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한국 산업 근대화의 주역’ ‘세기의 도전자’ ‘위기의 승부사’ 등 다양한 수식어가 방증하듯 현대경제사와 궤를 같이한 한국의 대표 기업가다. 아산이 일군 현대그룹은 자동차와 조선, 건설, 유통, 자재, 금융 등 주요 산업을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들로 성장해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으로 한국 사회에 큰 족적을 남겼다. 1990년대 정몽헌 당시 현대전자 대표이사가 직접 스카우트해 현대전자에도 몸 담았던 박광수 칼럼니스트가 올해 75주년을 맞은 현대그룹을 파헤쳐본다. 

ⓒ천지일보 20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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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보험의 역사적인 출발

자연재해·불의 사고 등 극복 위해

인류가 만들어 낸 안전장치 보험

 

1955년 설립한 동방해상보험

현대그룹의 보험업 설립의 시작

 

1985년 인수 후 현대해상 출범

실질적인 오너 7남 정몽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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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 사옥 전경. (제공: 현대해상)

 

인류가 지구상에 태생해 집단생활을 하고 문명을 만들어가면서 급속도로 인구가 늘어났다. 인류는 이러한 환경에서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큰 위험(각종 자연재해, 불의의 사고, 질환, 화재 등)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런 위험 상황을 미리 대처하고자 인류가 만들어 낸 것이 보험이다. 따라서 보험은 비슷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자신의 위험을 제3(보험회사)에게 전가하는 사회적 장치나 제도이다.

보험을 통해 각자가 겪을 수 있는 손실을 한데 묶음으로서 손실액의 통계를 예측하게 하고, 자신의 위험을 제3자에게 전가하는 대가로 매달 지불하는 보험료로 발생 손실을 고객에게 보상해 준다. 즉 보험은 위험 관리를 위한 사전 비용 지급이며, 경제적 손해에 대비해 일정한 금액을 적립해 뒀다가 사고 발생 시 약관에 따른 금액을 돌려주는 제도이고, 고객은 최소의 비용으로 충분한 보장을 받게 된다.

현대보험, 시장경제 발전 이후 본격 등장

현대적 보험은 화폐경제가 발달하고 다양한 잠재적 위험들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시장경제가 발전한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보험의 종류는 인류사회가 복합화되면서 다양하게 발생하는데 크게 나누면 생명보험, 화재보험, 손해보험, 자동차보험, 의료보험, 치아&치매보험 등으로 분리할 수 있다.

이런 보험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된 손해보험의 경우 여러 가지 학설이 있으나 모험대차설이다. 모험대차(bottomry)는 금융업체가 무역업체에 자금을 융자할 경우 이자 이외에 오늘날의 보험료에 해당하는 위험부담 비용을 부과하는 대신, 사고로 인해 원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에는 채무를 면제해 주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고대의 바빌로니아, 페니키아 시대부터 존재했고, 유럽을 통일한 로마시대까지 이어졌으며, 보험업이 금융업으로부터 분리되면서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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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2023.02.17

근대적 손해보험은 14세기 이탈리아의 제노바, 팔레르모 등의 항구도시에서 성립된 해상보험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이후 에스파냐, 포르투갈을 거쳐 영국에 도입돼 1688년경 템스강변에서 에드워드 로이드가 경영하던 커피하우스에서 로이드 해상보험을 만들면서 사업이 번창해 오늘날의 해상보험뿐만 아니라 재보험의 중심시장으로 알려진 로이즈시장으로 발전했다.

최초의 근대적인 화재보험은 해상보험이라고 부르는 선박의 사고에 관한 보험으로서, 12세기 이탈리아 제노바 등지의 상인들이 모여서 시작했다. 과거 유럽의 상선 상인들은 한 번의 원정(유럽-인도, 유럽-아프리카)을 통해 천문학적인 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그 당시의 제한적인 조선기술과 항해기술 때문에 항상 상선이 침몰하거나 실종되는 위험이 발생했다.

따라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인 대양 무역업의 특징을 조금이나마 미드리스크, 미드리턴으로 바꾸기 위한 고안에서 시작된 것이 해상보험이다.

상선단의 주인은 고액의 보험료를 납부하지만, 원거리 해양원정이 성공하면 보험료를 크게 상회하는 막대한 무역이윤을 취할 수 있었다. 만약 풍랑으로 상선단이 전몰하더라도 보험금을 받음으로써 이러한 불측의 손해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해상보험사들은 이 자금을 바탕으로 이윤을 취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화재보험은 13세기경부터 유럽에서 발달한 길드가 화재 기타의 천재지변을 당한 자를 구제하는 사업을 벌여왔다. 그러다가 166692일 새벽 2시에 런던의 빵 공장에서 발생한 런던대화재(13000채의 집이 손실됨)를 계기로 치과의사인 니콜라스 바본이 화재보험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전 세계로 확대됐고 00화재보험, 00해상보험사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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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의 전신인 동방해상화재보험. (제공: 현대해상)

오늘날 생명보험 토대는 1762년 영국에서

18세기 말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에 의해 생산, 수송 수단이 기계화되면서 기계보험, 상해보험, 자동차보험, 항공보험 등 새로운 보험 상품이 다양하게 출시됐다. 인류는 출생에서 사망에 이를 때까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를 질병이나, 상해 또는 우연한 사고 등 무수히 많은 위험에 노출돼 생활했다. 특히 이런 사고 등이 사람의 생사에 관한 것일 경우에는 가족의 안정적인 생활 유지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런 상황을 극복고자 생긴 보험이 생명보험으로서 상부상조 정신을 근간으로 사망 등 불의의 사고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준비제도이다.

