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국제 곡물가 전년比 22%↓
최상목 “하락분 제대로 반영해야”
협의회 “밀가루·식용유 가격 인하”

밀가루. (출처: 연합뉴스)
밀가루.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국제 곡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으나 국내 식료품 가격은 요지부동인 가운데 정부와 소비자단체가 원·부자재값 인상을 이유로 가격 인상에 나선 식품업계에 하락분만큼 제대로 가격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원) 등에 따르면 1분기 국제 곡물 선물가격지수는 123.5로 예측됐다. 전년(158.8) 대비 22%가량, 지난해 4분기(129.4) 대비 4.5% 떨어진 수준이다.

농경원은 올해 2분기에 국제 곡물 가격이 123.1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기준식용 곡물 밀은 톤(t)당 338달러, 옥수수 267달러, 채유용 콩 603달러로 전년 대비 24.5%, 28.1%, 9.7% 각각 내렸다. 사료용 곡물 밀은 t당 275달러, 옥수수 259달러, 대두박 533달러로 전년 대비 24.4%, 22.1%, 3.3% 각각 하락세를 기록했다.

국제 곡물가 하락은 국내 사료, 밀가루·콩기름 등 가공식품의 인하 요인으로 작용하며 물가안정은 물론 축산농가의 이익이 상승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국제 곡물가가 치솟자, 사료와 밀가루 등의 가격은 지속해서 상승해 왔는데 하락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곰표 밀가루 중력다목적용(이하 100g)은 지난달 198원으로 2022년 5월(154원)보다 28.5%, 오뚜기 콩기름(이하 100㎖)은 552원에서 673원으로 21.9% 올랐다. 해표 맑고 신선한 식용유는 493원에서 556원으로 상승했다.

동기간 백설 찰밀가루는 260원에서 249원으로 11원 떨어졌다. 백설 소면은 353원에서 379원으로, 옛날국수 소면은 405원에서 452원으로 올랐다.

알곡사료 1㎏ 가격은 2019년 392원에서 지난해 578원으로 47.4% 상승했다. 지난해 농가구입가격지수 중 사료비는 138.4로 전년(135.3) 대비 2.3%, 2021년(111.2) 대비 24.4% 급증했다.

이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식품업계에 대한 물가안정 동참을 당부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물가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 국제 곡물 가격이 2022년 고점 대비 절반가량 하락했으나 밀가루·식용유 등 식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원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면 하락 시에는 제때, 하락분만큼 제대로 내려야 합리적인 경영 활동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정부가 원자재 가격 급등기에 지원했던 주요 식품 원료 관세 인하 조치를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올해에도 추가 연장하기로 한 만큼 업계도 국민 부담 완화에 적극 동참해 주길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단체도 지난 2022년 큰 폭으로 올랐던 대두유와 소맥 가격이 하락했다며 이를 원재료로 하는 식품업체들이 밀가루와 식용윳값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2022년 상반기 치솟은 국제 곡물 가격 영향으로 지난해 주요 식품업체들이 가공식품 물가를 급등시킨 것도 모자라 슈링크플레이션 등의 꼼수 가격 전략까지 실행하면서 소비자에게 비용 전가를 했다”며 “주요 국가들의 공급 확대와 계절적 하락 요인 등의 영향으로 작년 3분기부터 2022년 1분기 이전 수준으로 소맥 가격이 낮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협의회가 최근 3년간 밀가루와 식용유의 원재료 추이를 살펴본 결과 밀가루의 원재료가 되는 소맥분(1㎏ 기준)은 2023년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3분기에는 472.4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2%, 4분기에는 435.1원으로 무려 31.0% 떨어졌다.

식용유 역시 주 원재료인 대두유(1.8ℓ 기준) 가격이 2022년 3분기를 정점으로 내림세를 보였고 2023년 3분기는 2698.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6%, 4분기에도 전년 동기 28.7% 하락해 2022년 1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제분㈜와 CJ제일제당㈜의 분·반기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밀가루의 출고가는 2023년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9.2%, 2분기에는 12.7%, 3분기에는 7.9% 상승했다.

밀가루 소비자가격은 2023년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4.1%, 2분기에는 10.8% 올랐으나 3~4분기에 원재료값이 급격히 떨어졌음에도 가격이 인하되지 않아 2022년 대비 2023년 평균 소비자가격이 7.9%의 상승률을 나타냈다는 것이 협의회의 설명이다.

협의회는 “기업들의 경영 전략의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원재료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얻어진 수익도 분명 있을 것”이라며 “밀가루, 식용유를 포함한 주요 식품 기업들은 하락한 원재료가격을 즉시 출고가와 소비자가에 반영해 소비자의 부담을 하루빨리 덜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기업들이 다른 여러 이유를 들어 한 번 올린 소비자가를 내리지 않는 경우가 많으나 짧은 기간 내 유례없이 올린 식품 가격을 반드시 제자리로 돌려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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