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대표 흉기 피습…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

[천지일보=김민철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방문 중 흉기 피습을 당했다. 이 대표는 피습으로 인해 경정맥 손상이 추정되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을 둘러본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내가 이재명’이라고 적힌 왕관을 착용한 한 남성에게 피습당했다.

이 남성은 이 대표에게 ‘사인해달라’고 요청한 뒤 날 길이 약 13㎝ 흉기로 공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 대표는 피를 흘린 채 쓰러졌고 남성은 현장에서 검거됐다. 이 대표는 목 부위에 1.5㎝가량 열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됐고 응급 치료를 마쳤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응급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칫 대량 출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경정맥 손상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후 이 대표는 헬기에 실려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고 수술을 받았다.

이 대표가 흉기 피습을 당하면서 예정된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과 오찬 일정이 취소됐다. 민주당은 3일 국회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이 대표 상태와 당 운영 사항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제1야당 대표 피습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5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신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장을 찾아 단상에 오르다가 50대 지모씨가 휘두른 문구용 커터칼에 11㎝ 길이의 오른쪽 뺨 자상을 입고 봉합 수술을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마치 2006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대표가 피습당한 사례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이 대표 피습 사례 이유로 정치의 양극화, 팬덤 정치 등이 언급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 양극화, 팬덤·혐오정치가 한국 정치를 주도하다 보니 정치적 테러 가능성을 높이는 것 같다”며 “큰 틀에서 보면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테러”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정치의 강성화 때문이다. 정치는 이상적 프로세스로 바라보고 상대를 파트너로 생각해야 하는데 테러와 증오 대상으로 보기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신 교수는 “정치가 실종됐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가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 대표 온라인 팬카페인 ‘재명이네마을’에는 “쌍특검법 거부권 이슈를 덮기 위해 이 대표를 피습한 것” “김건희 여사를 보호하려고 별짓을 다 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오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부산경찰청은 이날 오후 브리핑룸에서 이 대표 급습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피의자 신원 등에 대해 밝혔다. 피의자는 1957년생 남성 김모씨로 확인됐다.

부산경찰청은 또한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68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리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