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면적 80% 크기 대륙붕
“석유·가스 매장량 수십억톤”
공동탐사 후 20년간 교류 ‘뚝’

7광구 일본 영해 편입 가능성
“이대로면 ‘산유국 꿈’ 빼앗겨”
시민단체, 일본 상대 손배소도

비자금 의혹에 사의·총선 출마
양국 장관 교체에 ‘헛일’ 평가
산업부·석유공사 “협의 중”만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모습. (뉴시스) 2023.12.27.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모습. (뉴시스) 2023.12.27.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대한민국 국회는 한일대륙붕(7광구) 공동개발협정을 조속히 이행하고 향후 공동탐사와 개발을 위한 실질적 이행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합니다.”

과거 ‘산유국(産油國, 원유를 생산하는 나라)’이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제7광구’가 다시 소환되고 있다. 최근 국회가 본회의에서 ‘7광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일본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시민단체가 대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하면서다. 여기서 협정이란 ‘한일대륙붕 공동개발 협정’을 말한다. 지난 1974년 1월 협정을 맺은 한국과 일본 양국은 1978년 6월 협정을 발효하고 제주도 남쪽부터 일본 규수 서쪽을 지나는 7광구, 즉 한일대륙붕 공동개발구역(JDZ)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들은 하나 같이 일본 정부의 협정 위반과 미이행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한일공동위원회 개최와 일본 측 조광권자 지정 등을 촉구하는 동시에, 수수방관하고 있는 정부의 무책임함을 지적하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주변국 갈등 논란 ‘7광구’ 무엇?

7광구는 제주도에서 남쪽으로 200㎞ 떨어진 바다 밑에 있는 남한 면적 80%(약 8만 2000㎢) 크기의 대륙붕으로 석유·천연가스 매장량이 70억톤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곳이다. 실제 한국석유공사는 2000년 초 대륙붕 남부구역의 ‘일부 지역’을 탐사한 결과 석유가 3억 배럴가량 매장된 것으로 추정했다. 대륙붕은 해저 200m 깊이에 있는 완만한 경사의 해저지형을 의미한다.

게다가 이곳은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많은 석유가 묻혀 있다’라는 장밋빛 전망으로 영화나 노래까지 나오며 우리나라를 산유국의 꿈에 부풀게 했던 곳이기도 하다.

한일협정에 따라 1차 탐사(1978년∼1987년)에서 7개 굴착을 통해 가스가 발견됐으나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고, 2차 탐사(1991년∼1993년) 때는 굴착 없이 공동연구만 하고 조광권을 반납했다.

그러나 2000년 중국이 제주분지상에서 석유와 가스를 발견함에 따라 2001년 한일 산업장관 회담에서 공동탐사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3차원 지질조사를 진행하고 일부 석유매장 가능성을 확인했으나 일본 측이 낮은 채산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탐사 활동을 중단했다.

국내 대륙붕 광구 현황 및 탐사 실적. (제공: 산업통상자원부) ⓒ천지일보 2023.02.22
국내 대륙붕 광구 현황 및 탐사 실적. (제공: 산업통상자원부) ⓒ천지일보 2023.02.22

앞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0년 일본과 중국보다 먼저 7광구 영유권을 선포했다. 당시 대륙붕이 어떤 국가의 영토에서 이어졌는지를 따져 개발권을 인정했기에 우리나라의 영유권으로 여겨지는 듯했다.

그러나 7광구와 지리적으로 더 가까웠던 일본이 반발하며 공동개발을 요구했고 이에 양국은 1978년 7광구를 공동 개발하기로 하는 50년 기한의 협정을 맺었다. 협정에는 양국 중 한쪽이라도 자원 탐사·채취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면 개발에 착수할 수 없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협정 만료 기한은 오는 2028년 6월이며, 연장·합의 통보시한은 2025년 9월까지다.

외교부 공문에 따르면 양국 협정은 제31조 2항에서 협정당사국이 종료 의사를 상대국에 통보하지 않으면 최초 50년이 지난 이후에도 유효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연장·합의 통보시한인 2025년부턴 어느 일방이 종료를 통보하면 협정은 끝나게 된다. 협정이 종료되면 JDZ는 관리체계가 해제되고, 양국은 다시 해양경계를 획정해야 한다. 과거 1974년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특히 이대로 협정이 만료되면 7광구 상당 부분은 일본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제해양법이 바뀌어 대륙붕 대신 배타적경제수역(EZZ) 개념이 등장했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이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인식하듯 일본이 공동개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우리 정부 입지는 불리해지고 있다. 일본은 1987년 8년간의 탐사권 기간 종료로 개발을 중단한 데 이어 1993년 조광권 포기로 탐사를 중단했다. 2000년대 들어 양국은 3D 탄성파 탐사도 진행했으나 경제성 평가에서 견해가 엇갈리면서 결국 탐사를 접게 됐다. 당시 일본은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그 상황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소송·서명운동 나선 시민단체

