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올해로 김정은 정권은 집권 만 4년에 접어든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졸지에 최고 집권자에 오른 김정은에게 북한 정권의 대임은 무척 거북스럽고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김정일은 2008년 뇌 스트로크를 맞은 후 어느 정도 자신의 운명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때부터 김정일은 모든 것을 예감하고 노동당 조직지도부를 중심으로 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추진하게 됐다.

따라서 김정은의 선택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었으나, 경제적 고갈과 권력 암투의 벼랑 끝에 선 북한 정권을 이끌고 가기에 김정은은 연령적으로나 경험적으로 너무 ‘애숭이’ 지도자에 불과했다. 김정일이 일찍이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1964년부터 노동당중앙위원회에 들어가 지도원으로 시작해 10여년 동안 후계수업을 쌓은 것과 비교하면 김정은의 후계수업은 말 그대로 단 기간의 ‘쪽집게 과외’가 전부였다.

김정일은 2008년 뇌 스트로크 직후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인 김원홍 상장의 사무실 옆에 별도의 방을 마련하고 거기로 김정은을 출근하도록 만들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최근 망명한 전 노동당 고위 간부의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 한편 김정은은 그때를 전후해 김일성종합군사대학 포병학부에 등록하고 포병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제대로 된 리더십을 공부할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

행태론적으로 김정은은 불안정성, 공격성, 정서혼란증을 내포한 채 북한의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것이다.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융(C. G. Jung)은 인간은 선천적인 성격을 가지고 태어나며 이러한 성격 경향성이 환경의 여러 자극과 상호작용하면서 한 인간의 독특한 성격 유형 체계가 구성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성격 유형을 태도적인 면에서는 내향적(I)-외향적(E)으로 구분하고, 정신 기능적 측면에서는 에너지의 방향에 따라 감각(S)-직관(N), 감정(F)-사고(T)의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최근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 활용되고 있는 성격유형론으로 융의 성격론을 근거로 해 개발된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를 들 수 있다. MBTI는 힘의 근원에 대한 선호 경향으로 외향성(extroversion)과 내향성(introversion), 사물을 보는 관점에 대한 선호경향으로 감각(sensing)과 직관(intuition), 의사결정 근거에 대한 선호경향으로 사고(thingking)와 감정feeling), 생활양식에 대한 선호경향으로 판단(judgement)과 인식(perception)을 들고 있다.

김정은이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 등장한 후 군부 인사는 예측 불허를 드러내고 있다. 8개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취임한 뒤 북한 인민무력부장(군서열 2위 북한군 군정권자, 군령권자는 총참모장)의 평균 재임기간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직후인 2011년 12월 30일 최고사령관에 오른 김정은은 지난달 30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처형한 것까지 포함하면 40개월 동안 5명의 인민무력부장을 바꿨다. 무력부장은 김일성 시대(1948~1994년) 불과 5명(최용건, 김광협, 김창봉, 최현, 오진우)에 불과했으며, 김정일 시대(1994~2011년) 4명(오진우, 최광, 김일철, 김영춘)이었다. 현재까지 북한의 인민무력부장 총 수는 15명으로 김정은 시대 들어와 벌써 6명째 교체된 것이다. 군정권을 행사하는 인민무력부장의 잦은 교체는 군부의 동요와 전투력의 약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북한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는 군부 쿠데타의 요인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은 통일에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 물론 저 체제가 조용히 사라져 준다면 그보다 바른 통일은 없겠지만 한반도는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자리 잡고 있지 않는가. 혹자들은 장성택의 처형이 북한이 중국식 개혁 개방으로 가는 길을 차단시켜 준 데로부터 대단히 긍정적인 결과라는 주장도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만 볼 일은 아니다. 중국이 과연 침몰하는 북한을 두 눈 뜨고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을까. 불안정으로 치닫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은 정상적인 출현과 집권과정을 거친 인물이 아니다. 그는 충분히 ‘버럭도발’ ‘쾌락도발’을 저지르고도 남을 애숭이 지도자란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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