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매년 2.0 지진 70회 이상 발생, “안전지대 아냐”
6.6 지진에 이란 3.4만명, 미국 57명 사망… 내진설계 차이
내진설계 적용 건물 비중 16%… 소규모 노후 주택 ‘무방비’
정부, 공공시설부터 보강 중, 우리집 확인은 온라인서 가능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와지마시 ‘아사이치’(아침시장)가 화재로 전소됐다. 한 남성이 4일 폐허가 된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와지마시 ‘아사이치’(아침시장)가 화재로 전소됐다. 한 남성이 4일 폐허가 된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용어 정리

지진

지각에 단층이 형성되면서 발생하는 진동을 말한다. P파와 S파로 구분되며, P파는 진행방향과 진동방향이 같아 피해가 크지 않지만, 뒤따라오는 S파는 건물을 좌우로 흔들기 때문에 큰 피해가 발생한다. 

내진설계

지진 피해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건물 내부의 가로축을 보강하거나 벽체를 두껍게 하는 설계를 말한다. 진동 상쇄 방식에 따라 내진구조, 제진면진, 면진구조로 분류된다. 내진설계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지만 건물 붕괴 여부 및 인명 피해로 직결된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일본 노토반도 지진으로 200여명이 사망하고, 주택 1만 7천여채가 파손되면서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규모 2.0 이상 지진이 매년 70회 이상 발생하는 우리나라도 더는 ‘지진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건축물에 적용되는 ‘내진설계’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적용 유무에 따라 피해 규모가 극명하게 갈린다. 

내진설계는 진동을 상쇄하는 방식에 따라 내진구조, 제진구조, 면진구조 등으로 나뉜다. 다만 우리나라 건축물 중 내진설계가 적용된 곳은 16% 수준이다. 정부는 오는 2035년까지 공공건축물 내진율을 10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지만 민간 건축물에 대한 지원안은 여전히 미비하다.

일본 국토지리원은 강진 발생 전후 관측 데이터를 실시간 해석한 결과 노토반도 끝 중앙부의 해안 마을인 이와지마(輪島)시가 서쪽으로 1.3m(잠정치) 이동하는 등 이시카와현 주변 지역에서 대형 지각변동이 관측됐다고 2일 밝혔다. 사진은 2일 이시카와현 이와지마시의 모습. 2024.1.2 (출처: 연합뉴스)
일본 국토지리원은 강진 발생 전후 관측 데이터를 실시간 해석한 결과 노토반도 끝 중앙부의 해안 마을인 이와지마(輪島)시가 서쪽으로 1.3m(잠정치) 이동하는 등 이시카와현 주변 지역에서 대형 지각변동이 관측됐다고 2일 밝혔다. 사진은 2일 이시카와현 이와지마시의 모습. 2024.1.2 (출처: 연합뉴스)

◆일본, 새해벽두부터 7.6 강진 발생 

2024년 1월 1일 새해 첫날부터 이웃나라 일본에는 재앙이 닥쳤다.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하면서다. 이에 인접지역인 도야마현 등 동해 인접 일본 북부 연안엔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

일본 교토통신 및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강진으로 주택은 1만 7353동이 파손됐고, 사망자는 220명, 부상자는 1014명 발생했다. 일본 정부는 피해가 발생한 노토반도 북부 와지마시와 스즈시 현장을 여전히 수습하고 있으며, 실제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디지털관측 이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규모 2.0 이상 지진은 연평균 70.6회이고, 규모 3.0 이상 지진은 10.5회다. 지난 2022년에는 2.0 이상 지진이 77회, 3.0 이상 지진은 8회 발생했다. 이는 전년보다 10% 증가한 수준이다.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는 “더이상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면서 “여태껏 일본과 같은 규모 7 이상의 강진은 없었지만 불과 한 달 전에 규모 4.0의 지진이 경주 지역에 발생한 바 있고, 지난 2016년 가을에는 그보다 강한 규모 5.8의 지진이, 7월에는 울산 앞바다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9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일대에 발생한 지진으로 건물들이 무너져 있다. 지난해 2월 6일 발생한 규모 7.8의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으로 6만여명이 사망하고 12만명 이상이 다쳤다. 전문가들은 “지진이 강력했지만 결국 내진설계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출처:연합뉴스)
지난해 2월 9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일대에 발생한 지진으로 건물들이 무너져 있다. 지난해 2월 6일 발생한 규모 7.8의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으로 6만여명이 사망하고 12만명 이상이 다쳤다. 전문가들은 “지진이 강력했지만 결국 내진설계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출처:연합뉴스)

◆안 보이나 피해 규모서 ‘확연한 차이’

지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용하는 내진설계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아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적용 유무에 따라 인명 피해 규모가 극명하게 달라진다. 

내진설계란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건물 벽체를 강화하거나 보강 구조물을 설치하는 설계를 말한다. 건물이 좌우로 흔들리지 않도록 내부 가로축을 보강하거나 진동을 상쇄하는 게 주요 목적이다.

우리나라 건축물은 대부분 철근콘크리트 타설 공정으로 지어진다.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은 세로 방향 압력에는 강하지만 높이가 높아질수록 가로방향 압력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해 내진설계를 적용해야 한다.

