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월수외국어대 한국어학과 교수

 
소통은 오늘날 사회적 현안이다. 특히 다민족·다문화 시대에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고 있는 현시점에서 소통 방식은 중요하다. 그중 ‘대화’는 소통 방식의 핵심 인자이다. 대화의 역할이 세대 및 사람들 사이에 이뤄지는 메시지를 주고받고 이를 전달하는 차원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대화의 품격에 따라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으며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성 있는 마음과 더불어 조리 있는 말, 말투와 억양에 따른 대화의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일은 중요하다.

급증하는 정보력·기술력에 반해, 사회 전반에 걸쳐 도덕적 신념, 배려는 혼란에 허덕이고 있다. ‘대화’라는 해독제가 필요하다. 대화의 부족·부재가 지속된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을까? 갈등, 반목, 분노로 이어질 수 있으며 폭력도 잉태시킬 수 있다. 또 뿌리째 삶을 흔들 수도 있다. 그뿐 아니다. 문화 충격, 문명 충돌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대화의 중심에는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쌍방에 대한 배려, 이해이자 존중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통제력을 잃고 감정에 휘둘리는 경향이 많다. 해결을 위한 노력보다는 대화의 주도권만 잡으려 한다. 일상생활에서 늘 자신과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만을 상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과 다를 경우 그것을 걸러내려고 한다. 자기중심주의가 만연한 반면, 공동체 의식은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어에는 동음이의어와 다의어가 발달되어 있다. 그래서 외국인 유학생, 국제결혼이민자, 산업연수생 등을 위해서도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 심지어 말의 억양에 의해 오해를 하거나 갈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방식, 다른 생각,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용인해야 한다. 보편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다양한 가치관을 포용하기 위해서는 타자성의 용인, 차이의 관용·존중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자연이 생물의 다양성에 의존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렇다면 차이는 극복해야 할 장애 요소에 불과한 것이다. 불화를 극복하고 화해를 조성하며 희망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대화의 미덕이지 않은가?

대화를 통한 실효성 있는 소통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대화법·대화술에서 유명한 에이브러햄 링컨, 존 F. 케네디, 버락 오바마 같은 지도자들은 공통적으로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기반으로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를 살펴보자. 대부분의 사회 지도자가 사용하는 말하는 사람 중심의 대화술과는 달리, 그는 듣는 사람 중심의 대화술에 초점을 뒀다. 다시 말하면 상대방의 속마음을 읽듯이 듣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 언행을 실행한 점이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청중이 가진 체험, 예를 들어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역경·심정 등을 말함으로써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상대방 중심의 대화가 설득력과 공감을 얻는 데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시사해 준다.

좋은 대화법·대화술에는 편견이나 선입견이 없어야 하며 쌍방향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상호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어준다. 즉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괴리를 없앨 수 있다.

언쟁과 불통은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지만 상호 협력, 협업과 소통을 위한 대화는 베풂, 평등, 화합 등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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