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세계 4위 경제 도약 전망
EU에 버금가는 ‘성공한 국가연합’
세계열강들, 시장 잠재력에 ‘눈독’

韓, 中 이어 수출 규모 2위로 ‘성장’
아세안, 韓에 ‘관심’ 韓은 ‘무관심’
아세안 문화·역사에도 관심 필요

오는 5~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제43차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아세안 정상들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기념촬영하는 모습. (뉴시스) 2023.09.05.
오는 5~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제43차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아세안 정상들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기념촬영하는 모습. (뉴시스) 2023.09.05.
편집자 주

오는 5일부터 7일(현지시간)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제43차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다. 아세안 10개국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미국, 중국, 일본, 호주 등 22개국의 정상급 인사들과 9개 국제기구가 참석한다. 아세안은 국제 정세 변화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지난 1967년 창설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정치·경제적 연합체다. 미얀마 사태와 남중국해 분쟁, 미·중 갈등 속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는 다양한 현안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주요 안건은 녹색 경제 인프라 구축, 탄력적인 공급망 개발, 식량 안보, 디지털 경제와 통합 결제 시스템 구축 등이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보웃 티다 캄보디아 크메르라이프 발행인이 아사아 전문가들의 시각을 담은 기고문을 보내와 번역 게재한다.

 

보웃 티다 캄보디아 크메르라이프 발행인.
보웃 티다 캄보디아 크메르라이프 발행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10개 회원국이 5~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제43차 아세안 정상회의를 연다. ‘아세안의 중요성: 성장의 중심’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친환경 인프라 ▲디지털 전환 ▲창조 경제·금융 등을 주요 논의 안건으로 삼았다.

아세안은 국제 정세 변화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지난 1967년 창설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정치·경제적 연합체다. 캄보디아를 비롯해 싱가포르, 브루나이,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등 총 10개국이 회원국이다. 사무국은 자카르타에 있다.

◆아세안의 성장 잠재력

아세안의 잠재력은 몇 가지 수치로 확인된다. 아세안 인구는 지난해 기준 약 6억 7000만 명이다. 중국과 인도에 이어 3번째다. 2050년에는 8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가 많은 만큼 소비시장과 생산연령인구 규모도 커서 수입 여력, 가성비 좋은 노동 인구도 많다. 아세안의 평균 나이는 30세 정도다.

아세안은 미중 갈등의 중심에서도 벗어나 있다. 경제 수준은 세계 7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연평균 5%대의 경제성장률이다. 이를 기반으로 이변이 없는 한 2030년에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4위 경제권으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역내 총생산(GDP)은 2021년 기준 3조 1062억 달러(약 3527조 4007억원) 수준이다. 땅 크기는 약 452만㎢로 EU(423.3만㎢)보다 넓다. 풍부한 천연자원, 특히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이 대량 생산된다. 주석과 보크사이트 등 중요 광물도 많이 묻혀 있다. 비옥한 토지와 풍부한 강수량으로 쌀과 채소, 과일 등 다양한 농작물도 많이 수확된다.

아세안은 지정학적 가치도 크다. 남중국해와 믈라카 해협은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핵심 통로다. 한·중·일 등 아시아 주요국가 수출입 물동량의 30% 이상이 통과한다. 원유의 80~90%가 이곳을 경유한다.

◆4차 산업 관련 막대한 자원 보유량

아세안은 EU에 버금가는 ‘성공한 국가연합’이다. 아세안이 중심이 되는 동심원적 다자 플랫폼을 형성하고 있으며, 아세안 회의에는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호주 등 주요 선진국 정상들이 다수 참석하고 있다. 그만큼 경제동맹체로서의 위상이 높다는 방증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 한·중·일 및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2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에서 열린 '26회 아세안+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 한·중·일 및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2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에서 열린 '26회 아세안+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최근 들어 아세안의 가치는 수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자원인 니켈 때문이다. 니켈은 전기차 제조의 필수 불가결 핵심 소재다. 인도네시아의 니켈 매장량은 2100만톤으로, 세계 매장량의 22%를 차지한다. 지구촌 자동차 생산업체들도 니켈 확보를 위해 인도네시아로 몰리고 있다.

포드는 니켈 처리 시설에 45억 달러(약 5조 9400억원)를 투자했고, 한국의 현대기아차는 인도네시아에 생산시설을 갖춰 제품을 만들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 공식 의전 차량으로 현지 생산한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5’를 대거 투입했다.

