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아과 병원 포화 상태
감기와 비슷하지만 3주 지속
국내 의료계 “진료대란 우려”

호흡기 질환자들로 북새통인 베이징 소아과 (출처: 연합뉴스)
호흡기 질환자들로 북새통인 베이징 소아과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최근 중국 전역에서 어린이를 중심으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등 호흡기 질환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돼 전 세계를 휩쓸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이어 또다시 ‘중국발 폐렴’에 대한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아 청소년을 대상으로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6일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 당국은 ‘겨울철 학교 유행성 질병 예방을 위한 업무 통지’를 최근 발표하고 각급 학교에 주의를 권고했다. 통지문에는 초등‧중학교와 유치원 내 질병으로 인한 결석자 추적 체계 등 방역 감시체계를 강화해 예측 및 조기 경보를 통한 과학적 대응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 교육 당국이 이 같은 권고사항을 내린 건 최근 학교 현장에 독감, 폐렴 등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결석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 베이징을 비롯한 북부지역은 소아 폐렴 환자가 폭증해 소아과 병원이 포화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늦가을부터 초봄 사이 아동‧청소년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급성 호흡기 감염증이다. 발열, 두통, 콧물, 인후통 등 일반적인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하지만 통상 일주일 정도 증상이 지속되는 감기와 달리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약 3주간 이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드물지만 피부의 다형 홍반이나 관절염, 수막염, 노염 등 호흡기 외 증상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국내에서는 3~4년 주기로 유행한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국내에도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 질병청 감염병 표본감시에 따르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입원환자는 올해 47주차(11월 19~25일) 270명으로 집계됐다. 47주차 입원환자 중 1~6세는 37.0%, 7~12세는 46.7%를 차지하는 등 소아가 대다수다. 다만 전체 입원환자 수는 지난 2019년 47주차(544명)와 비교해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대구=연합뉴스) 연휴 마지막 날인 7일 오전 대구 수성구 중동 한 이비인후과에 어린이 환자들이 진료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대구 지역 소아청소년과 병원은 최근 많은 환자로 연일 접수가 마감되고 있다. 2023.5.7.
(대구=연합뉴스) 연휴 마지막 날인 7일 오전 대구 수성구 중동 한 이비인후과에 어린이 환자들이 진료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대구 지역 소아청소년과 병원은 최근 많은 환자로 연일 접수가 마감되고 있다. 2023.5.7.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코로나19와 같은 제4급 법정 감염병에 해당하지만 항생제 치료 반응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유행하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항생제 내성이 높아 전문가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영아 이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호흡기 전문의는 연합뉴스에 “최근 입원한 소아 사이에서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비율이 높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진단되면 마크로라이드 계열 항생제를 우선 투약하는데, 이때 대부분 호전된다”며 “그런데 최근 입원 치료한 소아들은 항생제를 투여해도 증상 호전이 되지 않는 경우가 늘어 과거보다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의료계에서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확산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그래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소아 의료 현장에 ‘진료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한아동협회는 4일 입장문을 내고 “소아 감염병은 학교나 유치원 등 집단생활이 불가피해 초기 대응이 부실하면 유행이 한순간에 확산하는 특징이 있다”며 “감염 예방을 위해 손 씻기 등 개인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부 차원의 사전 대책 마련 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또 “소아 청소년 진료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과 독감 환자 급증을 비롯한 각종 바이러스 감염 환자로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만큼 만약 마이코플라스마가 유행하게 되면 ‘오픈런’과 같은 혼란 이상의 소아 진료 대란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