이처럼 지지부진한 상황을 두고만 볼 수는 없었던 한 시민단체는 올 초 일본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주 대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일본 정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접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2.21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일본 정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접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2.21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일본이 중국과 공동개발에 합의해 7광구로부터 불과 860m 떨어진 수역에서 가스를 생산하고 있고, 지난 수십 년간 유전 탐사·채굴 기술이 발전했다는 점을 보면 일본이 근거로 제시해 온 경제성 부족 문제는 근거가 없다”면서 “한일공동위원회 개최 제안이나 외교적 협의에도 응하지 않는 사실도 협정 24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가 제기한 소송은 일본이 경제성과 코로나19 등을 핑계로 시간을 끌어온 만큼 실제 개발이 이뤄지고 석유·가스가 대량으로 발견됐을 경우를 고려해 우리나라 국민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게 주 골자다. 국민을 대표해 이번 소송에서 승소하면 이후 국민 개개인이 일본을 상대로 피해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송이 지난 2월 제기돼 지속 진행돼왔지만, 이번 역시 일본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동안 재판부도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실을 통해 일본 정부에 사법공조 촉탁서류를 여러 차례 전달했으나 변호사 선임이나 답변서 제출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사법부도 더는 재판을 연기할 수 없다고 판단, 내년 2월로 선고기일을 잡아 놓은 상태다.

국익이 걸린 일이다 보니 국회도 여야할 것 없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국회는 지난 3월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용선 의원 등 여∙야 27인이 ‘일본 정부의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의 조속한 이행 및 실질적인 이행 방안 마련 촉구결의안’을 발의했고, 지난달 30일 본회의에 이를 상정했다.

결과는 투표의원 261인 중 찬성 258인, 반대 2인(민주당 이소영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 기권 1인(민주당 허영 의원)으로 절대다수 통과였다. 아울러 국회는 우리 정부에 7광구에서 탐사와 개발이 지속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독자적인 국내 자원개발에 적극 나설 것도 촉구했다.

◆사안 바라보는 우리 정부 입장은

7광구 문제에 속도를 올리는 국회와 시민단체, 그리고 사법부와 달리 정부는 사실상 일본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러시아 유전 지대의 원유 펌프잭 [출처: 연합뉴스)
러시아 유전 지대의 원유 펌프잭 [출처: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초만 해도 “JDZ는 과거 탐사 시추 결과 7공 중 3공에서 석유·가스 징후를 확인한 바 있어 자원 부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지난 2020년 1월 2소구·4소구 조광권자로 한국석유공사를 지정했으며 관계부처 간의 긴밀한 협의 하에 외교채널 등을 통해 일본 측의 협정 이행을 지속 촉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민감한 외교 사안이어서 힘든 점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후 22년 만의 7광구 공동탐사 재추진 말이 나오자 “사실이 아니다”라며 “양국 간 합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협정에서는 양국이 각각 공동탐사·개발을 진행할 자국 조광권자를 지정하면 공동으로 개발을 추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광권자로 지정된 한국석유공사도 올 초 “동중국해 분지에서 현재까지 발견된 석유·가스 매장량은 17.7억 배럴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JDZ와 인접한 4·5광구 탐사권을 확보해 5광구 내 신규 3D 물리 탐사자료를 취득했으며 이를 활용해 석유부존 유망성 평가를 지속할 계획”이라며 “한일 공동탐사 재개를 대비해 탐사유망성 평가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서민위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2024년 JDZ 1500㎢ 규모 3차원 물리탐사 추진(한일 합의 시) ▲2025년 7광구 잔여 지역 탐사권 출원 ▲2025년 JDZ 3차원 물리탐사 자료 해석·유망 구조 도출 등의 로드맵이 내부 목표에 불과하다며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우리 외교부도 “일본 측 조광권자 미지정으로 인해 양국 간 공동개발이 중단된 JDZ 협정의 활성화를 위해 관계부처와의 긴밀한 협의 하에 필요한 제반 조치를 취해오고 있으며, 다양한 접촉 계기를 통해 일본 측에 양국 협정 이행을 지속 촉구하고 있다”고 했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과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 (산업부) 2023.12.27.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과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 (산업부) 2023.12.27.

이처럼 우리 국민적 열망인 7광구 공동개발은 양국 입장 차 탓에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인다. 우선 양국 장관의 자리 문제가 한몫하고 있다. 일본의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비자금 의혹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지난 14일 사의를 표명, 사이토 겐 전 법무상에게 ‘대신’ 자리를 내줬다. 이에 법률상 대표자였던 사이토 전 법무상은 한국 시민단체 소송의 피고에서 주무부처 수장으로 변신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우리 측 방문규 산업부 장관도 총선을 앞두고 험지인 수원 출마에 나설 모양새다.

결단이 필요한 고차원 방정식을 앞에 두고 양국 산업 수장의 자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두 장관이 이달 초 5년 만에 재개된 축구 교류전을 계기로 간담회를 가지는 등 관계를 강화해온 게 모두 ‘헛일’이 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산업부는 다소 안일한 문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산업부는 7광구 공동개발과 관련 “2028년 6월까지 협정의 효력이 존속하며 그 이후에도 일방 당사국이 협정 종료를 희망하는 시점 3년 전까지 타방 당사국에 종료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효력이 지속된다”고 했다. 1년 반 남짓 후 일본이 돌연 협정 종료를 선언하면 그로 인한 책임을 지겠다는 말은 누구도 하지 않은 채다.

 영화 7광구. (제공: 영화인)
 영화 7광구. (제공: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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