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연구소장

 
중국이 경제굴기, 군사굴기에 이어 스포츠 굴기의 칼을 빼들었다. 요즘 중국스포츠를 보면 ‘대국이 일어나는 이야기’라는 뜻의 ‘대국굴기(大國崛起)’다운 면모를 한껏 드러내고 있다. 중요 국제스포츠대회를 잇달아 유치, 세계 스포츠의 일등국을 지향하는 위용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6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에서 열린 제34차 총회에서 중국 항저우를 2022년 하계 AG 개최지로 결정했다. 중국에서 하계아시안게임이 열리게 된 것은 1990년 베이징, 2010년 광저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중국은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권도 따냈다. 지난 7월 3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베이징이 선정됐다. 2008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했던 베이징은 동계올림픽 유치에도 성공해 동·하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최초의 도시가 됐다.

중국은 최근 비중있는 국제대회도 활발히 열고 있다.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과 함께 ‘제4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2015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지난 8월 베이징에서 개최했다. ‘총알 탄 사나이’ 우샤인 볼트가 남자 육상 100m서 대회 2연패를 차지하는 등 베이징 세계수권대회는 세계인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또 한국과 인연이 깊은 아시아 남녀농구선수권대회를 잇달아 개최, 아시아 농구의 허브로 자리 잡았다. 아시아 여자농구선수권대회는 지난 8월말 우한에서 벌어졌으며, 남자농구선수권대회는 창사에서 23일부터 열린다.

중국이 중요 스포츠 대회를 마치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듯, 적극 유치에 나서고 있는 까닭은 세계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스포츠는 13억 인구 대국답게 많은 인구 가운데서 엘리트 유망주들을 조기 발굴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냈다. 중국의 엘리트체육시스템은 지난 1980년대 이후 올림픽 등에서 많은 금메달을 수확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종합 1위를, 2012 런던올림픽에서 2위를 차지하며 세계스포츠 강국임을 과시했다. 중국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선수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인 엘리트 선수를 지원해왔던 게 큰 효과를 봤다. 중국은 동·하계 올림픽, 아시안게임 유치뿐 아니라 앞으로 축구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야심도 갖고 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스포츠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것일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국위 선양과 내부 결속 때문이다. 2022년은 5세대 지도자인 시진핑 (習近平) 국가주석의 10년 집권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6세대 정권이 들어서는 해이다. 중국은 이 시기에 맞춰 각종 국가적 발전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올림픽 등이 중국을 하나로 묶는 데 큰 기폭제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은 2022년을 기화로 세계 최고의 국가로 자리 잡으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꿈을 현실로 만들려고 한다.

50여개의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은 소수 민족과 종교 문제, 빈부 격차 등으로 많은 내부 문제를 안고 있다.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는 복잡한 내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융합의 울타리로 만들고 싶은 게 중국 정부의 입장이다.

스포츠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중국을 바라보면서 한국스포츠를 비교해보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중국보다 먼저 하계올림픽을 1988년 유치·개최했으며, 축구 월드컵을 2002년 일본과 함께 공동으로 열었다. 동계올림픽은 2018년 평창에서 가질 예정이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2009년 대구에서 개최한 바 있다. 외적인 스포츠 인프라에서는 중국에 뒤질 것이 하등 없다. 하지만 점차 세계 최대 강국으로 우뚝 서는 중국 앞에 초라해져가는 한국의 모습을 경제력, 군사력뿐 아니라 스포츠에서도 보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는 중국의 스포츠 굴기를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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