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확장 후 탈달러에 더욱 박차
세계 달러 보유 80%→60%대 ‘급감’
中 위안화 비중 1년 새 2배로 늘어
금리 줄인상 강행한 美 자책골 분석
신흥국들, 때맞춰 확장 노력 ‘다각화’

위안화의 중국과 루블화를 내세운 러시아에 이어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가들이 통화 다극화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사진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가운데)이 지난달 5일(현지시간) 자카르타에서 제43차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본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2023.10.03.
위안화의 중국과 루블화를 내세운 러시아에 이어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가들이 통화 다극화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사진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가운데)이 지난달 5일(현지시간) 자카르타에서 제43차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본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2023.10.03.
편집자 주

브릭스(BRICS)를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탈(脫) 달러(de-dollarization)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브라질은 중국과 양자 무역 때 달러 결제를 요구하지 말고 서로 자국 통화로 거래하기로 합의했다. 미 달러화 패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 중국도 위안화를 최근 차츰 무역 결제와 투자 통화로 사용하는 ‘도미노 효과’를 노려 달러 패권 시나리오를 재구성하겠다는 의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탈달러 행보를 보이는 국가는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나라들뿐만이 아니다. 위안화의 중국과 루블화를 내세운 러시아에 이어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가들이 통화 다극화 대열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보웃 티다 캄보디아 크메르라이프 발행인이 아사아 전문가들의 시각을 담은 기고문을 보내와 번역 게재한다.

 

보웃 티다 캄보디아 크메르라이프 발행인.
보웃 티다 캄보디아 크메르라이프 발행인.

브라질과 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 나라가 주축이 돼 지난 8월 하순 11개 나라로 몸집을 불린 브릭스(BRICS)가 미국 달러화의 패권주의 대응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특히 경제적 지위가 급부상한 중국은 달러 대신 위안화가 지구촌 기축통화(reserve currency) 지위를 대신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여기에 더해 위안화의 중국과 루블화를 내세운 러시아에 이어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가들이 통화 다극화 대열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달러화 패권 도전 공식화한 中

지난해 12월 중국은 미국 달러화 패권에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이후 중동 주요 산유국들이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속속 가입하면서 위안화 국제 거래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집트와 카타르에 이어 최근 중동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도 중국이 주도하는 정치·경제·안보 동맹인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전격 합류했다. 양국은 석유 결제에 달러화 대신 위안화를 쓰기로 합의했다. 사우디의 중동 내 숙적이던 이란도 중국이 사가는 석유 대금을 위안화로 받고 있다.

탈달러(De-dollarization)는 세를 불려 가는 브릭스 회원국들과 회원 가입을 기다리는 속칭 ‘불만자 그룹’ 반미 성향의 나라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미국 달러화 보유 비중을 줄이고 위안화, 루피화(인도), 루블화, 헤알화(브라질) 등 여러 나라 통화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당연한 수순으로 무역 결제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는 중국 위안화의 비중을 갈수록 높이는 추세다.

중국 시진핑 주석의 3기 연임 이후 경제협력 확대에 주력해 온 유럽 선진국 프랑스 역시 중국과 합의 하에 위안화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미 LNG 수입에 위안화로 결제하기로 양국이 합의한 바 있다.

◆급격히 줄어드는 달러 비중

올해 세계중앙은행들이 보유한 달러의 비중은 불과 수년 전까지 80%에 육박했지만, 코로나 이후 60% 대로 주저앉았다. 중국 위안화 비중은 약 4.5% 수준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1년 전(2%대)에 견줘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말 기준 달러의 무역 결제 비중은 40.5%, 유로화 결제는 36.6%, 영국 파운드화 결제는 5.9%, 위안화 결제가 3% 순이다.

최근 중국은 위안화 거래를 늘리기 위해 아프리카와 아세안 개발도상국에도 많은 공을 들여왔다. 중국은 특히 신흥개발국 또는 일대일로 정책 연장선에 있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의 인프라 투자에 공을 들이며, 이를 위해 위안화 금융 자산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브릭스 은행인 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 NDB)이 기존 세계은행(World Bank)과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해온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미국 달러 패권 왜 약화됐나

이런 탈달러 추세는 달러화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깎아 먹은 미국의 자책골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천문학적인 달러 발행으로 급등한 자국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를 4개월 연속 0.75%씩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감행했다. 그 바람에 지구촌 시장에서 달러의 미래를 의심하는 추세가 가속화됐다.

