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걷는 즐거움은 트레킹이나 등산이나 다를 바 없다. 굳이 차이점을 두자면 트레킹은 온전히 걷는 과정 그 자체에 대한 즐거움에 집중한다. 풍광이 수려하고 아름다운, 때로는 사람의 손때가 거의 묻지 않은 인적 드문 호젓한 둘레길을 걷는 즐거움은 나홀로 걷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이에 비해 산행은 오르는 즐거움도 있지만 정상에 도달하는 즐거움이 더욱 크다. 이는 정복의 의미라기보다 정상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오르막의 힘든 과정을 거쳐 목표한 바에 도달하는 성취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산의 정상에 올라보면 오히려 대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좀 더 겸손해지며 동시에 일상의 비루함을 벗어던지고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다.

아무튼 정상에 오르든 둘레길을 걷든 우리는 자연과의 교감을 위해서 온몸을 써 걸어야 한다. 걷기는 자연과의 접속이며 자연과 하나되는 가장 손쉬운 통로이다. 최근에는 신을 벗고 맨발로 땅과 접지하며 걷는 맨발걷기가 유행이다. 어씽(earthing: earth+ing의 합성어)이 국내 소개된 후 어씽의 가장 이상적인 방식인 맨발걷기가 면역력 증진과 건강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들불 번지듯이 확산되고 있다.

맨발걷기는 땅과의 접촉 더하기 트레킹이라고 할 수 있다. 맨발걷기는 맨발로 지표면과 스킨십하는 것과 걸어서 운동하는 것 즉 어씽의 효능과 걷기의 효능이 결합돼 땅과의 접지를 통해 인체의 유해한 독소를 배출하고, 걷기를 통해 인체를 활성화시키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누린다.

그래서 오늘은 푸른 동해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풍광 좋은 바닷가와 산길을 트레킹도 하고 종착지 즈음에서는 모래사장 맨발걷기도 가능한 트레일 로드 한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영덕 블루로드다. 영덕 블루로드는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770㎞의 해파랑길의 일부로, 영덕 대게공원을 출발해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도보 여행을 위해 조성된 64.6㎞의 해안길이다.

영덕 블루로드는 푸른 동해의 풍경과 풍력발전단지, 대게원조마을, 축산항, 괴시리마을 등 풍부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곳이다. 특히 가족이나 어린이를 동반해 신재생에너지전시관 등을 둘러보며 환경의 중요성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느끼게 하는 친환경적인 생태여행을 경험할 수도 있어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이다.

블루로드 뜻에는 맑고 푸른 바다, 일상생활의 탈출구로서의 바다, 희망의 에너지, 새로운 빛으로서의 태양, 그리고 언젠가 가보고 싶은 관광목적지, 흥미진진한 장소로서의 여행지, 전설과 이야기가 풍부한 곳, 독특한 지역문화가 있는 곳으로서의 문화 이렇게 4가지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한다.

영덕 블루로드 코스는 A, B, C, D 총 4가지로 구성돼 있다. A코스는 빛과 바람의 길, B코스는 푸른 대게의 길, C코스는 목은 사색의 길, D코스는 쪽빛 파도의 길이다. 각 코스는 4.5시간~6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중에 걷기 좋은 코스를 추천하자면 A와 B코스는 난이도가 좀 있어 트레킹 베테랑에게 좋고 C와 D코스는 비교적 걷기 쉬운 편이라 초심자들도 좋은 길이다. 시간이 부족할 경우 약 1시간 30분 이내로 짧게 일부 코스를 선택할 수도 있다. 코스마다 고유의 특색이 있으며 볼거리와 먹을거리도 많아 여행의 즐거움이 두 배가 된다. 그리고 어느 코스를 선택하더라도 동해바다를 만날 수 있어 느릿느릿 힐링 트레킹을 즐기기 좋다.

블루로드의 종착지에는 드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바로 고래불해수욕장이다. 상대산 모퉁이를 돌아 나오면 펼쳐지는 대진해수욕장에서 병곡까지 동해안에서 백사장이 가장 긴 명사이십리의 하얀 모래사장이 푸른 송림과 함께 가없이 펼쳐진다.

고려말 대문장가 목은 이색 선생께서 오십천 흘러내리는 영덕 앞바다 상대산 언덕에서 물 뿜으며 한가로이 노니는 고래의 모습을 보며 지었다하여 전해오는 지명 고래불. 청빈백사의 모래사장은 대진에서 병곡까지 4.6㎞ 구간으로 동해안에서 가장 길다는데 이제 고래의 자취는 오간데 없고 인적 없는 바닷가엔 물떼새 서넛 종종걸음 거닐고 갈매기만 한가로이 노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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