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2016년 3월 7일은 역사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다. 이 날은 한반도가 ‘지구촌 화약고’라는 말을 입증시켜 주는 결정적 날이 됐다. 3월 7일부터 짧게는 2주, 길게는 8주 동안 한미연합훈련(키 리졸브, 독수리 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이 한미연합훈련은 어쩌면 한반도를 넘어 인류 최대의 규모로 실전을 방불케 하는 연합훈련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약 2주간에 걸쳐 진행되는 키 리졸브(key resolve, ‘중대한 결의’) 연습은 합참과 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 등 지휘소에서 각 부대 한미 지휘관과 참모들이 북한의 남침을 가정해 한반도 방위를 위한 증원 전력 전개와 격퇴를 시나리오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며, 실제 병력이 움직이지 않는 지휘소 연습(CPX)이다. 약 8주에 걸쳐 진행되는 독수리 훈련(eagle project)은 대규모의 상륙 훈련 등 실제 병력과 장비가 움직이는 야외 기동훈련이다. 즉, 모의훈련과 실제훈련이 조화를 이루며 진행되므로 훈련의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최상의 훈련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하는 이유다.

금번 훈련은 정기적인 훈련이라고는 하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따른 유엔안보리제재 통과와 함께 이어지는 훈련으로서 북핵 포기를 위한 실질적 압박의 의미가 크다. 사상최대연합훈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30만이라는 한국군 절반과, 미군 또한 1만 7000여명의 정예요원이 참여하게 되며, 내용면에서도 획기적인 것은 ‘하늘의 저승사자’라는 닉네임을 가졌으며, 북한 김정일이 가장 무서워 한다는 B-2 스텔스 폭격기와 현존 최강 전투기로 손꼽히는 F-22(랩터) 스텔스 전투기, ‘바다 위 군사기지’라는 닉네임을 가진 항모 존 스테니스함, ‘보이지 않는 주먹’라는 닉네임을 가진 핵 잠수함 노스캐롤라이나함 등 미군이 자랑하는 전쟁을 위한 최첨단 전략자산이 총 동원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최첨단 전략자산 외에도 앞서 언급했듯이 예년의 1.5배(한국군)와 2배(미군)가 증강된 동원병력은 첨단 무기와 함께 가공할 위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게 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한미연합훈련이 갖는 성격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금번 훈련은 지금까지의 (방어)전략차원에서 완전히 벗어난 사실상 ‘선제타격훈련’이라는 데 방점이 맞춰져 있으며, 이는 양국이 지난해 6월 서명한 ‘작계 5015’를 적용한 최초 한미훈련이라는 점에서 괄목할 만하다.

‘작계 5015’의 핵심은 북한 최고 수뇌부와 핵과 미사일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시나리오로 구성돼 있으며, 나아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 선제 대응한다는 개념으로 먼저 탐지하고 교란하고 파괴하고 방어하는 4단계 방어대응전략인 ‘4D작전’도 이번 훈련에 적용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한미 연합 해병대가 동서에 거점을 마련함으로써 동시 상륙해 적의 심장부(평양)까지 침투 점령하는 상륙작전 즉, 쌍용훈련이 골격을 이루고 있으며, 이같이 수립된 ‘작전계획 5015’를 금번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점검하는 성격도 가진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손자병법을 의식이라도 한 듯, 한미 방어 전략이 수동적 방어적 개념에서 능동적 적극적 선제적 개념의 방어 전략으로 수정 보완됐다는 점이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바로 이 같은 대북 군사전략의 수정과 이를 위한 한미훈련이 유엔안보리제재 통과보다 북한 수뇌부를 극도로 자극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이를 방증하듯, “한미합동군사연습이 노골적인 핵전쟁 도발로 간주된 이상 우리(북)의 군사적 대응조치도 선제적인 핵 타격전이 될 것”이라며 신경질적 반응을 연일 토해내고 있으며, 이는 김정은의 두려움이 역설적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게 한다.

이렇듯 일촉즉발의 위기감을 안고 있는 한반도 정세가 여느 분쟁지역과 확연히 다른 점은 ‘핵전쟁’이라는 용어와 표현이 노골적이며 직접적으로 언급되고 있으며, 실제 실전 배치돼 있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처럼 군사와 외교 안보가 딜레마에 빠져 있는 가운데 정치마저 총선과 맞물리면서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대혼란과 함께 위기를 맞고 있음이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다’라는 말도 있기는 하다. 즉, 유사이래(有史以來) 인류최고의 최첨단 살상무기의 전시장으로 변한 한반도는 전쟁이 가져올 대재앙을 상상하게 하고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오히려 전쟁이 없는 지구촌 건설의 필요성을 깨닫게 하는 급반전의 역사가 불 일듯 일어날 수도 있음을 가늠케 하고 있다.

이러한 때 생각나는 것은 약 1400년 전 중국 당나라 때, 이순풍과 원천강이 그려 낸 ‘추배도(推背圖)’라는 예언서다. 내용인즉, 60가지가 예언돼 있는데 지금까지 55개가 적중했고,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5개라 한다. 55개의 예언이 이미 이루어졌다면 남은 5개도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남은 예언은 태평양을 사이에 둔 두 나라가 핵전쟁을 벌이고 있을 때, 키가 3척인 한 아이가 등장해 모든 외국인들이 와서 절을 하게 만들며, 이 문제 즉, 핵전쟁의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평화를 가져 온다는 해피엔딩(happy ending)이다.

미국의회 청문회에서 한 의원이 원자폭탄을 발명했던 로버트 오펜하이머에게 “혹시 원자폭탄보다 더 강한 폭탄은 없느냐”는 질문을 했다. 그러자 오펜하이머는 빙긋이 웃으며 “있습니다. 그것은 ‘평화’입니다”라고 답했다. 흔히 전쟁을 정의와 평화를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라 말하곤 한다. 그것은 강자와 독재자의 모순된 자기논리며 이기적 합리화다. 지금이야말로 전쟁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평화를 택할 것인가. 인류는 이 두 가지 물음에 답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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