내진설계 적용 여부는 겉으로 봐선 알 수 없지만 지진 피해 규모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03년 이란에서 발생한 밤지진이다. 당시 이란에 규모 6.6의 지진이 발생했고, 사망자 수는 3만 4천여명에 달했다. 대부분 주택에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탓이다. 반면 지난 1994년 미국 LA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6.7의 노스리지 지진 사망자는 57명에 불과했다.

내진설계 방식. (출처: 홈테크)
내진설계 방식. (출처: 홈테크)

◆보강 방식 따라 ‘내진·제진·면진’ 구분

건축물에 적용하는 내진설계는 내진구조, 제진구조, 면진구조 등 3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가로축을 보강하는 ‘내진구조’는 건물의 외벽을 두껍게 하거나 보강 구조물을 설치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내진구조는 건물 자체의 강도와 내구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제진·면진구조보다 안전성은 떨어지지만 적용하기 쉽고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국내 27번째 원전인 신한울 1기에는 지름 5.7㎝의 철근과 두께 122㎝의 콘크리트 벽체가 적용됐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붕괴한 후쿠시마 원전 격납건물의 두께는 10㎝였다.

지진 반대 방향으로 힘을 발생시켜 진동을 상쇄하는 ‘제진구조’도 있다. 제진구조는 건물 상부에 추를 설치하거나 건물 중심에 진동에너지를 흡수 기둥을 설치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롯데월드타워(123층, 555m)의 경우 완충재로 2m 두께의 코어월(내부 기둥)이, 가장자리엔 3.5m 두께의 메가 칼럼(외부 기둥)이 적용됐다. 롯데월드타워가 진도 9의 강진과 초속 80m 태풍도 견딜 수 있는 이유다. 통상 아파트 벽체 두께는 20㎝, 주차장 기둥은 60㎝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당시 내진 설계기준은 진도 7~8 수준이었으나 한국지진공학회에서 수행한 내진성능 평가 결과 진도 9까지 견딜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내진설계. (제공: 롯데건설) ⓒ천지일보 2024.01.17.
잠실 롯데월드타워 내진설계. (제공: 롯데건설) ⓒ천지일보 2024.01.17.

이 외에도 진동이 건축물로 전달되지 않도록 건물 지하에 완충재를 설치하는 ‘면진구조’도 있다. 국내의 경우 한수원이 지난 2014년 원전용 면진장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세계 기준으론 프랑스와 일본에 이어 세번째다. 해당 면진장치는 규모 7.3정도의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에너지를 흡수해 구조물에 전달되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최근에는 LGCNS의 부산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면진구조가 적용됐다. 해당 데이터센터는 건물 바닥에 설치된 고무기둥이 진동에너지를 흡수해 규모 8.0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10채 중 8채는 ‘지진 취약’

각종 내진설계가 개발되고 있지만 실생활에 적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실제로 우리나라 건축물 10채 중 8채는 내진성능이 확보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국토교통부 ‘전국 건축물 내진설계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내진설계대상 건축물 617만 5659동 중 내진성능 확보가 이뤄진 건축물은 101만 4185동(16.4%)이다. 전국 건축물 10개 중 8개는 지진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또 공공건축물 내진성능 확보 수준은 22.5%였지만, 민간건축물 내진성능 확보 수준은 14.8%에 그쳤다.

지역별로 내진성능 확보 수준이 20% 이상인 지자체는 경기도(25.4%), 세종(23.4%), 울산(21.7%), 인천(20.5%), 서울(20.4%), 대전(20.0%) 등 6곳이 전부였다. 앞서 지진이 발생한 경주(2016년 규모 5.8)와 포항(2017년 규모 5.4)이 있는 경상북도도 전국 시도 중 두 번째로 낮은 11.7% 수준이었다.

국내 규모 4.0 이상 지진 발생 현황. (출처: 연합뉴스)
국내 규모 4.0 이상 지진 발생 현황. (출처: 연합뉴스)

우리나라에 내진설계기준이 처음 도입된 건 지난 1988년이다. 다만 당시에도 일정 규모 이상 건물에만 적용됐고, 그 이전 건물에는 내진설계가 거의 적용되지 않았다. 소규모 노후 주택이 지진에 무방비라는 의미다.

정부는 지진 피해 예방을 위해 오는 2035년까지 공공시설물 내진보강 100% 달성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3조 5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오는 2025년까지 내진율 80.8%를 달성할 방침이다. 다만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내진보강 작업을 이어가는 공공 건불과 달리 민간 노후 건물 지진 피해 대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7일 서울시는 공공시설물 내진율을 오는 2030년까지 95.4%(올해 1월 기준, 전체 2465곳 중 2352곳)에서 100%로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간건축물도 인센티브를 제공해 참여를 유도한다. 현재 서울의 민간건축물은 전체 59만 2320동 중 11만 9669동(20%)만 내진 설계가 적용됐다.

시는 현재 1종 시설물(21층 이상 또는 연면적 5만 ㎡ 이상 건축물 등)에만 적용되는 내진성능평가 의무화 대상을 30년 경과 2·3종 시설물(5층 이상 아파트)로 확대한다. 또 건폐율과 용적률 완화 등의 인센티브도 늘리기로 했다.

한편 건축공간연구원 건축도시정책정보센터는 현재 ‘우리집 내진설계 간편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2022년 9월 이전 인허가 신청된 건축물을 조회할 수 있다. 또한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은 물론 오피스텔 등 업무시설과 상가 등 제1·2종 근린생활시설도 내진설계 법적 의무 대상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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