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인수해 세금 공제 계획
관할 공무원 “명칭 변경 불허”

(캡처: 캥거루재단 홈페이지) ⓒ천지일보 2024.01.12.
(캡처: 캥거루재단 홈페이지) ⓒ천지일보 2024.01.12.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폰지사기 의혹을 받는 워너비그룹이 기부 사업을 벌인다는 명목으로 설립한 캥거루재단을 통해 탈세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4일 천지일보 취재에 따르면 전영철 워너비그룹 회장의 처가 이사장인 캥거루재단은 앞서 보도한 ‘[단독] “불법으로 수천억 기부받아”… 워너비그룹 캥거루재단, 재단법인 아닌 개인 사업체’ 내용과 같이 기부받을 수 없는 개인 사업체임에도 불법으로 수천억원을 기부받아왔다.

이와 함께 워너비그룹은 투자자들에게 캥거루재단에 기부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받는 배당금이 사업자소득으로 잡혀 세금을 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데 회사 측에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서 절세해준다’며 기부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전 회장은 기부금 전액을 세금 공제받을 수 있는 사회복지법인재단을 인수해 캥거루재단으로 명칭을 바꾸려 했다.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말경 회원들에게 “워너비그룹 입장에서 기부한 만큼 세금 공제를 받아야 하는데 그 여건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며 “100% 세금 공제를 받으려면 복지재단이 돼야 한다. 캥거루재단이 엄청난 수익을 워너비그룹에 받는 상황인데 이미 있는 40년 된 복지재단을 설득해 이사장이 집사람으로 교체됐다”고 말했다. 전 회장에 따르면 A복지법인재단은 시설이 5개, 직원 120명이다. 이 재단은 정부로부터 매년 130억원을 지원받고 있다.

전 회장은 “(사회복지재단) 이름을 캥거루재단으로 교체 중에 있다. 교체가 끝나면 캥거루봉사단이 대대적인 발대식을 가지려 한다”고 했다.

이후 일주일 정도 지난 지난해 11월 6일 열린 A복지법인재단 임시이사회에서는 캥거루재단의 이사장인 박모씨의 이사 선임과 법인 명칭 변경안건을 이사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다. 박씨는 현재 A복지법인재단 대표이사로 있다.

A복지법인재단 임시이사회 회의록. 캥거루재단 이사장인 박모씨의 이사 선임안건과 명칭변경안건이 의결됐다. (제공: 제보자) ⓒ천지일보 2024.01.14.
A복지법인재단 임시이사회 회의록. 캥거루재단 이사장인 박모씨의 이사 선임안건과 명칭변경안건이 의결됐다. (제공: 제보자) ⓒ천지일보 2024.01.14.

이처럼 박씨가 사회복지법인재단에 이사장으로 취임했지만 신청한 명칭 변경은 최근까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관할 자치구인 세종시 관계자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제3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는 유사 동의 명칭 사용을 제한한다”는 보건복지부 지침을 들어 명칭변경 불허 사유를 밝혔다. 캥거루재단이 현재 운영되는 단체이기에 이 명칭을 사용하면 혼동을 줄 수 있어 변경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편 워너비그룹은 2022년 10월부터 현재까지 블록체인, 온천, 줄기세포 등의 사업을 한다며 매월 회사 전체 수익의 일부를 매달 배당금으로 준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사업 초기에만 지급됐고, 몇 달 지나지 않아 현재까지 원금환불이나 배당금 지급 등 출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월 워너비그룹을 대상으로 폰지사기일 가능성이 크다며 경찰 수사를 의뢰하고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경찰은 유사수신 혐의를 적용해 지난 6월 워너비그룹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 중이다.

특이점은 다른 폰지사기 의혹을 받는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와 같이 교회를 중심으로 투자자 모집이 이뤄졌고, 피해자들의 대다수가 고령층이라는 점이다. 이들 중 일부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해도 회사나 회장에게 강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 또 피해 사례를 공유하면 글을 삭제하거나 “기다려보자”는 식으로 회유하고 있다.

피해자 연대는 지난 4일 워너비그룹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사기 및 횡령 혐의로 대전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캥거루재단 이사장은 천지일보 취재 내용과 관련해 워너비그룹의 법무팀에 문의하라며 직접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워너비그룹 법무팀은 캥거루재단이 복지법인 인수 후 탈세시도 의혹에 대해 “수익의 대부분을 기부하더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며 “절세든 탈세든 위법한 생각을 해 본 적이 결코 없다”고 답했다. 다만 A복지법인재단을 인수하고 명칭을 변경해 재단법인의 요건에 충족 시 100% 세금 공제되는 부분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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