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송


신달자(1943~ )

가지 끝에서 떨어졌지만
저것들은
나무의 내장들이다

어머니의 손끝을 거쳐
어머니의 가슴을 흩어 간
딸들의 저 인생 좀 보아

어머니가 푹푹 끓이던
내장들이다

[시평]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하기까지 하다. 정원의 나무들이 이제 머지않아 하나 둘 그 푸른색을 잃고 떨어지리라. 낙엽이 지는 풍경을 보며 사람들은 저마다의 생각에 잠기곤 한다. 쓸쓸함과 허망함, 때로는 덧없음 등등, 많은 상념에 잠기곤 할 것이다.
한 어머니의 딸로, 이제는 딸들을 키우고 또 여위는 입장이 된 한 어머니가 된 딸들의 마음으로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본다. 딸들을 키우며, 겪었던 수많은 상념들이, 떨어지는 낙엽과 오버랩 되면서 다가온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나를 키우고 나를 시집보낸 어머니를 떠올린다.
우리는 한 사람의 딸로 얼마나 어머니의 마음을 졸이게 했던가,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 딸들의 엄마가 되고 난 뒤, 비로소 어머니의 딸을 향한 마음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음을. 낙엽 지는 가을 한복판에 서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먼 허공으로부터 그 그리움 같이 아득히 떨어지는 낙엽, 다만 바라다보고만 있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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