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겨울 한파도 지나고, 봄의 길목에 들어섰다는 입춘도 훌쩍 지났다. 한겨울 혹독한 추위도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그 길을 내어주고 있건만 아직 세상만은 그 얼어붙은 마음을 풀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소식 중에는 천륜과 인륜을 저버린 사건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이는 이제 어제 오늘 일이 아닌 비일비재한 일이 되고야 말았다. 

게임을 하러 외출해야 하는데 홀로 키우던 생후 26개월 된 아들이 방해가 된다며 배를 때리고 손바닥으로 입과 코를 막아 살해한 20대 남성이 있는가 하면, 두 딸을 데리고 가출했던 40대 여성이 5년 전 7살 큰 딸을 때려 살해한 후 암매장하는 일까지 꿈에서라도 생각하기 끔찍한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강은영 박사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의 82.7%가 부모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학대유형 중에는 신체학대, 정신학대, 방임, 성적학대 등에서 2가지 이상이 동시에 이뤄진 중복학대가 40%를 차지했으며, 방임이 34%, 정서적 학대 13%, 신체학대 8%, 성적학대 4%, 유기 1% 등의 순이었다. 

그렇다면 왜 부모에 의한 학대와 살인, 시신훼손이라는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전문가들은 부모의 학대경험이 대물림되거나 아이를 키울 준비가 안 된 미숙한 양육 태도와 방법으로 아동학대 가해자 부모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부모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사회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하는 종교·정치 지도자와 같은 이들조차 이러한 극악무도한 일에 관여돼 있으니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다.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부천 목사부부의 살인사건은 국민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딸을 살해해 집안에 보관하고 태연하게 일상생활을 이어갔다. 이들에 의해 숨진 이모양은 목사인 아버지와 계모에게 장시간 폭행당한 뒤 쇼크사 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모의 학대에 의해 억울하게 죽은 것도 모자라 11개월 가까이 유기됐다. 경찰에 의해 이양이 발견됐을 때는 밀랍형 미라 상태였다. 시신에서 나는 냄새를 감추기 위해 방향제를 뿌리고 향초와 제습제 등을 놓아 시신을 밀랍화하려는 정황이 드러났다. 

사망 당일 이양은 속옷만 입은 채로 장시간 부모에게 맞았으며, 이들 부모는 딸을 때리다 지쳐 휴식을 취한 뒤 다시 폭력을 행사했다고 하니 참으로 인간의 탈을 쓴 괴수가 아니겠는가. 자신들에 의해 숨진 딸을 행방을 감추기 위해 가출신고를 하는가 하면, 딸이 숨진 이후에는 딸의 담임교사와 3개월 넘게 연락하며 딸의 안위를 걱정했다고 했다. 

대학에서는 동료들에게 평판이 좋았고 학생들에게는 인기가 있었다던 목사이자 한 신학대의 교수. 이들 부부의 이중생활은 경찰이 장기결석 초중생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밝혀지게 됐다. 이렇듯 아동학대에 관한 사건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자 이제야 정부는 가족관계 증진을 위한 가족교육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개발 등 ‘가족관계 증진을 위한 서비스 기반 조성’을 주요 정책과제로 내세웠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서 학대 아동 및 청소년에 대한 감시를 중요하게 다룬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런 일들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것에서는 대다수의 국민은 분노의 마음을 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굴뚝에 연기가 나야 그때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 것은 삼척동자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봐야 무용지물이다. 

국민이 믿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민관이 나서서 이러한 사회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자신의 분노를 가족에게 표출하는 것이 마치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일인 것처럼 생각하는 그 잘못된 생각을 뿌리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병이라면 고쳐야 하고, 교육의 부재 때문이라면 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뿌리가 깊어 뽑기 힘든 잘못된 관습과 문화를 한 번에 다 뿌리 뽑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 뿌리를 뽑아내기 위한 작업은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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