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월수외국어대 한국어학과 교수

 
최근 외국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문화코드가 있다. 한국적 문화상품인 한복(韓服)이다. 한복은 그 자체의 아름다움과 우아한 정통성을 바탕으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6월 23일 이탈리아 밀라노엑스포에서 진행된 ‘한국의 날’에 한복 퍼포먼스가 이뤄졌다. 다양한 디자인과 소재로 만든 전통혼례복, 생활한복 등 용도에 따른 한복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한국 복식 문화의 멋과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 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한복 패션쇼가 개최될 정도로 우리의 전통복식문화에 대한 세계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한복의 역사를 살펴보면 기원전 3세기 전 고구려 벽화에서 찾을 수 있다. 장구한 역사를 가진 한복이 20세기 들어서는 변화된 양상을 보여 왔다. 1950년대 후반에는 실용성·기능성을 감안, 개량해 생활한복으로 착용한 적이 있으며 1990년대 이후로는 일상복으로 착용하는 경우도 있다.

한복은 고품격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인식 부족으로 교육·계승·발전에 있어 외면 내지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이유로는 불편하고 거추장스럽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사랑을 받아 왔지만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래서 평소에 입는 경우가 드물며 명절 또는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만 입을 정도였다. 이런 추세이다 보니 대학에서조차 한국복식관련전공은 감소 내지 폐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한복에 대한 고정관념 및 관심 부족에서 벗어나 자성하는 한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한류의 원동력 및 에너지는 한복이었다. 국외에서 열풍을 일으켰던 드라마를 통해 알 수 있다. ‘대장금’을 비롯해 ‘궁’ ‘왕의 남자’ 등에서 보듯이 영상물에 한복이 등장하고 있지 않은가?

정부 차원에서 세계화 동력 확보를 위해 한복은 물론 한글, 한옥, 한식, 한지, 한국음악 등의 프로젝트를 국가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본의 경우를 보자. 전통문화의 국외 보급 및 세계화를 위해 가부키, 가라오케, 기모노, 사무라이, 스모, 스시 등의 프로젝트를 추진해 오고 있다.

지난 6월 11일 필자가 재직 중인 중국의 대학교에서 졸업식이 있었다. 외국인 교수들은 각자 자국의 전통 의상을 입고 입장했다. 그중 화려한 색상과 우아함을 겸비한 한복의 등장은 중국인과 외국인들로 하여금 눈이 쏠리게끔 했다. 남녀 한복의 멋을 인식시켰을 뿐만 아니라 높은 품격, 가치 상승, 디자인 문화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중국의 한국식당에는 한복을 입은 중국인 안내도우미를 쉽게 볼 수 있다. 이처럼 한복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외국인이 증가하고 있는 마당에 한복 문화를 더욱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국내외에서 한복을 입고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한복을 입고 결혼하는 풍습도 생겨나고 있다. 심미성, 실용성의 부각과 시대의 변천에 따른 한복의 인식, 대중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복의 대중화, 세계화를 앞당기는 인자로는 일상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편리하다는 인식이 담보돼야 한다. 덧붙여 한복 고유의 특색에다가 디자인, 소재의 우수성도 수반돼야 한다. 이런 요건들이 충족될 때 세계적 복식으로 성장할 것이며 패션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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