따라서 생명보험회사는 많은 계약자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재산을 공동으로 준비해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약정한 보험금을 지급한다.

또한 사람은 출생 이후 성장, 결혼, 육아, 노후와 같은 인생주기를 거치면서 가정생활자금,주택마련자금, 자녀교육 및 결혼자금, 노후생활자금, 긴급자금 등이 필요하다. 이런 필요자금 역시 생명보험을 이용해 개인들이 경제활동 기간에 준비할 수가 있다.

독일학자 마네스(Manes)가 주장한 일인은 만인을 위하여, 만인은 일인을 위하여라는 명언에서 생명보험이 발달했다. 하지만 생명보험의 유래는 고대 시대부터 생겨났다고 주장도 나온다.

즉 기원전부터 인류는 집단생활을 하면서 집단구성원이 사망하거나 사고를 당할 경우 이를 공동으로 도와주면서 발생했다는 가설이 나온다. 이는 보험과 유사한 제도로 장례비를 부담하거나 천재지변에 따른 손해를 구제한다. 현재의 생명보험과 유사한 제도로 BC 3세기경의 에라노이와 로마제정시대에 조직된 콜레기아 등이다.

13~14세기경부터 유럽 독일에서 발달한 길드제도는 동업자 간 상호부조조합이다.

길드는 향해 도중에 발생한 선박이나 화물의 손해를 공동으로 부담했으며 구성원의 사망, 화재, 도난 등의 재해도 보상해 준다. 1762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근대적인 생명보험체계(생명표를 만들어 가입자의 나이에 따라 보험료를 차별화)를 갖춘 이퀴터블(Equitable) 생명보험회사가 설립됐다. 이퀴터블 생명보험회사는 각종 신체검사, 가입액의 제한, 해지환급금 제도, 보험계약자 배당 등 오늘날 생명보험의 토대가 된 각종 제도를 도입해 운영했다.

독일도 1828년 고타(Gotta) 생명보험이 설립됐고, 프랑스는 톤틴 연금제도를 시행했다.

미국은 1812년에 펜실베이니아 생명보험회사가 설립된 것이 최초이고, 이후 메사추세츠생명, 뉴욕생명, 뉴잉글랜드생명 등이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보험사 경쟁이 치열해지자 1905년 미국 뉴욕주 암스트롱 조사위원회가 실시한 경영 판매실태조사 결과를 근거로 보험법을 개정하고 시행하면서 경제발전과 보험 산업에 크게 기여했다.

일본도 1880년 쿄사이고 하쿠메이샤라는 상호보험조직이 설립됐고 이후 테이코쿠생명, 니혼생명 등이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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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3월에 게재된 동방해상보험주식회사 개업안 내 공고. (제공: 현대해상)

 

1883년 시행된 질병보험’, 의료보험의 근간

1900년 보험업법이 제정되면서 보험회사들은 엄격한 법의 테두리에서 영업하며 발전했다. 요즘 많이 가입하는 사람의 질병, 생명, 상해&재해 등의 보험이 생긴 것은 독일의 철혈재상인 비스마르크 1883년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보험의 종류를 더 살펴보면 국민들의 의료를 지원해 주는 의료보험은 1883년 독일에서 시행한 질병보험을 근간으로 시행됐다. 한국은 1977500인 이상 사업장에 직장 의료보험제도가 도입해 1979년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300인 이상의 근로자, 1989년 농어촌지역 의료보험, 1989년 자영업자 대상보험 등을 시행하면서 본격화됐다. 현재는 지역의료 보험제도 시행으로 전 국민들이 가입하고 있다.

기타로 자동차보험의 시행으로 차 사고로 발생하는 금액에 대해 보상하고 있다.

최근 국내와 해외여행 시 발생하는 각종 사고(질병부상, 물품 분실 등)를 보장하는 여행자보험도 도입돼 시행 중이다. 현대그룹의 보험업 설립의 원조는 19553월 설립한 동방해상보험주식회사로서 바다에서 발생한 사고만 보장했다.

그리고 19627월 사명을 동방해상화재보험로 변경했고, 1962년 베트남에 파병된 병사를 대상으로 특종보험을 시행했다. 자동차 등을 수출하던 현대그룹은 보험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198510월 동방화재를 인수해 현대해상화재보험주식회사로 변경하고 영업하다가 1999년 현대그룹에서 분리됐다.

실질적인 오너는 정주영 회장의 7남인 정몽윤 회장으로 그는 중앙고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 경영학석사 출신이며, 보험업의 성장을 예측하고 1985년 현대해상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정몽윤 회장은 경영학을 전공한 대로 뛰어난 경영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정몽윤 회장은 경영학을 전공한 대로 뛰어난 경영 능력을 발휘해 현대해상을 자산 5조원 이상의 준대기업집단으로 키워 냈다. 현재 조용일&이성재 대표이사가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삼성화재가 손보사 최대 경쟁회사로서 현대는 국내 3위의 보험회사를 유지 중이다.

(정리=유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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