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또다시 케이블카의 망령이 한반도를 배회하고 있다. 명산대천이라면 어김없이 케이블카 추진이라는 망령이 끈질기게 부활하고 있다. 대통령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자마자 죽여도 죽지 않는 좀비처럼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번에는 영남알프스다. 이미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로 인한 여러 환경 관련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시점에서 불과 7㎞ 인근 신불산에 또 케이블카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영남의 산악인은 물론 만인이 사랑하는 천혜의 자연환경인 영남알프스를 두 번 죽이겠다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울주군은 10여년 전 언양 복합웰컴센터에서 간월재로 올라가는 신불산 케이블카 계획이 거부되자 이번에는 노선을 변경해 신불산 공룡능선을 거쳐 신불산 억새평원으로 향하는 2.472㎞ 구간 개발을 추진하고 나섰다.

이미 수차례 불가하다고 결정이 났음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포장만 살짝 바꿔 또 신청하는 행태나, 정권이 바뀌자마자 눈 가리고 아웅 하며 이를 승인하는 관련 부처의 모습이 영락없는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의 재판이다.

개발 명분 또한 천편일률이다. 산악 관광의 활성화를 통한 지역 경제의 부활 그리고 교통 약자를 위한 복지 서비스, 개발의 방식은 최대한 자연 훼손 없는 친환경 개발, 그야말로 지나가는 소가 웃을 진부한 레퍼토리다.

케이블카는 건설과 운행 과정에서 산림을 훼손하고, 야생 동식물을 삶터에서 몰아내며, 경관을 파괴한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하다. 지역 경제 활성화니 교통 약자 배려니 하지만 이 또한 개발을 위한 면피용 구실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그 어떤 시설에도 장애인 등 교통 약자를 위한 배려 시설 따위는 없었고, 50년째 흑자라는 권금성 케이블카가 있는 설악동의 지역상권 또한 쇠퇴한 지 이미 오래다. 개인사업자 배만 불리는 이 사업으로 지역 경제가 부활했다는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신불산과 같은 영남알프스의 천황산 기슭에 있는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또한 운행 초기 불법 시설물을 설치해 자연공원법 위반으로 운행 중단 사태를 맞이한 적이 있고, 경제적으로도 10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지역 경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신불산 케이블카는 국회에서 이미 ‘경제성’ 논란과 ‘환경성 평가 부실’ 논란에 휩싸인 바도 있다. 즉 예산과 관광객 추정치를 과하게 부풀리는 등 사업의 경제성 검증 방법에 문제가 많았음이 지적됐고, 환경적인 부분은 아예 검토되지도 않았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번에 노선을 수정해 추진해도 영남알프스의 고산늪지 훼손은 불가피하다. 신불산 공룡능선 위로 지나가는 이 노선의 상부 정류장 위치는 역대 노선 중에서 영축산 방향으로 가장 치우쳐 있다. 시간당 1500명을 수송할 수 있다는 자랑은 반대로 하루에 1만 2000명 이상이 신불재 일대에 올라갈 수 있다는 말이다. 한 번씩만 밟고 지나가도 억새군락이 아름다운 신불평원은 물론 인근 고산지대 늪으로 보호구역인 단조늪과 일대 억새평원 훼손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구나 이번 노선은 영남의 대가람인 영축산 통도사와도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다. 자연환경 훼손뿐 아니라 불보사찰이자 전통문화유산인 천년고찰 통도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단언컨대 산악 케이블카 건립을 하면서 환경과 개발이 공존할 수는 없다. ‘돈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공공재인 자연환경을 파괴하며 무분별하게 케이블카를 건설한다면 영남알프스의 경관·생태·문화유산은 남아날 수 없을 것이다.

걸어서 오르는 산, 걸으며 만나는 자연 생태와의 교감, 그것이 산에 오르는 이유다. 2017년 제2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세계산악문화상 수상기념 기자회견에서 산악인 릭 리지웨이는 신불산 케이블카 반대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주차장까지 차를 타고 와 케이블카로 산에 오르고 또 그곳의 전망대에서 커피를 한잔 마신 다음 같은 방법으로 하산해 귀가한다면 산이 주는 마법 같은 영감은 얻을 수 없다. 그러한 계획 추진은 적어도 자연의 마법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인간의 모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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