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설 대비 성수품 평균가 낮아
작황 부진으로 과일 가격 치솟아
대형마트 구매 차례상 비용 최대
98% “설 장바구니 부담 느낀다”
정부, 물가 안정 위한 할인 대책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3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설 명절을 앞두고 농축산물 주요 성수품 평균 가격이 전년도 설 직전과 비교해 낮은 수준을 보였음에도 날씨 탓에 생산이 줄어 치솟은 과일값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장바구니 물가가 비상이다.

4일 통계청의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사과와 배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56.8%, 41.2% 뛰었다.

작황 부진으로 지난해 가을부터 치솟기 시작한 사과값 상승률은 작년 9월 56.8%, 10월 74.7%, 11월 56.8%, 12월 54.4%를 기록하는 등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사과는 수입이 되지 않기 때문에 올해 수확 철이 오기 전까지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년 동월 대비 과일 품목별 상승률로는 사과가 가장 높았으며 복숭아 48.1%, 배 41.2%, 귤 39.8%, 감 39.7%, 밤 7.3% 등이었다. 설 성수품인 조기도 6.4% 올랐다. 축산물 가격을 보면 국산 쇠고기는 1.2%, 돼지고기는 2.3%, 닭고기는 3.8% 등 감소세를 보여 안정적인 반면 수입 쇠고기는 5.7% 상승했다.

수산물 중 오징어 가격은 작년 설 성수기 대비 생산량이 줄어 12.0% 상승했으나 갈치와 명태 가격은 각각 9.2%, 5.0% 떨어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조사한 10대 설 성수품 소비자가격은 지난해 설 전 3주간 평균가격보다 2.6% 낮은 수준을 보였다. 다만 지난해 기상재해로 생산량이 줄어든 사과, 배 등은 여전히 지난해보다 다소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물가 상승률에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 기준 28만 15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비용은 38만 580원으로 전통시장보다 35.2%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구매 비용은 지난해 설 때보다 각각 8.9%와 5.8% 늘었다.

이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부담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농촌진흥청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98%가 설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을 느끼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매우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은 71%, ‘부담을 느낀다’는 27%로 부담을 느낀다는 비중이 98%에 이르렀다.

특히 과일에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은 65%에 달했다. 과일 가격 상승으로 인해 43.9%는 구입을 줄이고 23.6%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못난이 과일 구매 등으로 눈을 돌리기도 했다. 10.4%는 할인행사를 활용해 과일을 구매한다고 응답했다.

사과값이 급등했음에도 설에 구매하려는 수요가 가장 많은 과일은 역시 사과였다. 설에 구매하려는 과일로는 27%가 사과를, 21%가 배를, 16%가 감귤류를 꼽았다. 높은 가격 탓인지 차례용 과일의 크기는 그대로 두고 개수를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명절 가족 외식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4.3%로 지난해 11월 이후 두 달간 둔화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전체 평균의 1.5배 수준이다. 지난 2021년 6월부터 32개월 연속 전체 평균을 웃돌고 있다.

지난달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 84.6%인 33개 상승률이 전체 평균보다 높다. 피자가 9.9%로 가장 높고 이어 죽(외식)(6.9%), 비빔밥(6.9%), 오리고기(외식)(6.6%), 냉면(6.3%), 김밥(6.3%), 도시락(6.2%), 떡볶이(6.1%), 햄버거(6.0%), 설렁탕(5.5%), 맥주(외식)(5.5%), 해장국(5.5%), 치킨(5.4%) 등 순이었다.

가공식품은 73개 중 54.4%인 43개 상승률이 전체 평균을 상회했다. 소금이 20.7%로 가장 높았으며 설탕(20.3%), 차(20.2%), 당면(17.1%), 스프(15.8%), 아이스크림(15.1%) 등이 뒤를 이었다. 생수는 11.4%, 우유는 6.8%, 빵은 5.3%, 맥주는 5.1%를 각각 나타냈다.

이에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각종 공급·할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 성수품 16개 품목을 평상시의 1.5배 수준으로 확대 공급하고 설 성수품 가격 할인을 위해 예산 84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9~30일 16대 성수품을 시장에 모두 14만 8000t 공급했으며 11~24일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예산 840억원 중 392억원을 지출했다.

농식품부는 설 일주일 전부터 제수용 사과·배 3개 들이 90만팩에 대해 마트 공급가 인하를 지원하고 실속 선물세트 10만개를 준비해 시중가 대비 15~20%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명태, 참조기 등 주요 성수픔의 비축 물량 9000t을 시중가보다 30% 이상 저렴하게 시장에 공급하고 있으며 유통업체 등과 협력해 가격 상승 우려가 있는 품목의 할인율을 50% 수준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