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월수외국어대 한국어학과 교수

 
한류와 한국어 열풍이 아프리카 중·동부 지역에도 불고 있다. 다른 권역 및 모로코, 튀니지, 이집트 등 아프리카 북부 지역에 비해 아직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콩고, 케냐, 탄자니아 등에서 한류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K-POP, 드라마, 과학기술 한류가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다.

케냐의 경우를 살펴보자. 문화적 측면에서 2013년 케냐 나이로비 대학에서는 K-POP 오디션(ASK: African Sing Korean Soul)이 열려 현지인들의 높은 관심도를 보여줬다. 과학기술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농업기술을 전수하고자 파견된 글로벌 해외인턴들이 농기계인 탈곡기를 개발해 농업혁신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이로 인해 종래 돌을 사용해 벼를 탈곡하던 재래식 방법에서 벗어나고 있다. 케냐인들로 하여금 고질적인 식량부족 및 기아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을 갖게 했다. 이처럼 글로벌 해외인턴들의 눈부신 활약은 부통령까지 참석해 관심을 표명할 정도였다. 미곡종합처리시설인 RPC(Rice Processing Complex)의 자동화시스템 지원이 아닌 국가 수준과 농업여건을 감안한 농업기술의 보급이라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현지화 전략의 적중으로 신한류의 지평을 열고 있는 것이다.

콩고에서도 한국어교육 열풍이 형성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어교육은 재외동포 자녀들을 대상으로 민족 정체성 차원에서 소규모로 진행돼 왔다. 또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교육은 수도인 킨샤샤에 민간 차원에서 ‘한국어 교실’을 운영한 적이 있으나 지속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 다만 제2의 도시인 루붐바시에 위치한 루붐바시 기독대학교(Universite Protestante de Lubumbashi)에서 교양과목 및 제2외국어과목으로 진행해 온 것이 전부이다. 현재 이 대학 신문방송학과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2외국어로서 한국어를 개설, 운영하고 있는데, 교수 요원으로는 한국에서 석사과정으로 공학을 전공한 콩고인 1명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10월부터 이 대학에 한국어학과가 개설된다. 고무적인 일이긴 하나 학과 운영 및 발전에 중요한 구성요소인 교수진 확보가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

탄자니아의 경우를 보자. 킬리만자로나 세렝게티로 유명한 나라다. 한국어 교육 기관으로는 국립 도도마대학교(The University of Dodoma)가 있다. 2007년에 한국어학과가 개설돼 2011년 11월에 3명의 첫 졸업생을 배출한 적이 있다. 40여명의 학생들이 주·부전공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강사진은 대부분 국제협력단 봉사단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한국어 전공 학생이 강의를 보조하는 형편이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 대학의 협조로 한국센터를 개설해 비학점 과정으로 한국어 입문, 초급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아프리카 북부에서 활발히 형성되고 있는 한국어 및 한류 열풍이 중·동부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아프리카 국가들과 상호 중장기적 협력 방안을 모색키 위한 개발 모델을 만드는 데 기반이 된다. 한국에 매료되어 한국 유학, 한국 관련회사에 취업을 희망하는 현지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인구 11억명의 아프리카에서 뻗어가는 한류, 한국어 보급의 성공은 강한 의지, 적극적인 관심, 그리고 상호 끈끈한 협력 클러스트를 구축할 때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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