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아세안 최대 차 생산국
인구 10% 이상 중국계 태국인
코로나 이후 중국과 밀착 양상
전기차 계기로 日 장악력 흔들

태국 방콕 시내를 관통하는 수쿰윗 대로의 모습. (위키피디아)
태국 방콕 시내를 관통하는 수쿰윗 대로의 모습. (위키피디아)
편집자 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최대 자동차 생산국 중 하나로 꼽히는 태국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태국 자동차 시장을 지배해온 일본의 장악력이 전기차 확대를 계기로 중국의 공세에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자동차 산업은 국가 GDP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태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전기차 수요가 치솟는 상황에서 중국이 저가 공세를 퍼부으면서 일본의 시장 지배력이 무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태국에 남다른 공을 들여온 일본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보웃 티다 캄보디아 크메르라이프 발행인이 아사아 전문가들의 시각을 담은 기고문을 보내와 번역 게재한다.

 

보웃 티다 캄보디아 크메르라이프 발행인.
보웃 티다 캄보디아 크메르라이프 발행인.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바네사 메이,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잠롱 전 방콕시장, 한국 아이돌그룹 2PM의 닉쿤.

이들의 공통점이 뭘까. 놀랍게도 바로 이들 모두가 중국계 태국인이라는 사실이다. 태국에는 중국인 혈통을 가진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태국 인구 약 7000만명 가운데 10% 이상이 중국계다. 이들은 대부분 경제상권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계 태국인 기업은 전체 기업의 40%가량을 차지한다. 정부 고위층도 적지 않다.

◆중국계 많은 태국, 중국·일본 모두 선호

태국인들은 인도 문화권에 속해있지만, 그들의 조상들 대수가 중국 서남부에서 왔다. 태국 땅으로 이주해 정착한 중국 화교도 많다. 인도와 중국을 합친 ‘인도차이나’라는 이름도 이런 연고로 생겼다.

중국계 태국인들은 중국인들과 결혼, 피부색이 다른 태국인들보다 흰 편이다. 중국계 태국인들은 절대적인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태국에서 살아온 역사가 길어 스스로 태국인의 정체성을 가졌다. 이름도 중국식 한자어 대신 태국 이름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계 혈통을 가졌을 뿐 태국 국민이란 자부심도 남다르다. 역사와 혈연을 공유하기에 태국인들은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사실 태국은 중국보다 일본과 더 친하다. 양국은 오랫동안 우호 관계를 이어왔다. 그간 투자와 경제 교류도 왕성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태국이 일본과 잠시 전쟁을 벌인 적이 있지만, 태국인들 사이에서 일본인에 대한 해묵은 감정이나 적대적인 정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일본은 그동안 태국에 많은 투자를 했고 문화교류와 협력도 빈번했다. 덕분에 태국인들은 일본인에게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미국과도 가깝게 지내는 태국

태국은 지구촌 초강대국인 미국과도 친하다. 인도차이나반도 5개국 가운데 미국과 가장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나라로 꼽힌다. 양국의 외교 관계는 올해로 190년을 맞이할 정도로 꽤 오래됐다. 외교·군사·안보 측면만 본다면 태국은 중국보다 미국과 훨씬 가깝다. 실제 미국과는 매년 군사 합동훈련을 거르지 않고 있다. 지난 2018년 한 연구조사에서 1800명의 태국 군인들을 상대로 중국과 미국 누구를 선호하냐는 질문에 미국이라고 답한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고 한다.

태국은 중국이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와 더 친하게 지내는 점을 그다지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친중 성향 국가들에 둘러싸인 형국이라는 생각 때문에 느끼는 불안감이 크다. 언제든 중국이 태국 국경을 맞댄 나라들을 압박해 태국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인도차이나반도 5개국에 대한 영향력을 더 확대할 경우 전쟁 없이 살아온 태국이 미-중 전략경쟁에 휘말려 미국의 반감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중국이 안보 위협 1순위 국가가 될 수도 있다.

◆코로나 이후 전환 맞은 태국 업계

그런 태국이 코로나19 봉쇄가 완전히 끝나자 최근 경제적으로 부쩍 중국과 밀착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태국의 재무장관은 중국 신화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태국의 디지털 경제, 전자 산업, 공공 인프라 등 분야가 중국 투자를 더 많이 유치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요코하마항에서 수출을 기다리는 자동차들이 세워져 있다. (AP/뉴시스)
일본 요코하마항에서 수출을 기다리는 자동차들이 세워져 있다. (AP/뉴시스)

그간 중국의 투자는 자동차 생산 투자 등 태국의 주력 경제발전 분야에서 상당히 진척돼 왔다. 태국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자국 내 전기자동차 생산을 50% 이상 늘린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주로 중국과 전기자동차 생산 인프라와 투자 확대를 늘리려 애쓰고 있다. 동남아에서 전기차 시장의 확실한 공급망 및 허브 역할을 통해 선진국 진입을 노리는 것이다. 중국은 그런 꿈을 위한 중요한 협력 파트너다. 태국 농산물 수출 1위 국가가 중국이라는 점도 양국 입장에서 모두 중요하다.

최근에는 태국산업연맹(TFI) 회장이 방콕 주재 중국 대사를 만나 중국산 전기자동차와 농산식품, 건강 분야에서의 중국의 투자와 교역 확대를 요청했다. 태국-중국 경제협력연구소까지 설립했다.

이러한 행보를 지켜보는 일본은 속이 까맣게 타고 있다. 태국은 일본이 오랫동안 자신들의 자동차 수출시장으로 삼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 나라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태국 방콕에서 볼 수 있는 승용차 10대 중 9대가 일본산이었다.

한국도 전기차의 경우 2019년만 해도 아세안 국가 시장에서 4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불과 3년 만인 2021년 8%로 점유율이 급락했다. 중국 자국뿐 아니라 아세안에서 중국 자동차의 약진으로 시장을 내주고 있는 셈이다.

일본도 지금 당장 태국을 계속 자신들의 영향권에 묶어 둘 수 없다. 그럴만한 카드도 선물도 마땅한 게 없기 때문이다. 지구촌 자동차 메이커들의 경쟁은 나날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차의 가성비는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태국에 남다른 공을 들여온 일본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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