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8.15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한반도는 감격과 설렘으로 영글어가고 있다. 이미 남과 북은 서로에게 문화행사 등 여러 가지 제안을 해놓고 리액션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한국은 최근 여러 풍성한 제안을 쏟아내며 북한을 화해와 협력으로 이끌고자 고심하고 있다. 17~18일 이틀 동안에도 한국은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중대한 몇 가지 제안을 평양을 향해 발표했다.

그 첫 번째로 대한민국 국방부는 오는 9월 9∼11일 개최하는 서울안보대화(SDD)에 북한을 초청했다고 17일 밝혔다. 차관급 아시아태평양 국제안보 회의체인 SDD에 북한을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10시 25분경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백승주 국방부 차관 명의의 통지문을 북한 인민무력부 앞으로 보냈다. 통지문엔 초청 대상을 인민무력부 부부장급(한국의 차관급) 인사로 명시했다. 인민무력부 부부장급은 서홍찬 상장 등 5, 6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지문에는 회의의 구체적인 의제에 관한 설명은 없고 세계평화·안보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한다는 수준의 내용이 담겼다. 북한이 국방부의 초청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올해 첫 남북 당국회담이었던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회의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비핵화 등 북한이 민감해하는 주제가 거론될 안보 회의에는 북한이 더욱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동시에 정의화 국회의장이 17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 남북 국회의장 회담 개최를 공식 제의했다. 정 의장은 이날 제67주년 제헌절 경축식 경축사에서 “남북 국회의 대표자들이 한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 국회의장 회담이 마중물이 되어 당국 간 회담까지 추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광복절 즈음이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하지만 구체적 일정과 장소는 북측의 의사를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며 “인도적 문제는 물론 비정치적 분야 남북 협력사업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18일 “올해 안으로 북한에 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언제라도 북한에 갈 준비가 돼 있다”면서 방북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나타냈다. 그는 “방북하게 된다면 다자간을 통해 가게 될 것”이라며 만약 방북이 성사된다면 자연재해와 사회재난 구호, 보건안전 등 적십자와 관련된 공통 관심사를 논의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이어 “남북통일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른 시일 안에 통일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는 북에 있는 동포를 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 “다만 이념이 다른 형제라고 생각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올해 추석 이산가족 상봉 전망과 관련해 “타이밍은 우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양쪽이 협상할 땐 좀 더 넉넉한 쪽이 통 큰 제스처를 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린다”고 정부에 통 큰 제안을 주문했다. 그는 이어 “12만명의 이산가족 중 절반가량은 별세했고, 나머지 6만 6000명만이 생존해 안타깝다”며 “북측에 열심히 시그널을 보내고 있으며, 북쪽에서 좋은 소식이 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을 맞은 올해에 이산가족 상봉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상시 상봉으로 발전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외에도 많은 민간단체들과 인도적 지원 단체 및 종교단체들이 북한에 대해 나름대로 좋은 제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제안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순수성보다는 뭔가 한 건 하려는 의지들이 엿보이고 있다. 국방부의 안보대화 초청을 제외하면 소속 단체와 기관들의 이른바 ‘통일업적쌓기’ 냄새만 난다는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남쪽에서만 쌓는다고 통일업적이 이룩되는 것은 아니다. 통일은 남과 북이 함께 하는 것이다. 남쪽에서 찬란하고 훌륭해도 북쪽이 싫다면 그것은 일면 통일이벤트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북한의 비위와 감정만을 절대적으로 고려해서 통일운동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아직 준비가 안 된 대로부터 통일에 주저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채찍보다 당근이 더 효과적이란 말이다. 뭔가 왕성한 제안보다 실질적인 유인책이 절박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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