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군 조호군한의원 원장

 

과거로부터 뇌신경세포는 한번 죽으면 재생되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다. 타박상 등으로 뇌세포가 손상되면 영구히 이들 세포는 재생되지 않는다. 중풍으로 인해 신경세포가 손상을 입어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중풍으로 사지가 마비됐던 환자가 재활치료를 열심히 해서 근력이 회복되는 현상은 무슨 이유인가? 그것은 손상된 세포에 인접해 있던 세포가 손상된 세포의 기능이나 역할을 대신해 주기 때문이다.

기억력이나 감정을 조절하는 뇌신경세포의 기능을 담당하는 주된 구역은 해마 부위이다. 해마 부위는 뇌의 피질 바로 밑에 시상하부와 인접해 있는 부위이다. 이 해마 부위가 건강하다면 기억력은 좋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기억력이 점차 약해질 것이다.

미국인 암 전문의의 말에 따르면, 암 치료를 받은 환자 중 일부 환자가 우울증을 자주 겪는다고 한다. 암 치료 후에 우울증이 발병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항암제의 부작용 중의 일부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 이유는 항암요법의 기본속성에 기인한다. 항암제는 기본적으로 세포분열을 빨리 하는 세포, 즉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신경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 즉 해마 부위에서 세포가 증식하는 것을 억제한다는 의미이며 이로 인한 우울증 발생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마 부위에서 세포재생이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어린이가 아닌 성인의 경우에도 뇌의 신경세포 증식이 가능할까?

과거의 상식으로는 납득되지 않는 이러한 내용은 최근의 과학적 연구 결과 사실로 나타나고 있다. 즉, 인간의 뇌세포는 나이가 들어서도 증식할 수 있다. 뇌의 신경세포, 즉 뉴론(neuron) 자체의 숫자가 증가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이는 뇌기능이 향상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성인의 경우 누구나 해마 부위에서 하루에 700개의 새로운 신경세포를 생산한다고 한다.

수적으로 하루에 700개의 세포가 만들어진다는 의미는 수십억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뇌세포에서 중요하지 않게 생각되지만,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50세의 나이에 이르면 인간의 해마 부위는 출생 시와 다른 전혀 새로운 세포들로만 구성되게 된다.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해마 부위에서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지는 것이 증명되었는데, 이는 실험용 쥐의 해마 부위를 직접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후에 확인된 사실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해마 부위가 건강해지면 나이가 들어도 좋은 기억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 되며 또한 감정, 정서적으로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비록 나이가 들어도 해마가 건강하면 이처럼 좋은 정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해마의 세포분열을 억제 혹은 차단한다면 기억력도 감소하고 정서적으로 힘든 상태, 즉 우울증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방법으로 해마의 세포증식을 촉진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 발견된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자면, 새로운 것에 대해 연구하거나 학습한다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예컨대 외국어를 새로이 공부하거나 새로운 학문을 공부한다면? 이는 해마의 세포증식에 기여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해마의 증식에 어떠한 영향이 있을까? 잠을 적게 잔다면? 이는 반대로 해마의 증식을 억제한다. 나이가 증가하면 이는 해마의 증식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지만 완전히 멈추게 하는 것은 아니다. 달리기를 한다면 이는 해마증식에 기여한다. 이는 동물실험에서도 증명됐는데 러닝머신을 계속 달리게 한 실험용 쥐의 경우 해마의 세포분열이 상태가 더욱 좋은 상태를 유지했다. 활발한 활동을 한다면 대체로 해마에 좋은 영향을 준다.

식습관도 해마에 영향을 많이 주는데 평소 자신의 식생활에 비하여 20~30% 칼로리를 제한하면 긍정적 영향을 준다. 한끼 식사를 가끔 거른다면(한끼를 단식하는 것) 역시 긍정적이다. 이러한 방식은 전체적 신진대사에 영향을 줌으로써 신경세포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야채나 채소류에 많이 함유돼 있는 플라보노이드 성분 역시 해마에 좋은 영향을 준다. 그와 달리 포화지방산이나 알코올은 해마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판단된다. 총체적으로 볼 때,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습관은 우리의 기억력 향상 및 정신건강에 도움을 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