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목장에서

곽효환(1967~ )

톱날이 쓸고 간 그루터기 위로

다시 생명이 움트고

마침내 붉은 꽃 한 송이 피었다

쓰러진 상처를 딛고 핀 희망

죽음을 딛고 일어선

그 굵고 선명한 눈물
 

[시평]
잘려진 나무들이 나뒹구는 벌목장은 왠지 싱싱한 삶이 뒹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여기저기 이곳저곳 싱싱한 내음의 삶들이, 그 싱싱함을 그대로 보이면서 나뒹굴고 있는 듯하다. 비록 톱날이 쓸고 간 그 아픔의 자리이지만, 쓸고 잘린 아픔보다는 그 아픔을 딛고 돋아나는 희망 같은 싱싱함이 자리하고 있는 곳, 바로 벌목장의 모습이기도 하다.
어느 의미에서 생명은 죽음을 딛고 일어나는 것이리라. 그러므로 죽음과 생명은 하나의 고리로 이어지고, 순환과 반복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이제 막 돋아나는 생명이 더욱 신비롭고 선명한 것은 다름 아닌 죽음을 딛고 일어나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돋아나는 생명을 보면, 죽음을 딛고 일어선 그 굵고 선명한 눈물, 쓰러진 상처를 딛고 핀 희망을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마치 붉은 꽃 한 송이 세상을 향해 장엄하게 피어나듯.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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