 그곳, 그곳 하늘나라로 가기 위하여 잠시 머무는 그러한 자리. 그리하여 마지막 이별의 슬픔으로 늘 붐비는 그러한 자리. 그리고 마지막 이별은 언제나 남아 있는 자의 몫이라는 그 엄연함을 일깨워주는 자리.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들의 슬픔으로 붐비는 호스피스 병동. 지상의 마지막 대합실. 아무도 모르는 그곳으로 가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지막 슬픔으로 늘 붐비는 자리. 이별의 슬픔을 남은 자의 몫으로 남겨놓고, 또 다시 호스피스 병동은 며칠 후면 다른 사람이 하늘로 떠날, 슬프디 슬픈 준비를 하고 있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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