한국 입장에서 아세안은 불안한 중국 시장을 대체할 미래시장이다. 아세안에 대한 한국의 교역과 무역수지는 2년 연속 상승세를 보여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아세안에 대한 무역수지는 미국을 제치고 최대 흑자를 봤다. 2000년 한국의 아세안 수출은 201억 달러, 수출 비중은 11.7%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0년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의 17.3%, 890억 달러(약 117조 4000억원)로 급증, 중국에 이어 2위 수출시장 자리를 굳혔다. 아직 중국(25%)보다 낮지만, 미-중 전략경쟁 때문에 야기된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뚜렷한 대안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한국 신뢰하는 아세안국가들

대부분 아세안국가는 한국을 신뢰한다. 한류 열풍이 여전히 뜨겁고 한국산 상품에 대한 이미지도 매우 좋다. 오히려 지금껏 한국의 아세안에 대한 투자가 너무 조심스럽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올해 현재 한국의 아세안 투자는 유독 베트남에만 집중돼 있다. 캄보디아와 태국 등 다른 메콩강 주변 국가들도 한국의 투자를 기다리는 형국이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직전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이어 아세안을 매우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협력하고 있다.

아세안과 본격적으로 가까워지려면 몇 가지 상황을 구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우선 아세안은 아직까지 같은 화폐를 사용하는 EU 수준으로 국가 간 결합도를 갖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아세안은 평등한 주권국가 간 협의체 성격의 연성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의사결정은 ‘전원합의의 원칙’을 채택한다. ‘아세안 중심성’ 원칙을 기준으로 대외 문제에 공동보조해 대외 협상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각국 내정에는 불간섭 원칙을 표방한다. 국가별 핵심가치·이익을 추구하고 경쟁을 허용하는 등 ‘따로 또 같이’의 이중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아세안국가들 경제규모는

아세안이 EU 수준의 동질성을 갖지 못한 것은 다양한 인종과 종교·언어·소득·지리·법·제도 때문이다. 어느 지역보다도 다양하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특히 다양한 종교는 간혹 아세안의 단결과 결집에 장애 요소로 작용한다. 태국과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는 불교 국가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는 이슬람국가다.

지리적 차이가 낳은 국가별 소득 차이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세안 10개 회원국은 인도차이나반도의 메콩 유역 5개국과 해양 지역 5개국으로 나뉜다. 해양 지역 5개국은 지구촌에서도 잘 사는 나라로 꼽힌다. 싱가포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만 달러로 압도적으로 높다. 브루나이와 말레이시아가 1만 달러 이상의 상위권 국가다. 그 뒤를 잇는 인도네시아와 태국, 필리핀, 베트남이 3000~7000달러로 중위권을 점한다. 미얀마와 캄보디아, 라오스가 3000달러 미만의 하위권을 이루고 있다.

◆눈높이 맞추고 경제협력 강화해야

아세안 입장에서 한국은 단순한 경제산업 파트너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아세안 10개국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대내외 상황을 정확히 이해해야 할 이유다.

지구촌 전체가 아세안에서 성장 기회를 엿보고 있기 때문에, 한국도 아세안정책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를 위해 아세안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정교한 복합적 외교정책, 그리고 과감한 투자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주저하거나 머뭇거리면 기회는 다른 나라로 향할 수밖에 없다.

한국 사람들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 대한 깊은 통찰을 통해 소통하는 데에 익숙지 않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아세안 사람들에게도 K-팝과 K-영화를 일방적으로 소개하려 할 뿐 동남아시아 문화와 역사에는 관심조차 없는 사람이 허다하다.

아세안은 이른 시일 내에 아세안 경제공동체(AEC)를 완성해 세계 경제를 견인할 역동적이고 활기찬 성장 중심이 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실현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이르면 20년 뒤 아세안이 세계 3대 인구 대국이자 세계 4대 경제 대국으로 세계 무대에 오를 전망이다.

더욱이 그런 아세안은 한국을 좋아한다. 한국도 아세안국가에 대한 배경 지식과 눈높이를 맞추고 아세안에 적극 호의를 보여야 할 때다.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들과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다토 림 족 호이 아세안 사무총장,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훈센 캄보디아 총리, 하지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술탄, 조 바이든 대통령,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판캄 비파반 라오스 총리,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말레이시아 총리, 테오도르 록신 주니어 필리핀 외무장관. 2022.05.13.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들과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다토 림 족 호이 아세안 사무총장,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훈센 캄보디아 총리, 하지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술탄, 조 바이든 대통령,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판캄 비파반 라오스 총리,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말레이시아 총리, 테오도르 록신 주니어 필리핀 외무장관. 202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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