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한국 산업 근대화의 주역’ ‘세기의 도전자’ ‘위기의 승부사’ 등 다양한 수식어가 방증하듯 현대경제사와 궤를 같이한 한국의 대표 기업가다. 아산이 일군 현대그룹은 자동차와 조선, 건설, 유통, 자재, 금융 등 주요 산업을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들로 성장해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으로 한국 사회에 큰 족적을 남겼다. 1990년대 정몽헌 당시 현대전자 대표이사가 직접 스카우트해 현대전자에도 몸 담았던 박광수 칼럼니스트가 올해 75주년을 맞은 현대그룹을 파헤쳐본다.

ⓒ천지일보 2023.03.31.
ⓒ천지일보 2023.03.31.

<47> 정주영 회장 대선 도전①

1948년 초대 대통령에 이승만 선출

미국 도움으로 민주주의 정치 시작

 

美 독립전쟁 승리로 민주주의 출발

조지 워싱턴, 美 초대 대통령 임명

 

막대한 정치자금 요구 시달린 아산

1987년 통일민주당 창설 후 대권에

14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정주영 후보가 유세하는 모습.
14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정주영 후보가 유세하는 모습.

 민주주의 꽃이라고 불리는 선거 중 으뜸은 민주적인 절차로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하에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일본의 36년 지배에서 벗어나 1945년 해방이 됐고, 북한은 소련이 남한은 미국이 군정을 펼쳤다. 그러다가 남북한이 끝내 합의를 못 보자 1948년 미국의 도움을 받은 이승만이 대통령에 선출되면서 민주주의 정치가 정식으로 출발했다.

◆노태우부터 ‘5년 단임제’ 직선제 선출

초대 이승만 대통령 이후 윤보선, 박정희 대통령(유신 헌법은 제외)까지는 4년마다 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했다. 전두환 대통령(1차는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선출, 2차는 대통령 선거인단에서 7년 단임 선출) 이후 노태우 대통령부터 5년 단임제로 국민의 직접선거로 대통령을 뽑았다. 이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총 12명의 대통령이 선출됐다. 5년 단임의 제도는 장기간 군사독재를 겪으면서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됐기 때문에, 독재를 막기 위해서 실시한 제도였다.  

민주주의 시초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영국의 의회주의가 아니라 고대 그리스 시절 백성들의 불만이 팽배해지자 이를 해결키 위해 BC 594년에 아테네 ‘솔론’이 등장해 최초로 일반 백성에게 참정권을 주면서 시작했다. 사실상 민주주의 출발은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고자 일으킨 독립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하면서 시작됐다.

초대 미국 대통령은 조지 워싱턴으로 버지니아주에서 부유한 지주였던 오거스틴 워싱턴의 아들로 성장했다. 이후 1953년 버지니아 남부 지구대장을 하다가 프랑스-인디언 전쟁에 참여했고, 마사 댄드리지 커스티스 여사를 만나서 1759년 결혼했다. 

14대 대선 포스터.
14대 대선 포스터.

이후 워싱턴 대통령은 1774년 제1회 대륙회의와 1775년 제2회 대륙회의에서 버지니아의 대표로 참석했고, 이 회의에서 무력 항쟁이 결의돼 독립혁명군 총사령관으로 취임했다. 총사령관으로 있으면서 특유의 총명한 판단력과 지도력으로 악조건 속에서도 훌륭한 역할을 수행했고, 드디어 프랑스군의 원조로 1781년 10월 요크타운 전투에서 승리하고 영국으로부터 미국의 독립을 성취했다.

워싱턴 대통령은 1783년 강화조약이 체결되자 군대를 해산시키고 군의 통수권을 반환, 고향인 버지니아로 돌아갔다. 그러나 여러 상황상 미국의 독립이 어려워지자, 1787년 열린 헌법제정회의에서 의장직을 맡아 새로운 연방헌법을 제정하고 중앙정부의 권한을 강화했다. 

이 헌법에 의거 1789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돼 초대 대통령으로 임명됐다.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은 4년의 임기를 부여받는다. 이는 제22차 수정헌법(1951년)에 의거 대통령을 3선 이상 재임할 수 없도록 규정했으며, 대통령이 면직 또는 사망해 그 남은 임기 동안 2년 이상 대통령직에 있었거나 대통령의 직무를 대행한 사람도 1회만 중임이 가능하다.

단 미국의 32번째 대통령인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3선 이상 재임했다. 그는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의 위기 속에서 지도력을 발휘해 4선에 당선돼 1933년 3월부터 1945년 4월까지 재임했다. 이후 3선 금지법이 헌법화되면서 현재까지 시행 중이다.

1992년 12월 대통령 선거 여의도 유세 장면.
1992년 12월 대통령 선거 여의도 유세 장면.

◆미국 ‘선거인단·승자독식제’로 대통령 선출 

미국의 대통령선거는 국민이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출하고, 대통령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형식으로 엄중하게 따지면 간접선거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유권자는 예비선거(프라이머리) 또는 당원대회(코커스)를 통해 각 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지명할 대의원을 선출한다. 또한 국민은 선출하고자 하는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출하고, 대통령 선거인단은 반드시 자신이 속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에 투표함으로서 내용상으로는 국민 직접선거로 볼 수 있다.

