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재철 목사가 지난 12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한기총 대표회장직을 사임한 가운데 이튿날인 13일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 이영훈 목사가 단독 후보로 등록했다. 차기 대표회장 선거는 9월 2일 치러질예정이다. (사진출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천지일보DB)

여의도순복음 이영훈 목사 한기총 대표회장 차기 후보로 나서
기하성 과거 이단 시비 전력… ‘이단논란’ 중심서 해결사 되나

교세 급성장한 순복음교회
초기 한국교회 견제 받아
“광신적, 교인 빼앗아 피해”

한기총 출범이후 전세역전
한기총·한교연 분열 원인
‘이단논란’ 해결할지 주목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후보에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가 단독 접수를 마쳤다. 교계는 이 목사가 한기총이 분열된 직접적인 계기인 ‘이단 논란’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한기총의 이단 규정‧해제와 관련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교연은 다락방총회(류광수 목사)를 영입한 예장 개혁 총회의 회원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한기총에 반발해 회원 교단들이 분리해 나와 지난 2011년 창설한 연합단체이다.

홍재철 대표회장은 사임하기 직전까지 한교연과 통합을 시도했지만, 한교연은 한기총이 자신들과 분리되기 이전 상태인 7.7 정관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즉 한기총이 이단 규정을 해제한 회원교단을 제명해야 통합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과거 ‘이단‧사이비 논란’을 치른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현 당회장 이영훈 목사가 향후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 개신교의 ‘이단‧사이비’ 논란은 오랜 숙제다. 한반도 정착 초기에는 먼저 유입된 가톨릭을 이단시했다. 이후에는 주로 신흥 개신교단과 신앙세력이 ‘이단’ 논쟁의 타깃이 됐다. 지금은 주요 개신교단 어느 곳에서도 이단이라고 하지 않는 조용기 목사도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를 창립한 후 정착하기까지 호된 사이비 논란을 겪었다.

지난 2010년 12월 한세대학교(총장 김성혜 박사)에서는 ‘조용기 목사의 목회와 영성’을 주제로 전국 목회자 초청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서울신대 박명수 교수는 “한국 주류 교단은 조용기 목사를 이단시했지만, 한국 기독교인들 다수는 조 목사의 설교에 큰 감화를 받았고 이 같은 대중적 지지가 힘이 돼 사이비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당시 교계 분위기에 대해 설명했다.

즉 주류 교단에서 사이비로 규정했었지만,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교세가 확장됨에 따라 교인들의 지지가 커져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보수 개신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 통합) 총회는 1982년 제67회 총회에 헌의된 조용기 목사에 대한 이단‧사이비 시비와 관련해 그 다음 회기인 제68회 총회에서 ‘조용기, 권신찬 이단 사이비 연구대책위원회’의 보고서를 채택하고 조용기 목사를 ‘사이비’로 규정했었다.

이는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사이비이단문제상담소(소장 최삼경 목사)가 1993년 4월 27일 발간한 ‘상담소자료집 3-사이비이단에 대한 대책과지침I’에 자세히 명시돼 있다. 이 지침서는 당시 예장 통합 전국 교회와 교역자들에게 통보됐다.

지침서에서는 조 목사의 신앙운동과 관련해 ‘이 같은 사이비 운동은 광신적 혼미를 가져올 우려가 농후하므로 이에 동조 또는 추종하거나 혹은 강사로 초청하거나 그런 집회에 참석하는 일이 없도록 산하 교회에 시달해 이에 미혹되는 일이 없도록 함이 옳은 줄 안다’고 명시했다. 주류 교계를 대표하는 예장 통합이 급성장하는 신흥 세력인 조 목사에 대해 소위 ‘왕따’를 시키는 내용이다.

조용기 목사를 사이비로 규정한 근거로 제시한 것 중 하나는 “기성교회 교인 뺏기와 같은 일로써 많은 교회와 교역자들에게 피해를 줌으로 그리스도의 공동체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조상숭배, 부활처녀 소동, 치병안수사건, 목사안수 남발, 무분별한 성찬예식, 성령의 증거, 신앙운동, 삼박자 구원 등을 문제 삼았다.

조 목사에 대한 이단‧사이비 논란은 예장 통합 제77회기인 1992년까지 10년 동안 지속됐다. 그 사이인 1988년 국민일보가 창간됐고, 이듬해 조 목사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한기총이 탄생했다.

사실 조 목사가 이끄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1980년대 보여준 폭발적인 성장세는 당시 기성교회에 위협적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교회 자체 집계에 따르면 1958년 천막교회 창립 이후 1981년 23년 만에 교인 20만 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이듬해 사이비‧이단 시비에 걸렸다. 그러나 1984년에는 오히려 두 배 증가한 40만 명을 달성했고, 그 이듬해에는 50만 명을 넘어섰다. 급기야 1993년 2월 즈음에는 70만 명을 돌파하며 기네스북 ‘세계 최대 교회’로 등재됐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같은 해 예장 통합 측은 연합사역 영역에서 조 목사에 대한 사이비 시비를 해제했다. 이후 주요 교단에서 조용기 목사와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대한 이단‧사이비 시비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박 교수는 “1980년대 이후 한국교회의 흐름은 통합 측 결정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며 “주류 기독교는 새로운 신앙운동이 종교시장에 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조 목사에 사이비 결정을 내렸었던 예장 통합은 현재 한교연에 소속돼 있다. 당시 소장이었던 최삼경 목사도 여전히 이단사이비감별사 사역을 하며 한기총이 이단 해제한 교단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반면 한기총은 태생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와 우호적이었으며, 조 목사에 대한 의혹이 일 때마다 성명을 발표하고 옹호해왔다.

한기총과 우호적 관계를 맺은 이후 승승장구해온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최근 조 목사와 장남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이 배임·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사실상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 이영훈 목사가 차기 한기총 수장을 노리고 있어, 여의도순복음교회 이미지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를 두고 내부에서도 공방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과거 이단 논란의 중심에 있던 여의도순복음교회가, 한기총과 한교연 분열 원인인 ‘이단논란’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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