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요 사찰서 법요식 봉행
궂은 날씨에도 1만명 인파 몰려

윤석열 대통령도 법요식 참석
“인권존중·약자보호 국정철학
부처님 가르침서 나오는 것”

올해는 사회적 약자 초청 안 해
‘포교’ 중심 헌화자 선정 지적도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장 자광스님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의 봉축법어를 대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2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장 자광스님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의 봉축법어를 대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27.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불기 2567년 부처님 탄생을 기념하는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법요식) 행사가 4년 만에 코로나19의 제약에서 벗어나 전국 각 사찰에서 일제히 봉행됐다.

특히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 총본산인 조계사에서는 비속에도 불구하고 1만여명의 인파가 현장에 몰렸다. 조계사 입구에는 시민들과 외국인 방문객이 몰려 혼잡한 상황이 펼쳐졌다. 시민들이 현장에 많이 몰리다 보니 본 행사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날 행사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장 자광스님을 비롯해 총무원장 진우스님, 불교계의 여러 원로의원 스님, 중앙종회의원 스님 등이 참석했다.

진우스님은 봉축사에서 “자유와 평화, 조화와 질서, 지혜와 자비의 정토 세상이 속히 성취되기를 발원한다”며 “모든 국민과 불자들이 업장을 소멸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아 이 세상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발원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치인들과 사회의 리더들은 그 누구보다 자신을 제어할 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관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여야 정치인 및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함께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2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27.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우리 모두가 정성을 다해 밝힌 연등과 같이 부처님의 자비 광명이 온 세상 곳곳을 환히 비춰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지향하는 인권 존중과 약자 보호, 세계 평화의 국정철학은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정부는 어려운 이웃을 더 따뜻하게 살피고 국민의 삶 구석구석에 희망이 스며들 수 있도록, 그리고 세계시민 모두와 함께 서로 도와가며 평화를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궂은 날씨와 조계사에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해 집 근처 법당에서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는 불자들도 있었다. 양미숙(64, 여, 인천 부평구)씨는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조심스러워서 법당이나 주요 행사에 가지 못했었는데, 마스크가 해지되면서 다시 법당에 올 수 있어서 기쁘다”며 “특히 오늘은 부처님오신날로 코로나19 제약 없이 부처님을 온전히 뵐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번 계기를 통해 다시금 불심을 되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주기적으로 법당에 방문해 부처님께 공양을 드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7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조계종은 총본산 서울 조계사에서 불자대상 시상식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의 불자대상 수상자는 이원종씨를 포함해 사단법인 자비신행회,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 전 프로야구 선수 홍성흔씨 등이다. ⓒ천지일보 2023.05.2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7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조계종은 총본산 서울 조계사에서 불자대상 시상식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의 불자대상 수상자는 이원종씨를 포함해 사단법인 자비신행회,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 전 프로야구 선수 홍성흔씨 등이다. ⓒ천지일보 2023.05.27.

◆올해 조계사 법요식엔 사회적 약자 초청 배제

조계사에서는 매년 초청하던 사회적 약자들을 볼 수 없었다. 조계종은 “국민과 전체 불자를 대상으로 전법(傳法)의 뜻을 드높이기 위해 올해의 헌화자로는 연령별(어린이, 청소년, 청년, 장년, 어르신) 신도 각 2인을 초청했다”며 “종교 인구 감소와 출가자 감소 등 종단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적극적인 포교를 통해 불교중흥을 이뤄가자는 종단적 염원과 함께 모든 세대와 성별이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전법을 위해 해고노동자·유족 등 사회적 약자를 초청 명단에서 배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불교계에서는 내부 논란이 있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양한웅 집행위원장은 최근 조계종 총무원 내부게시판에 ‘거룩하신 부처님 너무 너무 죄송하게 되었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올해는 (중략) 부처님께 꽃을 올리고 싶었지만, 저의 신심과 노력의 부족으로 부처님께 인사 못 드릴 것 같다”고 애통해했다.

조계종 민주노조도 지난 22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중앙종무기관에 근무하는 우리 민주노조 종무원들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부처님오신날 법요식 초청 대상은 종단의 종책적 판단과 사회적 메시지 전달 내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설령 외부의 자문과 주장이 있다하더라도 최종 판단은 종단의 몫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교’에 초점을 맞춰 헌화자를 선정했다는 것과 관련 이날 법요식에 참석한 한 신도는 종단의 이 같은 결정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김미화(가명)씨는 “(종단이) 투표권을 의식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포교를 중점으로 하는 건지, 윤석열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건지… 종교계 비리가 워낙 난무하니까 의구심이 든다”며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교도 포교에 초점을 맞춘다고 하니 기독교처럼 내 종교만 옳다고 선동할까봐 우려가 된다”며 “내 종교만 옳다고 해선 안 된다. 내 종교 네 종교를 떠나 모두가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부처님오신날을 일주일 앞둔 20일 연등행렬이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에서 출발해 종로3가 일대를 지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부처님오신날을 일주일 앞둔 20일 연등행렬이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에서 출발해 종로3가 일대를 지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21.

◆아직도 ‘부처님오신날’ 명칭 표기 혼돈

2018년 이전까지 석가탄신일로 불린 부처님오신날은 불교계의 지속된 요청으로 ‘부처님오신날’로 공식 명칭이 변경됐다. 불교계는 석가라는 단어가 ‘샤카’라는 고대 인도의 특정 민족 이름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라는 점에서 부처를 지칭하기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석가탄신일을 줄인 석탄일은 광물인 석탄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다며 명칭 변경을 요구해왔다.

이에 정부는 2017년 7월 10일 국무회의를 통해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의결해 관련 명칭 변경을 확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8년(불기2562년)부터 ‘부처님 오신 날’로 변경된 명칭을 통일해 사용해 주시기 바란다고 공지했다.

석가탄신일을 부처님오신날로 명칭을 바꾼 지 6년째다. 그러나 여전히 석가탄신일로 혼동해 부르는 경우가 많다.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언론들조차 부처님오신날 명칭 표기가 제각각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2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형형색색의 오색 연등이 달려 있다. ⓒ천지일보 2023.05.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2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형형색색의 오색 연등이 달려 있다. ⓒ천지일보 2023.05.23.

◆불교 창시자 ‘석가모니 부처’는 누구인가

석가모니는 불교의 교조이자 창시자며, 여러 붓다(부처) 중 하나다. 석가모니란 석가족(釋迦族)에서 나온 성자(聖者)라는 뜻으로 본래 이름은 ‘싯다르타 고타마’다.

석가모니는 기원전 624년 4월 8일 북인도 카필라(지금의 네팔지방)의 숫도다나왕과 마야부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무엇하나 부족할 게 없이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었던 그는 종교적 의문을 해결하지 못해 왕가의 부귀영화를 버리고 수행의 길을 떠났다. 그의 뇌리를 건드린 질문은 인간의 생로병사로 ‘왜 인간은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가’였다. 온갖 고행 끝에 그는 35세 때 보리수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는다. 석가모니는 욕망의 집착이 바로 괴로움의 원인이라고 진단, 욕망의 집착을 없애는 수행의 길을 제시했다. 석가모니 부처의 가르침은 네팔과 인도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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