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월수외국어대 한국어학과 교수

 
재외동포들의 활약과 도움이 국력의 외연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의 역할이 최근 들어 국가 성장에 강력한 엔진으로 조망되고 있다. 우리 민족의 국외이주는 110년 전 시작된 이래 176개국에 걸쳐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제 주류사회는 물론 거주국과 한국 사이에서 관계 개선, 위상 제고, 정치·경제·문화 등에 걸쳐 다양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녹록지 않는 무한 경쟁시대에 한국의 성장엔진은 물론 공공외교적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 교육 예찬론자이다. 이와 같은 배경에는 미시건 앤아버 한글학교 출신인 유진 강이라는 보좌관의 역할이 주효했다(인터뷰 심용휴). 이처럼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교육제도를 예찬할 정도로 된 것은 한 재외동포의 역할이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7년부터 미국 대학입학 시험인 SAT Ⅱ 외국어시험에 한국어가 채택됐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채택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한국 정부가 아니라 재미동포와 한국 기업의 도움이었다. 세계에는 6800여개의 언어가 있다. 그중 미국에서 8번째 외국어로 한국어가 대학입학시험에 채택됐다는 사실은 재외동포들에겐 크나큰 자부심을, 대외적으로는 한국의 비약적 성장을 표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늘날 높아진 한국의 위상은 정부 차원의 노력이 결집된 것만은 아니다. 재외동포의 열렬한 지지와 호응이 있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세계 주요국가들은 재외동포의 진정한 가치, 역할과 활용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제기하고 있다. 활용력·정보력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닌 국가발전의 자산이라는 강한 인식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가선진화, 경제대국으로의 기틀은 현지 실정에 맞는 실효성 있는 전략·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다면 세계 각국 동포의 역할을 조망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이를 위해 각 분야별 인적 연결망을 구축해 이를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권역별로 구축해야 한다. 권역별 맞춤형 전략·정책을 펼 때 한민족의 정체성을 견지하면서 글로벌·정보화 시대의 중심축으로 성장할 수 있다.

미래 한국 발전의 전진기지는 재외동포가 될 수 있다. 여전히 한류의 인기몰이가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여기서 재외동포는 현지거주국과 한국과의 교류를 확대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또 상생과 공영을 위한 특화와 협업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한민족 간의 더욱 단단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국가는 인재·전문가 집단 활용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재외동포들과의 공동유대를 강화해야 한다. 창조와 실용의 시대에 공동노력만이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동시에, 새로운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지금까지 재외동포 네트워크 구축은 선진국 및 재외동포가 수적으로 많은 권역을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 이러한 편중된 구도는 선진화에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영어가 세계공용어로 부상한 것이 권역별 고른 분포였듯이 재외동포의 네트워크 역시 권역별 고른 분포여야 한다. 최적의 전략·정책은 다양성을 감안해야 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인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다소 다운됐다. 한국의 올바른 상황을 현지인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역할자로는 재외동포들이다. 현지국의 생생한 정보, 살아있는 지식, 그리고 현지인들의 다양한 기호를 분석해 한국의 성장에 일조하는 재외동포야말로 국가 성장의 모멘텀이 아니겠는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