위안화 가치 하락[서울=뉴시스] 위안화가 16년 만에 달러당 7.3 위안을 돌파했다. 이는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우량대출금리(LPR 론프라임 레이트) 1년물을 예상 인하 폭 보다 적은 3.45%로 0.1% 포인트 인하한 여파로 풀이된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 하락[서울=뉴시스] 위안화가 16년 만에 달러당 7.3 위안을 돌파했다. 이는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우량대출금리(LPR 론프라임 레이트) 1년물을 예상 인하 폭 보다 적은 3.45%로 0.1% 포인트 인하한 여파로 풀이된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높은 기준금리는 미국 국채금리로 이어져 미 국채가격이 하락, 미 국채를 보유한 일본과 중국 등이 적잖은 손해를 봤다. 이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그만큼 잃게 했다. 연초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도 달러화가 더 이상 안전한 자산이 아님을 확신시켜 줬다.

미국이 저지른 또 다른 실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를 정치적 제재 수단으로 악용한 점이다. 미국이 달러를 무기화, 결과적으로는 지구촌 모든 나라들이 ‘미국 말을 안 들으면 언제든 해를 입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 속에서 달러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는 동력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탈달러의 주된 동기부여였다. 당장 경제제재를 당하는 국가들은 물론 언젠가 경제제재를 당할 수 있는 나라들로 하여금 대안을 만들게끔 유도한 것이 바로 미국 자신인 셈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의 외환계좌들을 동결했고, 이에 러시아는 중국과의 에너지 거래 때 달러 대신 위안화를 결제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중국과 가까운 아세안 사정은

아세안(ASEAN) 10개국은 중국 경제의 가장 가까운 영향권이었기 때문에, 큰 규모의 탈달러 움직임이 뚜렷이 감지되는 지역이다. 중국은 인구 6억이 넘는 아세안에 유독 많은 공을 들여왔다. 대부분의 아세안 국가들도 중국의 이같은 정책에 큰 거부반응 없이 응해왔다. 미국 달러화가 가진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방편으로 중국 위안화 보유를 늘리고, 결제 방식도 점차 확대하는 중이다.

지난 2014년 중국은 아세안과 첫 위안화 결제를 성사시킨 바 있다. 이미 아세안 국가들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서도 위안화 결제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인구 2억8000만 명의 거대 소비시장과 전기차의 핵심 원료인 니켈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해 아세안 회원국 10개 나라 가운데 가장 경제 규모가 큰 인도네시아는 탈달러에 가장 적극적이다. 이와 관련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최근 “인도네시아가 탈달러 운동에 최근 합류했다”고 보도했다.

23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제15차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2023.08.23. (출처: 뉴시스)
23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제15차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2023.08.23. (출처: 뉴시스)

그러나 각국의 탈달러 움직임이 곧 위안화의 달러 대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11개 브릭스 회원국들은 누구보다 특정 국가 통화가 기축통화로 기능함에 따른 피해를 몸소 겪은 나라들이다. 달러가 싫다고 달러 대신 위안화를 단일 기축통화로 삼을 나라들이 아니라는 의미다.

◆위안화 이어 루블화도 확장 ‘다극화’

실제 위안화는 지구촌에서 무역 결제, 투자 등에서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탈달러 대오 내인 인도와 러시아, 브라질 등으로부터 견제받는 측면도 뚜렷하다. 따라서 탈달러는 다극적 기축통화 시대를 향한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최근 무역파트너 국가들과 현지 통화거래(LCT)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국가 태스크포스(National Task Force)를 구성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우리 법정화폐 루피아(rupiah)가 보다 안정되고 역내 금융시장에도 이로울 것”이라고 낙관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5월 2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당시 한국과도 양국 통화로 무역 결제를 하기로 협정을 맺은 바 있다.

중국과 함께 브릭스의 주요 구심 역할을 맡고 있는 러시아와 인도의 자국 화폐 이용도 주목해야 한다. 인도는 지난 상반기 인구 세계 1위 중국을 앞질렀고 산업과 경제 모든 측면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고 있다. 우선 올해 현재 러시아와 인도 사이에 자국 통화로 무역 결제한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5배(루블화 기준) 증가했다. 루블화와 루피화로 결제한 상반기 평균 무역 거래 금액은 지난해보다 83%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루블화로 결제된 인도와의 무역 건수는 4배 증가했는데, 의약품과 식품, 기계 및 장비, 화학제품 등이 인도로부터 수입 수요가 가장 많은 상품 분야들이다.

러시아는 올 상반기 중국과의 무역 때 75%를, 중국 이외의 국가와의 무역 거래 때는 25%를 각각 위안화로 결제했다. 하지만 급부상하고 있는 인도와는 위안화가 아닌 자국 통화로 무역 결제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처럼 중국의 위안화뿐 아니라 러시아 루블화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통화 다극화의 시대를 맞이했다.

사진은 15일 아부다비서 악수하는 UAE 대통령 겸 아부다비 군주와 모디 인도 총리(왼쪽)(출처: EPA, 연합뉴스)
사진은 15일 아부다비서 악수하는 UAE 대통령 겸 아부다비 군주와 모디 인도 총리(왼쪽)(출처: EPA, 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왼쪽)과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포옹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왼쪽)과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포옹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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