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연, 출범 3년여 만에 위상 추락 ‘유명무실’ 비판
“한기총보다 더 많은 범법행위… 한교연도 몰락할 것”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와의 갈등으로 예장통합 교단 등이 중심이 되어 만든 제2의 교회연합기구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한영훈 목사)이 출범 3년여 만에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교계 일각에서는 “한기총과 별반 다르지 않은 유명무실한 연합기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교연은 한영훈 대표회장의 대법원 유죄 판결 이후 그 위상이 크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예장통합은 업무상 횡령 등 실정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된 한영훈 회장에게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고, 한 회장은 “자숙하는 심정으로 개인 신상문제를 심사숙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한교연은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어려운 상황이라 이에 따라 회원 교단들의 참여도 눈에 띄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지난 3일 한교연이 수개월간 준비한 기독교선교 130주년 기념 세미나에는 당초 200여 명의 교계 인사가 참석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겨우 10여 명이 참석하며 취재 기자가 더 많이 모인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순서자와 사무국 직원을 제외하면 순수 참석자는 10명도 되지 않아 “무너진 한국교회 연합 운동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예장통합 측은 한영훈 회장의 사회법 유죄 확정으로 도덕성 추락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한교연 대표회장직에서 자진 사퇴할 것과 재발 방지를 위한 한교연 정관 개정을 요구했다. 한영훈 회장은 총장으로 재직하던 한영신학대학교의 운영비를 재단 소송비용으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지난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 한기총이 한 일간지에 게재한 한교연 비방 성명.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기총은 한 회장의 유죄 확정 판결에 26일 일간지에 성명을 내고 한교연과 한영훈 대표회장을 맹비난했다.

한기총은 ‘한영훈 씨는 한국교회 앞에 대답하십시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한교연은 태생부터 불법으로 얼룩졌다”며 “새로운 연합단체를 절대로 안 만들겠다던 박위근 목사와 조성기 목사는 한교연을 만들었고, 또 한기총이 금권선거를 하니 깨끗하게 하겠다는 한교연 선거는 처음부터 불법부정선거로 타락, 얼룩졌다”고 비난했다.

또 한기총의 통합 제의를 계속 거부한 한영훈 회장에 대해서는 “그가 몸 담아왔던 교단으로부터 목사직을 파면(면직)당했다”며 그런 사람이 한교연의 대표회장으로 나온 자체가 불법이라고 규탄했다.

한기총은 한교연에 가입했거나 가입을 고려하고 있는 교단에 대해 “한기총으로 조건 없이 복귀하라”며 “(한국교회 교단들은) 영원한 한기총 회원이다”고 회유하기도 했다.

한교연의 위기는 대표회장 문제로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은 것뿐만이 아니다. 초대 사무총장으로서 6개월 만에 해임당한 안준배 목사가 사무총장에 복귀할 수 있게 됨으로 이번에는 사무총장이 두 명이 되는 문제가 생겼다.

◆대표회장 이어 사무총장 문제까지 불거져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민사부(재판장 박영재 판사)는 한교연 초대 사무총장으로 인준됐다가 회장단과의 갈등으로 6개월 만에 해임된 안준배 목사의 해임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안 사무총장을 해임한 한교연 결의와 관련, 절차나 해임사유상 전혀 합당하지 않다”며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판단했다.

안 사무총장 해임 후 김춘규 장로를 새 사무총장으로 선임했던 한교연은 이번 판결로 사무총장이 두 명이 된 셈이다. 안준배 목사는 사무총장직에 복귀해 취임 당시 약속을 실천하고 명예롭게 퇴임하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으나, 한교연은 25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안 목사는 “한국교회 연합사업 90년 사상 사무총장을 세워놓고 6개월 만에 해임시킨 역사가 없었다”며 “한교연은 한기총을 정상화시킨다면서 그 짧은 기간 동안 더 많은 범법행위를 저질렀다. 한교연도 고쳐지지 않으면 몰락하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적어도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청렴성, 고결성, 정직성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교회가 개혁되지 않으면 대사회적인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총을 개혁하겠다며 새로운 보수 연합기구를 표방하고 나선 한교연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대표회장 유죄 판결로 어수선한데 두 명의 사무총장이 공존하면서 사실상 식물상태에 빠져들 전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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