미국이 이런 선거제도를 선택한 동기는 미국의 건국 역사와 관련이 깊다. 이는 미국의 독립과 건국 과정에서 각 주의 대표가 모여 주(州)마다의 의사와 권리를 반영한 연방제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 제정 당시 인구가 많았던 주(州)는 국민 직선제를, 인구가 적은 주는 의회 간선제를 요청했는데 이를 절충한 방안이 현재의 선거인단 투표제도이다.

즉 인구가 적은 주라고 할지라도 그 주(州)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했고, 주별로 선거인단을 선출해서 이들이 대통령을 선출하면서 지역의 민심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었기에 간선제가 채택되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총 투표인단은 531명으로 이 중 과반수 투표인단을 확보하면서 대통령으로 당선이 됐다. 미국의 대선의 모순점은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해당주의 선거인단 수를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제로 운영되고 있어서, 전체 미국 유권자 표를 더 많이 획득하더라도 선거인단 획득에서 밀려서 패배하는 경우가 총 5차례나 나왔다.

최근 2016년 대선으로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득표율에서는 46.1%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48.2%) 후보에 뒤처졌지만, 선거인단은 304명을 획득하면서 힐러리 후보(227명)를 앞서면서 당선됐다. 또 2000년 앨 고어 후보 역시 유권자 투표에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54만표를 앞섰지만, 선거인단 확보에서 패배하면서 대통령 당선이 무산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1969년 하원에서는 대통령을 다득표자로 뽑자는 결의안이 통과됐으나, 상원에서 선거인단 제도수정은 헌법개헌이 필요한 만큼 변경이 어렵다는 이유로 부결되면서 무산됐다. 지금까지 미국은 총 46명의 대통령을 탄생시킨 세계 최대의 민주국가이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모방해 출발한 만큼 미국법을 근간으로 헌법이 개정됐다. 즉 대통령은 절대적인 제왕 주의 대통령으로서 3법(입법, 행정, 사법)은 분리돼 시행 중이지만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해서 정치하는 자들의 최종 목표는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대통령의 권한을 살펴보면 ▲공직임명권 보유(회의 인준을 거쳐 장관, 대법원장, 국회의장 등 정부 고위관리 임명권을 보장) ▲국회소집권 보유(대통령은 정기적으로 국회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므로, 필요에 따라 국회를 소집할 수 있음) ▲거부권 보유(국회 통과 제정 법률안에 대한 거부권을 보유) ▲최고 사령관 권한(대통령은 육군, 공군, 해군의 최고 사령관으로 국토방위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짐) ▲사면권 보유(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하는 바에 의거 사면과 형집행정지 승인권을 가짐) ▲조약체결권 보유(외국 정부와의 조약체결과 외국 대사의 신임장 접수 및 승인) 등이다. 

‘한일 경제인’ 만남에서의 정주영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출처: 아산정주영닷컴)
‘한일 경제인’ 만남에서의 정주영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출처: 아산정주영닷컴)

◆러시아·프랑스, 대통령제 시행 대표 국가

세계 각국의 대통령제도를 시행 중인 국가는 프랑스와 러시아 국가가 대표적이다.

러시아 대통령은 직접선거로 선출되며,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당선된다. 1차 투표에서 당선자가 없으면 상위 2명의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르고, 임기는 6년으로 두 번 연임이 가능하다. 국가원수와 군 통수권자로서 핵무기 코드를 관리하며, 법률안 발의권과 의회해산권을 갖고 있어 프랑스나 미국의 대통령보다 훨씬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다. 현재 블라디미르 푸틴이 대통령(현재 4선)이다.

프랑스 대통령은 직접선거로 선출되며, 1차 투표에서 과반의 득표자가 나오지 않는 경우 상위 두 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2차 결선투표를 해 대통령을 선출함으로써 선거의 민주적 정당성을 높이고 사표(死票)를 줄이기 위한 선거제도이다. 프랑스의 정부형태는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과 의회의 신임하에 대통령이 임명하는 수상이 행정 수반으로 공존하는 이원집권 정부 제도이다. 

대통령은 군사와 외교 분야, 수상은 경제와 사회 분야에 대해 권한과 책임을 나눈다. 임기는 헌법에 의거 최대 10년(5년 중임)이다.

정주영 회장은 기업가로서 대한민국 경제 중흥의 핵심 역할을 했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핵심 실세들의 막대한 정치자금 요구에 시달려왔다. 특히 아산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재직 시 5공화국 여권의 핵심 관련자들의 노골적인 정치자금 요구가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돈을 주면서 차후 기회가 되면 이런 부당한 불법 요구를 거부할 힘을 길러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독한 마음을 가졌다.   

결국 1987년 통일민주당을 창설하고 그해 실시된 총선에서 국회의원 31명이 당선된다.

이런 정당의 힘을 등에 업고, 현대그룹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지지로 아산은 수천번의 고민 끝에 경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세우면서 정치권에 만연된 불법 정치를 종식하고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길을 선택했다.

(정리=유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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