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월수외국어대 한국어학과 교수

 
최근 국내에서 발생, 확산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으로 인해 온 국민은 물론, 세계 많은 국가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손소독제·세정제 등 위생용품이 매진돼 구입하기가 힘들 정도다. 사회·국가적 재난 상황이다.

발병 초기에 확진자, 격리자, 병원에 대한 분명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 메르스 차단의 실패로 이어져 국민들에게 불안감과 혼란을 가중시켜 왔다. 메르스 격리자만 해도 벌써 약 3000명에 이르고 있어 감염자 수적인 측면에서 세계 2위 ‘메르스 발병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늑장·미숙한 대응은 그 자체로서의 문제뿐만 아니라 국내외적으로 외교·문화·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 특히 국외 진출 한국기업, 한국어교육, 한류 등의 성장·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중동국가에서조차 한국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으며 중국, 홍콩, 대만에서는 한국 여행 예약 취소율이 무려 90%에 달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돌발 악재로 인해 우려되는 점은 국가이미지 훼손에다가 경제성장이 둔화 또는 퇴보할 수도 있다는 데 있다. 메르스 발생 초기에 의심 환자의 민폐 행동도 문제지만 이를 출국토록 한 조치와 대처 방식에 정부의 안이하고 무책임함을 탓할 수밖에 없다. 주변국들의 우려·불만·비난이 거세다. 국가 간에도 법문화(法文化) 상대주의가 적용돼야 함은 기본적·상식적인 예의가 아니겠는가?

필자가 있는 지역에도 한국의 메르스 뉴스가 화젯거리다. 이번 정부의 대처는 무개념·방임 행정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것은 확산 위험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특별한 완치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방역 대책의 미흡, 늑장 대처, 정보의 비공개 등 초동대응 부실은 공분을 살 수밖에 없다.

홍콩 봉황망(鳳凰網)에 따르면 메르스 사건으로 인해 설문조사자의 약 80% 이상이 한국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을 질타했으며, 한국에 대한 인식 및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선진한국을 지향하는 마당에 이처럼 국가이미지가 손상됐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이 발생했을 때는 예방 모범국이란 찬사를 받기도 했던 한국이 어떻게 하여 이런 지경에까지 오게 되었는가? 방심과 안이함의 소치다.

홍콩의 경우를 보자. 2009년 5월 홍콩에서 신종인플루엔자(A/H1N1)가 확산했을 때 홍콩 당국과 시민들의 일사불란한 대처 방식은 어떠한 의식을 가지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적시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감염격리병실·병동이 잘 갖춰진 지역거점 공공병원을 위시한 공공병원 비중이 높다. 우리의 공공병원 실태는 어떠한가? 병원비율이 6%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 병원비율 73%에 비춰볼 때, 턱없이 부족하다. 대대적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고 역할을 수행하는 공공병원은 메르스와 같은 질병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국가재난 방지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루빨리 국민·국가가 메르스의 공포와 불안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이번 기회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총체적 대응 컨트롤타워를 구축함은 물론 공공병원 증설이 강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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