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동물의 왕국에서는 서식 환경에 따라서 번식의 패턴이 결정된다. 암수의 짝짓기 전략이나 번식의 방식, 그리고 번식률 등 모든 면이 인간에겐 의식주로 불리는 서식 환경에 따라 결정된다.

먹이가 풍부하고 경쟁자나 포식자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영역의 서식지인가 아니면 그렇지 못한 환경인가에 따라 짝짓기와 번식의 패턴이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서식환경은 동물들이 영역을 정하고 살아가는 자연환경뿐 아니라 동종 내의 경쟁까지도 포괄한다.

대체로 먹이가 풍족하고 서식 조건이 좋은 환경의 동물종은 짝짓기가 활발하고 번식률도 높다. 일부 포유동물 중에는 일부다처의 짝짓기 방식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반면 척박한 환경에 서식하는 동물종의 경우는 짝짓기의 빈도가 낮으며 짝짓기보다 양육에 더욱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새끼 양육에 있어 암수가 동등하게 투자하거나 수컷의 양육 비중이 높은 경우도 종종 보인다. 부부가 합심하여 ‘똘똘하게 잘 기르는’ 데 공을 더 들이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 호미니드종은 어떨까? 모든 면에서 질적인 차이를 지닌 우리 인간이지만 생존과 번식에 있어서만큼은 동물의 왕국의 원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여타 동물종들에 비해 출산과 양육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수컷의 역할이 매우 큰 우리 인간종 역시 서식지 환경이 번식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기 때문이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서식지를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경우 척박한 서식환경(경쟁의 격화와 불평등 심화) 때문에 번식률(출산율)이 급격히 하락하여 이것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며 전 세계적인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OECD 포함 세계 최저의 초저출산율을 무서운 속도로 갱신 중에 있다. 내년에는 이마저도 더 떨어져 0.6명대로 진입하고 2025년도에는 0.5명대로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2025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3%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50년 후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50%에 육박하면서 극단적인 초고령 사회가 된다. 또한 인구도 2천만명 이상 줄면서 3천만명 선을 지키기도 빠듯해질 것으로 관측됐다.

그런데 출산율을 곤두박질치게 만든 열악한 서식환경(경쟁의 격화와 불평등 심화 그리고 삶에 대한 불안정성 등)의 원인이 서식지의 과밀화 탓이라는 분석이 최근 제기됐다. 우리나라 초저출산율의 근본 원인이 ‘수도권 과밀화’, 한마디로 ‘서울 공화국’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높은 인구 밀도와 그에 따른 극심한 경쟁이 초저출산 현상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서울과 수도권으로 청년들이 굉장히 많이 몰려와 살고 있는데 이들끼리 경쟁이 심해지면서 출산을 미루거나 혹은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져 이게 전체 출산율을 감소하게 만든 원인이라는 것이다. 서울의 출산율이 합계출산율 평균 0.78 보다 낮은 0.59명이라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해 준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20년 기준 OECD 26개 나라 중 가장 높다. 수도권에 인구의 50% 이상이 살고 있지만 인구 2~4위 도시의 합산 인구 비중은 중하위권 수준이다. 그리고 이러한 수도권 집중 현상은 15~34세 청년층의 수도권 유입이 가장 큰 요인이 됐다. 2015년 이후 2021년까지 수도권에서 순 유입으로 늘어난 인구의 78.5%가 청년층이었다.

결국 저출산의 근본적인 원인은 청년층의 수도권 쏠림으로 인한 수도권 집중화, 이에 따른 높은 인구 밀도와 경쟁의 격화, 이의 결과로 초래한 경제적 격차와 불평등 심화, 생존과 주거의 불안정성에 따른 삶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함, 한마디로 생존과 번식이 힘든 척박한 서식환경, 달리 표현하면 '먹고 살기 힘들고, 아이 낳고 기르기 힘든 사회 환경'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청년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 문제를 풀어내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즉 수도권 집중과 과밀화 해소, 그리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사회적 아젠다 속에서 그 해법과 극복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래야만 태어나는 사람이 사망하는 사람보다 줄어든 나라, 여성들이 평균적으로 1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 나라, OECD회원국 중 합계출산율 0명대인 유일한 나라, 인구 절벽의 벼랑 끝에 선 나라, 국가소멸 위기에 봉착하게 된 나라라는 숱한 오명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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