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한국 산업 근대화의 주역’ ‘세기의 도전자’ ‘위기의 승부사’ 등 다양한 수식어가 방증하듯 현대경제사와 궤를 같이한 한국의 대표 기업가다. 아산이 일군 현대그룹은 자동차와 조선, 건설, 유통, 자재, 금융 등 주요 산업을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들로 성장해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으로 한국 사회에 큰 족적을 남겼다. 1990년대 정몽헌 당시 현대전자 대표이사가 직접 스카우트해 현대전자에도 몸 담았던 박광수 칼럼니스트가 올해 75주년을 맞은 현대그룹을 파헤쳐본다.

ⓒ천지일보 2023.03.10.
ⓒ천지일보 2023.03.10.

 

<44> 정주영 회장이 설립한 현대제철

‘자동차·선박’ 등 제조 위해 철강 필요

중요성 인지한 정주영, 철강회사 지시

70년 인천제철 인수 후 성장기반 마련

 

한보철강 인수로 열연강판 생산 성공

일관제철소 건설… 종합철강사 거듭나

당진 1·2·3고로 가동 열연·후판 생산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10년 11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열린 제2고로 화입식에서 고로가동을 위해 첫 불씨를 점화하고 있다. (제공: 현대제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10년 11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열린 제2고로 화입식에서 고로가동을 위해 첫 불씨를 점화하고 있다. (제공: 현대제철)

 철강(steel)은 경제성이 우수하고 기계적 특성이 탁월한 재료로서 고상 변태와 구상공정을 통해 미세조직과 기계적 물성을 얻을 수 있는 소재이다. 따라서 순수한 철은 불순물 함유량 60ppm 이하 수준으로 제어된 재료이나, 기계적인 강도가 매우 낮다는 단점도 있다.

철 생산의 역사는 문헌에 의하면 기원전 2000년경 아나톨리아에서 시작됐고, 본격적인 철기 시대는 기원전 1000년경에 확립됐다.

따라서 제철 기술은 이후 널리 퍼져 나갔으며, 기원전 500년경에는 유럽의 서쪽 끝까지 전파됐고, 기원전 400년에는 중국에 도달했다. 당시 철광석은 널리 분포돼 있었고, 철을 달구는 데 사용되는 숯도 쉽게 만들어 냈다. 철은 블룸(완제품이 되기 전 반제품 단계에서의 철)이라고 하는 단단한 덩어리로 작은 용광로에서 생산된 다음 슬래그와 목탄 조각을 포함하는 가단성 재료인 연철 막대로 열간 단조 됐다.

1968년 준공한 전기제선로 공장. (제공: 현대제철)
1968년 준공한 전기제선로 공장. (제공: 현대제철)

◆실생활은 물론 전쟁 무기 제조에 활용된 ‘철’

초기 철의 탄소 함량은 매우 낮음(0.07%)에서 높음(0.8%)까지 다양했으며, 강철의 경우 탄소 함량이 0.3% 이상일 때 약 850도에서 900도의 온도에서 담글 경우 이 물질은 매우 단단하나 부서지기 쉬운 단점이 있다.

취성은 템퍼링으로 알려진 과정에서 350도에서 500도 온도에서 강철을 재가열시킴으로써 단점을 최소화했다. 이러한 유형의 열처리는 기원전 900년경에 이집트인들에게 알려졌으며, 칼과 칼의 제조에 이상적인 재료를 생산하는 철강산업의 토대를 만들었다.

중국인들은 저탄소 철 생산에서 고탄소 주철 생산으로 빠르게 기술을 발달시켰고, 중국 한나라(기원전 206~AD 25)에서 열처리 강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본은 중국으로부터 금속 세공 기술을 습득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남아 있지 않다.

철은 실생활에도 유용하게 활용됐지만 인종끼리 전쟁이 심각해지면서 주로 전쟁 무기 제조에 활용된다. 흔한 예가 중세시대까지 전쟁 시 사용된 칼, 창, 화살촉, 얼굴보호용 투구 등이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대포와 전차, 총, 항공모함 제조 등으로 사용된 주요 소재이다.

철강의 발달 기술은 크게 기포강(블리스터 스틸: 연철을 강철로 만든 기술), 다가니 강철(1751년 벤자민 헌트스맨이 이글랜드의 sheffield에 제철소를 설립하고 만든 강철), 베세머 스틸(1855년 Henry Bessemer이 공압 제강 공정에 대한 영국 특허를 출원한 기술), 개방형로(1860년대 영국의 William과 Friedrich Simens, 프랑스의 Pierre Emile Martin에 의거 개발된 철강 기술로 장점은 유연성이다), 산소제강(2차 세계 대전 이후 1949년 오스트리아에서 개발한 기술로 Linz-Donawitz(LD) 공정으로 베세머 변환기와 유사한 배 모양의 용기 상단에 창을 통해 산소를 불어 넣은 신기술), 전기제강(19세기 말까지 전력산업이 발달하면서 철강의 에너지원으로 전기를 사용한다. 1900년까지 약 1톤의 강철을 녹일 수 있는 소형전기로가 개발된다. 이 기술은 주로 공구강을 만드는 데 사용돼 도가니 제강 기술을 대체한다. 최초 50톤 생산으로 시작한 전기제강은 1989년에는 약 7억 7천만톤으로 확대한다) 기타로 합금 기술, 경화 기술, 미세 합금강 기술을 거쳐 스테인리스강 기술(합금 원소를 추가해 강철의 내식성을 개선 시킨 철강 기술)이 출현했다. 

