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폭포

조운(1900~?)

사람이 몇 생이나 닦아야 물이 되며 몇 겹이나 진화해야 금강에 물이 되나! 금강에 물이 되나!

샘도 강도 바다도 말고 옥류(玉流) 수렴(水簾) 진주담(眞珠潭)과 만폭동(萬瀑洞) 다 고만 두고 구름 비 눈과 서리 비로봉 새벽안개 풀끝에 이슬 되어 구슬구슬 맺혔다가 연주팔담(連珠八潭) 함께 흘러

구룡연(九龍淵) 천척절애(千尺絶崖)에 한번 굴러 보느냐.

 

[시평]

사람이 한번 이 세상에 태어나, 진정으로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란 과연 어떠한 것인가. ‘사람답게 사는 것’, 고관대작이 되는 것, 아니면 이름을 만방에 날리는 것, 아니면 천만금을 소유하는 부자로 사는 것. 모두, 모두 아니리라.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 그 일에 빠져서 사는 것, 그래서 그 일을 위하여서는 천 길 낭떠러지기라도 뛰어내릴 수 있는, 그런 삶이 진정 사람답게 사는 것 아니겠는가.

구룡폭포는 강원도 외금강에 자리하고 있는, 그 규모가 장엄한 폭포로 알려져 있다. 이 장엄한 폭포의 물이 되어 구룡연(九龍淵) 천 척(尺)이나 되는 깎아지른 절벽(千尺絶崖)에서 한번 몸을 날려 굴러 보는, 그와 같은 삶을 살 수 있다면, 구름 비 눈과 서리 비로봉 새벽안개 풀끝에 이슬이 되어 구슬구슬 맺혔다가 연주팔담(連珠八潭)과 함께 흘러, 흘러서, 구룡연 천 척(尺)이나 되는 높고 높은 그 절애의 절벽에서 한번 굴러 떨어지는, 그런 절대의 삶을 살 수 있다면, 진정 사람답게 사는 길 아니겠는가.

금강산 구룡폭포를 울려다 보며, 그 까마득히 높고 높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그리하여 금강산의 그 아름다움과 함께 흐르고 흘러서, 까마득히 높고 높은 폭포에서 온몸을 굴러 보고픈 그런 삶. 그 누구도 한번쯤 꿈꾸는 그런 삶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