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한 편이 있다. 일제치하에서 종교적 신념까지라도 강제하려 했던 만행으로부터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지키기 위해 일사각오(一死覺悟)의 정신으로 싸우다 순교한 고(故) 주기철 목사(1897~1944년)의 일대기를 다룬 ‘일사각오(감독 권혁만)’라는 영화다.

1930년대 후반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일본 고유의 신이나 천황 등을 신으로 모신 신사를 전국에 세우고 절하도록 하는 소위 ‘신사참배(神社參拜)’를 강요했다. 이 과정에서 1938년 9월 10일 ‘조선예수교장로회’는 제27회 총회에서 신사참배에 찬성하는 긴급 동의안을 가결시켰다. 요약하면 “신사참배를 솔선하여 열심히 행하고 나아가 국민정신동원에 참가하여 비상시국 아래 후방의 황국신민으로서 열과 성을 다하기로 결의한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황국신민(皇國臣民)’이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자국민을 천황이 다스리는 나라의 신하된 백성이라는 의미로 쓰던 말이다.

이처럼 신앙의 정절을 지키지 못한 배교(背敎)행위는 장로교로부터 시작됐고, 이는 다른 교단은 물론 백성들마저 신사참배를 하게 하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그러나 모두가 신사참배에 참여할 때, 영화 속 주인공 주기철 목사는 온갖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저항하다 47세 젊은 나이에 옥사(獄死)했다. 한편 일제 강점기, 이같이 배교의 길을 걸은 한국교회에 대해 반성과 쇄신을 요구하다 기득권 세력에 밀려난 ‘고신파’는 이 모든 배교역사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영화 일사각오는 작금의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한국교회에 ‘신앙과 믿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며 나아가 새로운 신앙의 이정표가 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충격을 주는 역사적 사실이며 진실이 있다. 신사참배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온 한국교회의 역사는 종교도 신앙도 아닌 그야말로 신(神)과 무관한 배교의 역사요 배신의 역사로 점철돼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고 했던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즉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단체가 있다. 이 단체 역시 신사참배를 자행한 장로교의 유전(遺傳)을 이어 받아서인지 그 태동부터가 왠지 석연찮다.

잠시 한기총의 출범을 살펴보면, 1960년 삼선개헌 반대를 목적으로 탄생한 소위 진보진영이라고 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견제하기 위해, 1989년 12월 장로교를 중심으로 한 보수 세력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CCK)’가 창설됐으니, 정치적 목적이요 권력의 시녀로 그 시작을 알린 것이 분명하다.

이는 일제 식민시대나 오늘날이나 장로교는 입으로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실상은 이방신을 섬긴 교단이라는 명백한 증거인 것이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인 것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한기총을 창립한 그 주인공이 바로 한경직 목사라는 데 있다(한기총 홈피 참조). 한경직 목사는 오늘날 한국교회는 물론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가장 존경하고 흠모하는 대표적 성직자로 추앙받고 있다. 어이없는 것은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그토록 흠모하는 한경직 목사는 다름 아닌 신사참배 결의에 앞장섰던 대표적 인물이라는 데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경직 목사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신사참배를 결의한 1938년 제27회 총회에 의산노회의 대표로 참석했다는 사실이다(조선야소교장로회총회 제27회 회록, 3쪽).

이처럼 그 어떤 단체보다 거짓되고 불의하며 비종교적이며 반국가·반민족적이면서도 가장 신실하고 거룩하고 정의로운 단체인 양 신앙인들과 국민들을 속여 왔다는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기득권을 누리며 정치와 하나 된 한국교회는 이 같은 거짓을 감추기 위한 방편으로 더욱 더 거짓말을 해야 했고 적반하장 격으로 남을 음해해야 했으며 나아가 권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어찌 이뿐이겠는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한기총은 각 교단이 모인 연합체로 구성돼 있고. 구성된 교단은 자신들의 거짓을 비호하는 나팔수로 또 하나의 기관이 필요했으니 바로 기독교 언론과 방송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 언론기관이 바로 ‘CBS기독교방송’이며, 이 CBS는 각 교단의 후원으로 운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두 기관은 서로에게 있어 필요하고 충분하기에 ‘필요충분조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잠시 민족과 한국교회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 성서적 관점에서 들여다 볼 여지가 있다. 흔히 이스라엘의 역사와 우리나라의 역사는 유사한 점이 있다고 말들 한다. 2700여년 전, 실제 이스라엘은 남유다와 북이스라엘로 분열된다. 이는 이스라엘의 살아 있는 실제 역사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러한 정치적 역사가 성서 속의 역사라는 점이다. 성서 속의 역사라는 의미는 그들이 절대 신으로 섬기던 하나님의 경륜 가운데 있어진 사실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 이스라엘의 분열은 솔로몬왕 때, “나 외에는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하나님의 절대적 명령을 어기고 다른 신 곧 이방신을 섬긴 데 대한 하나님의 징벌이요 심판이었다(구약, 왕상 11장).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분단 또한 한국교회가 가장 존경하는 한경직 목사를 비롯해 장로교 목사들의 신사참배 즉, 하나님 대신 일본 천황신이라는 이방신을 섬긴 결과라는 데 이견(異見)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잠긴 자물통을 열려면 잠근 키로 열어야 열리듯, 한반도 분단이 한국교회의 배교가 그 원인이라면, 한반도 통일도 정치적 수단이나 무력이 아닌 한국교회와 지도자들의 진심어린 회개와 함께 다시 나는 길만이 해결책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이제 이 나라 국민들은 더 이상 거짓과 위선의 굴레에 갇혀 있지 말고 벗어나야 한다. 때가 가까이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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