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독설가로 유명한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5월 트위터에 “현재 출산율 추세라면 3세대 안에 한국 인구는 현재의 6%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현재 5100만명인 우리나라 인구가 300만명 정도로 쪼그라드는 것은 시간 문제다.

통상 인구수가 현상 유지될 출산율을 2.1명으로 잡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졌으니 이대로라면 대략 한 세대마다 유소년 인구가 3분의 1로 준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태어난 아기가 25만명 가량이니 2070년에 태어날 아기는 연간 10만명 정도가 되는 셈이다. 머스크의 독설을 단순히 허풍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까닭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두고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 또한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 때보다 더 빠른 속도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소멸중인가(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칼럼에서 필자는 세계 최저 출산율 0.7명인 이 추세라면 “한 세대가 200명일 경우 다음 세대는 7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면서 “이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 추세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흑사병으로 30~60%가량 인구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는데 위 추세에 따르면 한국은 그 보다 더 많은 65%가 줄어드는 꼴이다.

실제 통계청은 지난달 29일 3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1년 전보다 0.1명 줄었다는 발표를 했다. 2021년 선진국의 출산율은 각각 미국 1.7명, 프랑스 1.8명, 이탈리아 1.3명, 캐나다 1.4명 수준이다. 그에 비해 한국은 2021년 0.81명을 기록했으며 2022년 0.78명, 2023년 3분기에는 0.7명까지 하락했다. 이런 추세를 멈추지 못한다면 100년 전으로 돌아가는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제강점기인 1910년 한반도 인구가 1330만명이었고, 1920년에는 1700만명이었다. 머스크의 독설이나 뉴욕타임즈 칼럼이 황당 주장이 아님을 역사와 통계가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이 0.7명도 안 되는 인구소멸단계로 진입하는 출산율 최저의 국가가 됐을까? 왜 우리나라는 생물의 본성이자 생존의 의미이기도 한 번식조차 포기하며 살아야하는 기형적인 사회가 됐을까?

그 비밀은 바로 ‘극심한 경쟁’과 불평등 심화로 인한 ‘상대적 빈곤’ 사이에 있다.

우선 과도한 ‘경쟁’이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생존환경과 번식환경 마저 최악의 상태로 내몰고 있다. 한국사회가 서구사회 못지않게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피말리는 생존경쟁 시스템에서 탈락하지 않아야만 주어지는 조건부 혜택일 뿐이다. 한마디로 지나친 경쟁 시스템이 생존을 위협하고 번식을 포기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한국은행의 보고서(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를 통해서도 밝혀지고 있다. 보고서는 출산율이 추락하는 가장 큰 이유로 먼저 청년층이 느끼는 경쟁압력을 꼽았다. 20, 30대 청년 2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쟁압력 체감도가 높은 집단(0.73명)이 낮은 집단(0.87명)보다 희망 자녀 수가 더 적었다. 초저출산의 근본 원인이 청년들이 겪고 있는 높은 ‘경쟁 압력’이라는 사실이 조사를 통해서 밝혀진 셈이다. 아울러 번식환경의 열악함에 해당하는 주거·고용·양육 등 3가지 측면에서 느끼는 ‘불안’도 저출산의 원인으로 꼽혔다. 청년층의 낮은 고용률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높은 집값과 양육비용이 출산율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얘기다.

진화생물학에 ‘붉은 여왕 효과(Red Queen Effect)’라는 개념이 있다. 루이스 캐롤의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주인공인 앨리스에게 한 말에서 비롯됐다. 이 소설에서 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제자리에 있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뛰어야 한다’고 말한다.

붉은 여왕 효과는 과도한 경쟁, 진화적 군비경쟁 상태가 극대화돼 삶 자체가 황폐화되어가는 경쟁사회의 부정적 단면을 잘 보여준다. 결국 공동체 내의 극심한 ‘경쟁 시스템’과 불평등 심화로 인한 ‘상대적 빈곤’이 집단 내의 생존과 번식을 힘들게 하는 근원적인 요인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붉은 여왕처럼 멈추지 않고 뛰어야만 현상을 유지하는 극심한 경쟁, 양극화의 심화로 인한 상대적 빈곤과 삶의 만족도 저하가 완화되고 해소되지 않은 이상 각박한 생존환경과 번식환경은 나아질 수 없고,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 역시 백약이 무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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