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세계 4위에 풍부한 광물 보유
브릭스 가입 이해득실 따지는 인니
경제·정치·거리 격차 걸림돌로 꼽혀
美 위시 서방과 관계 등도 고민거리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편집자주

아시아의 떠오르는 ‘잠룡’ 인도네시아의 성장 기세가 무섭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4위 규모인 총인구 2억 8000만명으로 대규모 소비자 기반을 가진 나라다. 성장 잠재력이 있는 방대한 내수시장과 막대한 광물자원을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는 브릭스 가입 제안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회원국 간 정치 체제의 차이와 성장 격차, 지리적 거리 등으로 고민이 깊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보웃 티다 캄보디아 크메르라이프 발행인이 아사아 전문가들의 시각을 담은 기고문을 보내와 번역 게재한다.

 

보웃 티다 캄보디아 크메르라이프 발행인.
보웃 티다 캄보디아 크메르라이프 발행인.

지난해 초 브릭스(BRICS, 신흥 5개국) 국가 간 무역은 전년 대비 14.1% 증가한 약 2438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는 서방 국가 전체 무역액을 능가한 규모다. 현재 전체 세계인구의 43%를 차지하며 이들 국가의 국민총생산 합은 2021년 기준으로도 이미 미국을 넘어섰다. 곧 다가올 2039년에는 브릭스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 총액이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주요 7개국인 G7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브릭스는 G7이 미국 위주 서방 선진국들의 이해관계만을 대변한다는 지적 속에 ‘지구촌 모든 국가의 진정한 선진국’을 표방하고 있다. 현재 5개 회원국들은 다른 국가들의 경제제재 영향을 극복하고 종종 미국의 정치적 압력 도구로 사용되는 미국 달러화의 국제적 사용을 줄이는 행렬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이미 중국과 브라질은 초강대국 미국의 달러 패권주의에 맞서 미 달러화 대신 양국 통화로 무역 대금 결제를, 인도와 러시아도 루피화·루블화 무역협정을 검토하고 있다.

브릭스 회원국들은 과세 문제부터 새로운 개발은행(NDB) 설립·운영에 이르기까지 다른 회원국에 금융지원을 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G7 등 서방 선진국들이 주도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체제에 맞서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주판알 튕기는 ‘급성장’ 인니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4위 규모인 총인구 2억 8000만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등 대규모 소비자 기반을 가진 나라다. 성장 잠재력이 있는 방대한 내수시장과 니켈과 주석 등 막대한 광물자원을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경제성장률은 5.3%로 2013년(5.5%) 이후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런 강점들은 브릭스를 더욱 강화하고자 하는 중국을 위시한 브라질, 러시아 등 회원국들 입장에서 크나큰 매력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일단 인도네시아는 브릭스 가입 제안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제안을 수락할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브릭스 가입이 당장 자국 경제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뿐더러 G7에 맞서 만들어진 브릭스가 성공적인 경제 블록체제가 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우선 성공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인들이 여럿 도사리고 있다. 회원국들의 경제성장이 격차가 크고 대체로 현저히 감소하는 점이 그중 하나다. 또 회원국 간 정치 체제의 차이와 지리적으로 너무 떨어져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이득 보는데 가입 필요?”

물론 브릭스 가입과 협력은 오늘날의 글로벌 흐름의 맥락에서 볼 때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전장치를 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입장에선 냉정히 계산기를 두드려 봤을 때 당장 얻을 수 있는 확실한 이득이 없다는 관측도 있다. “굳이 브릭스?”라는 의견도 나온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고 부국으로 떠오른 브릭스 회원국 중국과는 무역통상 분야에서 이미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지난해 1분기 기준 중국과의 무역에서 이미 11억 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한 빠른 경제성장에 힘입어 흑자 폭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브릭스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중간에서 이익을 취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입장에선 당장 브릭스에 가입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인도네시아가 동남아국가연합(ASEAN)을 통해 이 지역 국가들에 다차원적인 경제협력의 기회를 제공해 오고 있는 와중에 브릭스에 서둘러 가입할 유인이 적다는 분석이다.

비록 아세안 역내 국가 간 무역 규모는 전체 교역량의 21% 수준대이지만, 교역 규모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게다가 점차 증가하는 세계 경제의 불안정 속에서 우선 가까운 이웃 주변 나라부터 먼저 챙기는 것이 여러모로 이익인 데다, 아세안 역내 국가들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은 정치적 이득까지 챙길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아세안+3(한·중·일) 외에 아세안+8 등과도 여러 경제 네트워크로 엮여 있다는 점도 고려요소다. 아세안+8은 한국·중국·일본·호주·인도·뉴질랜드·러시아·미국 등 8개국을 말한다.

◆미-중 대립 휘말릴 우려도

여기에 더해 브릭스 가입을 통한 실익이 적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칫 미국 측에 ‘미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브릭스 회원국 대열에 동참한다’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정세의 흐름상 국익에 그다지 도움 될 것은 없다. 자칫 판단을 잘못해 줄을 잘못 섰다가는 미-중 간 대립 갈등의 파고에 휘말릴 수 있다는 고민도 갖고 있을 것이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인도네시아지만, 당장 브릭스 가입보다는 자국 경제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자국 지역 경제 문제와 투자유치, 같은 역내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 협력에 집중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국익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용틀임하는 인도네시아가 이처럼 선택의 기로에 선 가운데 과연 어떤 노정을 밟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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