창립 초기의 대한중공업사 전경. (제공: 현대제철)
창립 초기의 대한중공업사 전경. (제공: 현대제철)

◆현대제철의 시작은 ‘대한중공업공사’로부터

철강의 역사는 이것으로 줄이고 현대그룹의 제철 역사를 기술한다. 현대그룹은 정주영 회장이 건설부터 시작해 중공업(선박 제조)과 현대자동차를 설립하면서 국내 재계 순위 1위와 세계순위 9위에 선정될 정도로 70~80년대 초고속으로 성장을 한다.

특히 자동차와 선박 등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철강이 필요하다.

초창기 일본 제철에서 철강을 부득이 비싸게 수입해 건설자재 등으로 사용하거나, 포항제철에 자동차용 강판을 개발 요구를 하여 포항제철의 철강을 구매해 자동차 및 선박을 제조했다. 철강의 중요성을 일찍이 감지한 정주영 회장은 그룹에 철강회사 설립을 지시했다. 현대제철 사업의 시작을 되돌아보면 6.25전쟁이 끝나지 않은 1953년 6월 19일(대한중공업공사)부터 출발한다.

현대INI스틸 열연강판 상업생산 및 출하개시 기념식. (제공: 현대제철)
현대INI스틸 열연강판 상업생산 및 출하개시 기념식. (제공: 현대제철)

대한중공업공사는 전후의 시설복구에 필요한 철강재 생산을 위해 평로제강공장, 압연공장, 박판 압연공장 등 생산공장을 잇달아 건설했다. 그리고 한국 철강업체 최초로 공채사원을 선발하고 회사 규정 체계를 갖추는 등 빠른 속도로 조직체제를 정비해 국내 철강산업을 선도한다.

이후 사명을 인천중공업으로 변경하고 1970년 4월에는 인천제철과 합병했으며, 현재의 현대제철로 성장 발전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인천제철은 1978년 정부 방침에 의거 민간기업에 매각할 때 현대그룹은 철강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경영전략으로 인천제철을 인수했다. 현대에서 인수한 인천제철은 경영진 개편과 함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국내회사 최초로 대형 구조물(건물)의 건축에 필요한 골조로 사용되는 H형강을 생산하는 등 기술적으로 큰 도약을 했다.

이와 같은 도약으로 인천제철은 1993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하고, 1997년 외환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했다. 이후에도 인천제철은 공격적인 경영으로 강원산업과 삼미특수강을 연달아 인수하고 연간 800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국내 전기로 제강의 35% 이상을 생산하는 초대형회사로 성장해 세계 2위 전기로 회사로 급격 발전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제공: 현대제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제공: 현대제철)

◆‘현대제철’로 사명 변경하고 제2 창업 선언 

2001년 현대자동차그룹사로 편입하고 사명을 현대제철로 변경하면서 제2의 창업을 선언한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04년 한보그룹이 경영하다 법정 관리 중이던 당진소제 한보철강(100만평 이상 부지)을 전격적으로 인수한 현대는 인수 7개월 만에 열연강판 상업 생산에도 성공했다.

열연공장 조기정상화를 달성한 현대는 곧바로 일관제철소 건설에 착수하며 국내 최초로 민간 일관제철소 사업에 진출했다. 마침내 사명을 2006년 현대제철로 변경하고 그해 일관제철소 기공식을 거행하며 종합철강회사로 새롭게 태어났다.

일관제철소 건설에 착수한 지 40개월인 2010년 1월 제1고로 가동에 이어 같은 해 11월 제2고로가 생산을 시작했다. 2013년 9월 제3고로 건설을 완공하면서 현대제철은 연산 1200만톤 규모의 고로3기를 갖추고 열연, 후판을 생산했다.

또한 2013년 현대하이스코의 냉연부문을 분할 합병한 데 이어 2015년 당진에 특수강 공장건설을 완료하면서 세계 최고의 자동차 소재 전문제철소이자 글로벌 철강사로 도약했다.

밀폐형 원료저장 시설. (제공: 현대제철)
밀폐형 원료저장 시설. (제공: 현대제철)

앞서 간단히 설명한 전기로 사업을 상세 기술하면 철스크랩 원료로 쇳물을 만들어 내는 전기로 분야에서 국내 최대 생산능력과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인천, 포항, 당진의 전기로에서 연산 1200만톤의 철강을 생산했다. 현대제철은 60년의 축적된 전기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철강회사 중 가장 규모가 큰 세계 일류 제철 제품을 보유했다. 생산제품은 철근, 형강, 특수강, 중기, 롤, STS 등이고 용도는 자동차, 조선, 건설, 중기계, 에너지분야, 가전 등이다.

또한 AP(Automotive Part)/강관사업으로 현대는 더욱 가볍고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TWB(Tailor Welded Blanks), 하이드로포밍, 핫스템핑 등의 공법을 적용한 자동차부품 소재개발에 노력 중이다.

현대제철의 자동차부품에는 연비 절감을 위한 차체경량화, 안정성을 고려한 내충격성 강화, 원재료 사용성 향상을 고려한 첨단 자동차 경량화 공법 도입으로, 이 기술은 자동차의 연비를 향상시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줄이며 동시에 안전도까지 향상시키는 제품을 생산 중이다.

(정리=유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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