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PF 보증채무 9.1조
銀, 태영건설 대출 규모 가장 커

은행 일부 손실 가능성 있지만
금융시스템 리스크 가능성 낮아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 가능성
자구책 두고 당국·태영 간 잡음

(서울=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 네 번째)이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대응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12.28
(서울=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 네 번째)이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대응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12.28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태영건설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한 가운데 금융사들이 일부 손실을 볼 수 있지만 금융시스템 위기로는 번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태영건설 단독사업장 PF 대출 대부분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대출인데다 정부가 연착륙을 위해 여러 관리 방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자구책 두고 왈가왈부

문제는 태영건설의 자구책을 두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태영건설이 만기가 도래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451억원을 갚지 않은 데다, 모회사인 티와이홀딩스가 계열사 매각 자금 전액을 태영건설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지 않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한 가운데 돈을 빌려준 금융권에 리스크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 안팎에선 태영건설에 돈을 빌려준 금융사들이 일부 손실을 볼 수 있지만 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전 주요 이해 관계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워크아웃 신청 당시 태영건설이 제출한 최초 이행 계획을 두고 태영건설과 금융당국·채권단 간 해석의 차이가 발생하거나, 태영건설의 지주회사 티와이홀딩스의 계열사 매각대금 사용처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는 등 상호 신뢰도에도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태영건설 부동산 PF 위험액만 4.6조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3일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해 채권단 400여곳에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소집했다. 이번 협의회에서 산업은행은 최대주주의 사재출연 규모와 에코비트, 블루원 등 핵심 계열사 매각계획 등을 두고 논의를 진행했다.

산업은행이 보낸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에 따르면 태영건설 직접 차입금은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80곳, 총 1조 3007억원에 달했다. 태영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채무 규모는 9조 1816억원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의 태영건설 관련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4조 5800억원이다. 태영건설 직접 여신이 5400억원, 태영건설 자체 시행 중인 29개 PF 사업장과 관련된 익스포저가 4조 300억원이다.

현재 가장 대출 규모가 큰 곳은 은행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말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국내 은행권으로부터 장기차입금 4693억원, 단기차입금 2250억원 등 총 7243억원을 빌렸다.

뒤를 이어 보험업권이 2천억원가량을 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대출을 실시한 보험사는 한화생명(845억원)이다. IBK연금보험과 흥국생명이 각각 268억원, 농협생명이 148억원의 PF대출을 실행했다. 이외에도 농협손해보험 333억원, 한화손해보험과 푸본현대생명은 각각 250억원씩 시설자금을 대출해줬다.

증권사 중에선 KB증권이 412억원의 PF 대출을, 하나증권이 300억원, 한양증권이 1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각각 대출했다.

저축은행 중에는 애큐온저축은행이 단기차입금 50억원을 제공했다. 상호금융권에서는 신협중앙회가 PF대출 397억원을, 성남중앙새마을금고가 PF대출과 단기차입금 각각 167억원, 용인중앙새마을금고가 단기차입금 359억원을 빌려줬다.

태영건설 로고. (출처: 태영건설 홈페이지) ⓒ천지일보
태영건설 로고. (출처: 태영건설 홈페이지) ⓒ천지일보

◆7천억 빌려준 은행권, 위기 가능성↓

이러한 가운데 태영건설에 돈을 빌려준 은행이 일부 손실을 볼 수 있겠지만 이번 사태가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1일 보고서를 통해 “공동사업장 PF 대출의 경우 시공사 교체 등을 통해 사업 진행이 가능할 수 있다”며 “태영건설 단독사업장 PF 대출의 경우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대출이 대부분이어서 은행 손익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상장 금융지주사들의 직접 대출은 약 2천억원 내외로 추정된다”며 “(PF 대출이 은행 손익에 미칠 영향은) PF 사업장별로 사업성과 사업 진행 등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직접대출 2천억원은 건전성 재분류를 통해 (회계상) 손실 처리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태영건설을 신호탄으로 부동산 PF 부실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번 사태가 금융 시스템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봤다.

최 연구원은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여러 관리 방안을 내놓고 노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날에도 금융시장의 반응은 차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지난달 28일 전후인 작년 12월 26~29일 은행주는 2.0% 상승하며 코스피 상승률(2.1%)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소식이 은행에 악재가 될 수 있었지만 금융권의 동요는 크지 않았던 셈이다.

다만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가 건설업종과 금융업종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 사태로 단기적으로는 금융업·건설업 크레딧 및 PF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태영건설 차입금 및 사채의 대주단들과 태영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한 PF건들에 대한 자금보충확약 등 신용공여를 한 금융권업들의 손실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배 연구원은 “간접적으로는 건설사들의 단기 자금 융통이 경색될 수 있고, PF 자동유동화기업어음(ABCP),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등 단기 사채들의 차환 발행의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부동산 경기침체와 공사비 급등이 맞물려 중소형 건설사들의 단기사채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브릿지론을 중심으로 한 PF 전자단기사채의 차환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달 기준 PF 전자단기사채 규모는 32조원 수준으로 대부분 만기가 1~2개월 이내로 몰려 있다”고 평가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처음으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하락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이 2차 조정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거래침체와 함께 집값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천지일보 2023.12.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처음으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하락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이 2차 조정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거래침체와 함께 집값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천지일보 2023.12.19.

◆외담대·계열사 매각 사용 등 이상기류

문제는 워크아웃이 개시되기 전부터 태영건설의 자구책과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태영건설이 만기가 도래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을 갚지 않은 데다, 태영그룹의 지주사가 계열사 매각 자금을 태영건설을 지원하는 데 충분히 사용하지 않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지난달 29일 만기가 돌아온 1485억원의 상거래채권 중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451억원을 갚지 않았다.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이란 원청업체가 협력업체에 구매 대금을 현금 대신 지급한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협력업체가 받은 은행 대출을 말한다. 태영건설이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을 계속 상환하지 않으면 협력사들이 은행 대출을 추가로 받기 어려워 자금난에 빠질 수 있다.

태영건설은 이에 대해 “해당 외담대는 원칙적으로 금융채권으로 분류돼 상환이 유예된 것”이라며 “워크아웃 통지 시점부터 금융채는 지급이 유예되기 때문에 지급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상환이 유예됐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당일 “만기가 돌아오는 상거래채권에 대해선 모두 결제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던 것과 배치되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주말 은행권에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상환 청구권 행사 유예를 요청하는 조치를 취하는 한편, 채권단과 협의를 거쳐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지주사 티와이홀딩스가 태영건설에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논란이 일고 있다.

티와이홀딩스는 지난달 28일 “태영건설의 안정적 자금 운용을 위해 1133억원을 1년 동안 대여하기로 했다”고 공시했지만 실제로 빌려준 건 400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이 일자 태영건설은 이날 공시를 통해 “이사회 결의 후 두 회사는 1133억원을 한도로 1년간 차입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향후 잔여 금액(733억원)에 대한 부분은 당사의 필요 상황에 따라 차입이 실행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태영그룹은 이날 설명회에서 종합환경기업 에코비트,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 매각을 포함해 사재 출연, 기타 지분 담보 등 1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과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은 회사 경영 상황과 자구계획안을 채권단과 공유하면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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