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차 총회서 연금재단 재감사 결의, 새로운 국면
연금 2500억원 유용, 1천억원 손실 ‘충격과 불신’ 여전

▲  예장통합 연금재단 자금유용 사태 전말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지난 99차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정영택 목사) 총회의 이슈는 단연 연금재단 비리였다. 2012년 3~9월 진행된 연금재단 특별감사에서 목회자들이 노후를 위해 납입한 연금 수천억 원을 연금재단 직원들이 유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감사 이후에도 각종 리베이트가 오가고 개인적인 인맥에 의한 투자 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연금 가입자들의 불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2013년 말 기준으로 예장통합 연금재단에는 1만 3205명의 목회자가 가입해 있으며 총 보유 자산은 3068억 원(현금2252억 원)이다. 지난해 연금 재단이 은퇴 목회자들에게 지급한 연금은 156억 원이었다.

올 총회에서 진행된 연금재단 보고에 많은 문제점과 의혹이 제기되면서 연금재단에 대한 재감사가 결정됐다. 총회 참석자들이 오랜 논의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예장통합 소속 목회자 대부분이 가입하고 있는데다 유일한 노후대책인 만큼 연금재단 투명성 확보를 위한 논의는 뜨거웠다.

사실 예장통합 연금재단의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지난 2008년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때마다 특별감사 요청이 총회에 올라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2012년 우여곡절 끝에 특별감사위원회(김정서 위원장)가 구성돼 감사가 시작됐다.

그해 9월 97차 총회에서 발표된 감사결과는 충격 자체였다. 목회자들이 노후대책을 위해 부은 연금 수천억 원을 직원 몇 사람이 주머니 쌈짓돈 쓰듯 유용해서 1천억 원에 이르는 손실을 끼친 것이다.

당시 1만 2000여 명의 목회자가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납입한 연금총액은 2430억 원, 남은 금액은 2598억 원이었다. 약 10년간 운영 수익률은 0.94%로 1%도 되지 않았다. 같은 기간에 4% 정기 예금에 넣어뒀다면 3500억 원에서 4000억 원으로 불어났을 것이라는 감사업무를 맡은 관계자의 설명에 가입자들은 분노했다.

낮은 수익률보다 관련자들의 비리가 더 충격적이었다. 연금재단 사무국장 등 몇몇 직원들이 수천억 원에 이르는 연금을 원칙 없이 투자하고 유용했다. 사무국장의 친인척까지 투자에 동원됐다. 투자 과정과 내용은 복잡했지만 양상은 비슷했다.

특별감사를 통해 ▲규정을 위반한 기금 운용 ▲규정에 없는 기구 설치 및 권한 남용 ▲자료 은닉 ▲재단 사무실에서 연금재단과 관계없는 업무 수행 ▲기금 운용 보고서 부실 ▲법령상 금지된 부동산 취득으로 말미암은 손실 ▲규정과 다른 연금 해약 및 재가입 ▲투자 회사를 이용한 횡령 및 배임 ▲규정에 없는 경비, 증빙 없는 경비 지출 등이 확인 됐다. 연금재단 특성상 관계자들이 해당 교단의 교인이었을 것을 유추해보면 할 말을 잃게 하는 결과였다. 당시 감사위원회는 부실경영과 비리에 연루된 직원들을 고소‧고발했다.

“외부감사는 늑대보다 더한 호랑이”
특별감사로 사태가 해결 된 듯 했던 연금재단은 지난해에도 각종 의혹으로 잡음이 지속됐다. 지난해 5월 증경회장 신창수 목사 등은 ‘연금가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해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금재단에 대한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명확한 답변을 요구했다.

비대위는 또 성명서를 통해 “무책임한 행동과 고수익을 벌기 위해서라면 사채에 버금가는 고리대금 대부업을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 이사들… 연금 납임금을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연금재단 이사들에게 개혁과 기금 운영에 대한 권한을 더 이상 맡길 수 없어 관련자들을 형사 고발한다”고 밝혔다.

같은 해 6월에는 연금재단 이사회에서 연금재단이 총회 지시를 벗어나고자 해산까지 거론한 사실도 드러났다.

한 가입자는 “1만 3000여 목회자가 납부한 연금을 올바르게 관리하도록 총회가 파송한 이사들이 총회의 지시나 감독을 벗어나고자 ‘해산’ 문제까지 논의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다”면서 “도대체 연금재단 이사들이 무슨 권리로 연금재단 해산을 입에 올리는 것이냐. 총회와 분리시켜 일반 보험회사를 만들 것인지, 참으로 어이없는 발상”이라고 성토했다.

연금재단 이사회의 문제는 지난해 8월 배원기 감사가 연금재단 이사회에서 해임되기 직전 당시 예장통합 손달익 총회장에게 전한 편지가 모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재차 확인됐다. 배 감사는 편지에 “연금재단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재단이 2012년에 감사를 맡은 외부감사 2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부감사들은 사적으로 투자를 유도하고 있으며, 이전 사무국장이 늑대라면 이들은 그보다 더한 호랑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집행부가 이들을 계속 두둔하고 있는 이유가 이해가 안 된다”고도 기록했다.

끊임없이 자금유용 의혹이 일고 있는 연금재단에 대해 지난 99차 예장통합 총회가 재감사를 결의해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년 넘게 지속된 연금재단 사태의 향방을 좌우할 재감사 결과에 교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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