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연구소장

 
지난주 강원도 최전방 지역인 양구에 다녀왔다. 사단법인 한국환경 체육청소년연맹 서울지부(회장 송재형 서울시 의원) 자문위원 자격으로 1박 2일간 ‘생생 문화 체험’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서울 시내 중고등학교 교장 선생님과 대학 체육학과 교수들로 구성된 참가자들은 을지전망대, 펀치볼, 제4땅굴 등 안보 견학과 함께 신종 레포츠인 짚라인(Zipline) 체험을 하게 됐다.

짚라인은 아파트 13층 정도의 탑승장에서 파로호를 가로질러 750m를 활강하는 스릴 만점의 재미있는 레포츠로 문화 체험의 최대 하이라이트였다. 요즘 대천해수욕장 등 주요 피서지에 설치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짚라인은 튼튼한 와이어를 설치해 탑승자와 연결된 트롤리(일종의 도르래)를 와이어에 걸어 빠른 속도로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레포츠의 통칭으로 와이어를 타고 이동할 때 트롤리와 와이어의 마찰음이 ‘짚(Zip)'과 비슷하게 들린다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안전에 유의하겠다는 동의서를 먼저 쓰고 가이드의 지시를 받아 안전모 등 안전 장비를 멘 채 탑승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탑승대로 올라갔다. 탑승대에서 본 짚라인은 밑에서 볼 때보다 훨씬 높고 길어 보였다. 호수 중간에 위치한 한반도 지형 인공섬까지 연결된 와이어 두 줄에 의지해 안전 고리를 걸고 내려가는 방식이었다. 군 시절 공수부대에서 근무해 많은 공중 점프를 한 경험이 있어 “이 정도쯤이야” 하고 가볍게 생각했으나, 막상 차례가 되니 갑자기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출발을 위해 안전 고리를 와이어에 걸고, 생명줄인 두 번째 고리를 걸자, 가이드는 두 팔은 안전줄 끈을 길게 잡고 다리를 쭉 펴라는 안전 사항을 설명했다. 안전문이 열리고 앞으로 걸어나가자, 트롤리가 와이어에 미끄러지면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공중을 가르며 물 위를 빠르게 날아가는 속도감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30도를 넘는 무더위는 상쾌함으로 바뀌었다. 강가에서 부는 바람과 내려오는 활강 바람이 겹쳐지면서 매우 시원했다. 주위의 뛰어난 경치를 감상할 기회를 갖는 것도 잠시. 곧 목적지인 인공섬까지 이른 것은 순식간이었다.

행사단원으로 동행했던 최병수 서울과학고 교장 등은 “스릴 만점 이었다. 안전성도 좋고, 주변 환경도 아주 빼어나 학생들에게 추천할만하다”며 “양구군이 다양한 스포츠 체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좋은 인성교육의 장소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2년 전 양구군의 투자로 건설된 짚라인 시설은 양구군의 새로운 스포츠 힐링 장소로 앞으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중고생들에게 모험과 즐거움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양구군은 수년 전부터 각종 전국대회를 개최하고, 선수들의 전지훈련지로 각광을 받는 등 스포츠의 메카로 급부상했다. 올해에도 농구 등 여러 종목의 전국단위 대회가 열려 지역경제 활성화에 스포츠가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필자가 양구를 갔을 때에도, 대학 테니스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양구군에는 테니스장, 야구장, 축구장, 실내 경기장 등 각종 체육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다. 양구군이 스포츠의 메카로 자리를 잡은 것은 체육 시설 인프라가 잘 구비되어 있는 데다, 군의 적극적인 행정지원 등과 경춘고속도로와 춘천과 양구 간 도로 개통 등으로 서울과의 접근성이 2시간 이내로 좁혀짐에 따라 스포츠의 최적지로 자리 잡게 됐다. 3선 지자체장인 전창범 양구군수는 “양구는 최전방지역으로서 안보 체험을 통해 학생들과 젊은이들에게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깨끗한 자연환경과 뛰어난 스포츠 시설 등을 갖춰 스포츠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체력을 키우는데도 천혜의 조건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때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다’라는 인제. 원통과 함께 위험한 군사 지역으로 알려졌던 양구가 ‘양구에 오면 10년이 젊어진다’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젊은이와 학생들에게 스포츠를 통해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제공하는 젊은 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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